지난 1일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전쟁기념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평양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의 기념식이어서인지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고희를 맞는 국군의날이었지만, 콘서트 형식의 첫 야간 기념행사로 조촐히 치러졌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기념행사였을 것이다.

그러한 문재인 대통령도 199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이 처음 시작된 이래 10년마다 개최되어 올해 ‘2018 세계 해군축제 국제관함식이라는 이름하에 치러지는 관함식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례대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매년 기념하는 국군의날과는 달리 10년마다 치러지는 해군 국제관함식은 선택받은 대통령이 아니면 해상사열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함식이란 국가의 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을 말한다. 군함의 장비와 전투태세, 장병들의 사기를 살피는 일종의 해상 열병식(閱兵式)인 것이다. 이러한 관함식의 역사는 14세기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대영제국이 막강한 해군력을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에 열을 올리던 시기에는 이러한 관함식을 통해 주변국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적 요소가 강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갖는 관함식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성격이 조금 변하여 외국 군함을 초청해 군사 교류를 다지는 국제행사로 치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수립과 건군 50주년, 충무공 이순신장군 순국 400주기 등을 기념하여 19981011개국 해군 함정 21척을 초청하여 처음으로 관함식이 열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초청인사 800여 명은 관함식에 참가한 외국 함정 21척에 대한 해상사열을 실시하였다.

이어 200810월 부산에서는 정부수립과 건군 60주년, 이지스함(Aegis Cruiser)의 도입을 축하하기 위해 관함식이 개최되었는데, 당시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12개국의 해군 함정 50여 척을 해상사열 하였고, 대함·대공 화력시범과 대테러진압훈련 등이 시연되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올해도 1010일부터 제주도에서 15개국 해군 함정을 초청하여 관함식이 개최된다. 초청국에는 일본의 해상자위대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10년 전에도 초청되어 욱일기(旭日旗)를 단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가하여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초청된 것이다. 우리 해군이 초청한 것이니 문재인 정부가 승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10년 전 논란이 되었던 욱일기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지난 928일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해상자위대 군함에 욱일기를 게양할 것이라 했다. 우리 해군은 “UN해양법협약에 따라 각 나라의 해군은 해군기를 선수로 달고, 정박 중에 해군기를 함정에 게양하기로 돼 있다. 전세계 해군의 국제적 관례라며 일본의 논리를 옹호했다.

뿔난 우리 국민들은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 욱일기를 단 일본자위대의 입항을 거부해 달라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조차도 일본 해상자위대는 관함식 해상사열식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상징인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보수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이미 일본 해상자위대는 욱일기 게양을 하지 않을 생각이 없다고 한 만큼 우리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청을 취소하면 될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적폐청산이다. 그것도 못하는 정부라면 차라리 제국주의의 흔적인 관함식을 차제에 수장시키는 것이 답일 것이다. 해상사열식에서 전 세계 군함들 앞에서 우쭐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보기도 싫지만 대통령의 본모습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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