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보좌진 칼럼] 김경수 경남도지사 국감증인 무산된 까닭
[여의도 보좌진 칼럼] 김경수 경남도지사 국감증인 무산된 까닭
  • 이무진 보좌관
  • 입력 2018-10-05 17:03
  • 승인 2018.10.05 19:04
  • 호수 1275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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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에 적을 두고 국회를 출입하는 A부장은 국정감사 증인 문제로 악몽 같은 한가위를 보냈다. 매년 가을이면 국정감사 증인채택 문제가 가장 중요한 업무였는데 이번에 결정적 실책을 저질렀다.

A부장이 보좌진들하고 친분이 깊던 의원실에서 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난리가 났다. 국감 직전 새로 온 보좌진이 증인신청 마감 당일 신청하면서 일격을 맞은 것이다.

A부장은 한가위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좌불안석으로 지냈음에도 결국 회사 대표가 국감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나마 경쟁업체 대표들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되어 최악의 경우는 피했지만 A부장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회사는 대표를 증인명단에서 빼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증인명단에 들어간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을 더 문제 삼았다. 대관업무 세계에서도 작전에 실패하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하면 용서받기 어렵다.

매년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국정감사는 상임위원회 별로 증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후끈 달아오른다. 민간기업에 적을 두고 국회를 출입하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자기 회사 대표가 증인명단에 오르지 않도록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증인을 신청한 쪽과 증인으로 불려 나오게 된 쪽이 음성적인 거래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뜬금없이 증인명단에 올라 읍소하러 찾아갔더니 민원을 들이밀더라는 얘기는 국회 주변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국회가 국정감사에 민간 기업인까지 부를 수 있는 것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서 증인소환 권한과 불출석했을 때 처벌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도 피해가지 못했고, 이재용도 피해갈 수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소속 상임위원회별로 증인신청서를 받는다.

의원들이 제출한 신청서는 각 상임위원회별로 취합해서 여야 간사가 협상을 거쳐 증인을 확정한다. 보통은 여야 간사의 조율로 끝나지만 의정활동을 총지휘하는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다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야당의원들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경수 지사를 국정감사장에 불러 드루킹 연루 의혹을 따지겠다는 의도였다.

이런 경우 대응카드를 내 놓을 필요가 있다. 여당에서는 비인가 행정 정보에 무단 접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결국 심재철 카드로 김경수 카드를 상쇄시키면서 두 사람은 증인에서는 빠지게 되었다.

지난해 국회는 무분별하게 민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막자면서 증인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누가 어떤 증인을 불렀는지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외부 공개의무 조항이 빠진 유명무실한 실명제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권한은 확대하려 하고 의무는 가볍게, 감시는 헐겁게 하고 싶어한다. 올해 국감에서 국회가 어떤 의원이 어떤 증인을 신청했는지를 외부공개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기업인들에게 국정감사 증언이라는 게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 삼성의 이재용도 수월하게 넘어갔고, 국정감사장에 선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리는 자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국감증인 신청이 투명해지려면 국회보다 기업인들이 바뀌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힌 페이스북의 주커버그와 같은 증인들이 많아져야 하겠다. 증인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