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인적 쇄신을 단행할 칼잡이로 나섰다. 조강특위는 12월 말까지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은 물론 당의 가치 재정립 등 한국당의 하드·소프트웨어를 대대적으로 손보게 된다. 관건은 물갈이 폭이다. 전 위원은 이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약속받은 전례 없는 권한을 바탕으로 대규모 물갈이를 예고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18·19대 총선 공천 때 각각 친이 학살’, ‘친박 학살과정을 겪으면서 당내에 인적쇄신 트라우마가 깊이 각인돼 있다. 전 위원의 칼에 맞서 이번에도 당내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 비대위원장의 전원책 카드가 제대로 된 칼잡이가 될지 선무당에 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 비대위원장이 칼자루를 넘긴 배경에 대해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 김병준의 위험한 도박’... 칼자루 넘기고 무주공산에 무혈입성?
- “온실 속 화초 안 돼” ‘전원책 원칙‘TK 현역 물갈이설급부상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 4일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을 주도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위원으로 공식 합류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인적쇄신이 한국당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당 체질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보수가, 대한민국이 절박한 입장에 놓여 있다안보, 경제, 사회 분야 갈등이 더 커져서 나라도 돕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조강특위 위원을 맡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쇄신이 아마 한국당의 마지막 쇄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쇄신이 제대로 이뤄지면 이번 쇄신을 다시 뒤엎을 불순세력은 등장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PK, 충청은 물론
TK까지 초긴장

사실상 한국당 인적 쇄신의 전권을 행사하게 된 전 변호사는 향후 공석 상태인 253개 당협위원장의 인선을 주도한다. 이는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 공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전 변호사가 내놓은 당협 정비 기준은 한마디로 온실 속의 화초 제거.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 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게 전 변호사의 속내다. 또 한국당을 웰빙 정당으로 규정하고 지역구 관리보다는 지식·용기·도덕성이 있는지 기본 자질을 따지고 전투력과 열정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 역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공천=당선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대구·경북 현역의원 물갈이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장 대구·경북에서는 21명의 당협위원장 가운데 절반인 10여 명의 현역 의원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중에서도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TK 가운데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은 구미의 당협위원장 교체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구미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기초단체장에 당선됐으며 광역의원 6명 중 3명이 민주당 출신이다.

지방선거 성적 기준으로 본다면 백승주 의원(구미 갑)과 장석춘 의원(구미 을)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에 단체장을 빼앗긴 김광림 의원(안동)과 송인석 의원(김천)도 지방선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민주당에 광역의원 자리를 내준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과 박영문 (상주·군위·의성·청송) 당협위원장도 당협위원장 심사에서 외부 인사들의 입김에 따라 합격점을 받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경환(경산), 김재원(상주·군위· 의성·청송), 이완영(고령, 성주, 칠곡) 의원은 당협위원장에 임명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북 정치권 관계자는 경산, 상주·군위·의성·청송, 고령·성주·칠곡 등 3곳은 당협위원장 공모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역이 당협위원장인 곳은 전당대회를 앞둔 데다 인물을 찾기 힘들어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경남의 경우 ‘6·13 지방선거 성적을 당협 정비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 전체 26명의 한국당 소속 PK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전원책 칼날에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다. 당장 부산은 한국당 소속 16명의 기초단체장 후보 중 서구(공한수)와 수영(강성태) 구청장만 승리했고, 나머지는 민주당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이 장악해 온 부산시의회도 서구 1명과 동구 2, 남구 1명만 살아남았다.

충청권 27(충북 8, 충남 11, 대전 7, 세종 1) 역시 6.13 지방선거에서 완패를 당한 지역 당협위원장의 교체가 유력하다. 대전은 5개 구청장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줬고, 충남도 보령·서천·홍성, 예산 군수만 한국당이 가져왔다. 이미 한국당은 당무감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대전 서을, 대전 유성갑, 대전 유성을, 충남 천안을, 아산을, 충북 청원, 청주 흥덕 등 충청권 7곳의 원외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큰 꿈 꾸는 김병준의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위원을 영입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 위원장 본인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외부 인사인데, 또다시 전 위원에게 칼자루를 넘기면 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속셈이 읽히는 지점이 나온다.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당 내부에 적을 최소화하고 이후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한국당의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려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이라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큰 꿈을 꾸고 있는 김 위원장이 당내 의원들과 직접적으로 척을 지지 않으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선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물갈이의 한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리스크에 대한 책임 분산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 세()가 약한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감안해 정면 대결을 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내 뿌리가 약한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나설 경우 당내 반발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전 변호사를 통해 물갈이를 하려는 것이라며 전 변호사를 데려와 뭔가를 바꾸려고 했다는 노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으로 지금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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