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통해 ‘통합’ 이끈다더니 ‘불통’ ‘독자 행보’ 여전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올드보이 전성시대를 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허니문기간이 끝났다. 올드보이 귀환열차의 막차를 탄 손 대표까지 취임 한 달 고지를 넘어서며 첫 번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인방은 당초 인물난에 허덕이는 여의도에서 경륜과 인맥을 앞세워 세대교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불통독자적이라는 꼬리표를 떨치지 못한 모양새다. ··정 대표가 출범 직후 각각 최대 숙제로 받아든 협치’ ‘당 통합’ ‘당 정체성 확립에서 낙제점을 맞았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해석이다.

,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는 쇼맨십?
'20년 집권론'부터 강경 대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25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취임한 지 40일을 막 넘어섰다. 당시 이 대표는 최고 수준의 협치를 이끌겠다고 공언하며 취임 첫날부터 협치카드를 내세웠다. 당대표 후보 시절 불거진구태 정치’ ‘불통논란을 의식, 자신의 강점인 인맥·경륜을 앞세운 행보로 풀이됐다.

실제로 이 대표는 첫 공식일정으로 현충원을 방문해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는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함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여당 대표 취임 후 관례적 의미의 참배였지만, 이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는 것은 처음이라 야당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위한 잰걸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이해찬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던 협치는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과락을 겨우 면한 수준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우선 이 대표가 내세운 ‘20년 집권론부터 그 기저에는 보수 궤멸 작전이 깔려 있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과의 격렬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실제로 이 대표는 9월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5당 대표 회동 정례화등을 내세우며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야당에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속내가 비쳤다. 지난 9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야당이 후반기 국회 화두로 꺼내든 소득주도성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대북 문제 전반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 야당과 이견이 큰 서울·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의사를 내세우며 앞으로 20년 정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고 못을 박았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로 재임하며 추진했지만 이명박·박근헤 정부 때 중단된 사안을 여당 대표가 되자마자 꺼내든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 특유의 대결적 이미지가 여전히 크다는 부정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가 협치를 한다더니 사사건건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며 이미 기대보단 실망이 확산된 분위기다.

반면 수평적 당청 관계 형성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당초 추미애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은 청와대에 대한 견제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판의 시각이 컸다. 그런데 7선의 이 대표가 초반부터 강한 여당의 이미지를 천명하면서 기울어진 당청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다.

손학규, ‘당내 통합최대 숙제
·유 계파는 여전해체설골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9.2전당대회에서 당선돼 취임하면서 올드보이 귀환 열차의 막차를 탔다. 당대표 출범 직후 손 대표는 당내 통합을 최대 숙제로 떠안았는데,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여전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간 불협화음이 커 바른미래당 해체설이 때마다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말이 바른미래당 대표 수식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최근에는 전원책 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카드를 꺼내들자 마자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바른정당계가 한국당에 복당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손 대표는 여의도 일각에서 해당 추측이 제기되자마자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 들어가 뭐 해볼 얕은 생각할 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정작 유 의원은 침묵하고 있어 결국 당 분열 수순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물밑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세()대결이 심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4.27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분열의 단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내분은 손 대표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후 당내 이언주·지상욱 의원 등이 반발, 김관영 원내대표의 판문점 선언 비준 결의안 주장도 나오면서 대립각이 심화됐다.

결국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대한 당론 도출이 손 대표 리더십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손 대표가 중론을 모아 당의 응집력을 추동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동영, 초반 좌클릭강행
당 정체성 모호 부채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85일 취임해 올드보이 전성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정 대표는 취임 초반 좌클릭행보를 몰아붙이는 한편, 민생 현장을 둘러보는 등 현장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까지 해산되며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자 정치적 중량감이 큰 정 대표가 여타 정당과 균형감을 맞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나친 독자적 행보에 도리어 분열의 리더십이란 오명이 회자되는 실정이다. 당 기조와 맞지 않은 좌클릭이 문제가 된 것인데,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 등이 반감을 표시하며 취임 초반 긴장 기류가 형성된 바 있다.

정 대표의 좌클릭 행보는 민주당 지지층 이탈 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것이 사실상 불발됐다는 지적이 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상황을 보면 정 대표는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평화당은 원내 5당 지지율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평화당 초선 의원들의 탈당설은 정 대표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14석을 보유한 평화당은 1명의 이탈자라도 발생할 시 차후 당의 존립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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