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동원한 가짜 뉴스 규제, “유튜브 보수 논객 탄압 전주곡”

[일요서울고정현 기자] 정부·여당이 가짜 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그 첫 타깃으로 유튜브(youtube)’를 지목했다. 유튜브에는 기타 SNS에 비해 보수 논객들의 1인 채널이 활성화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던 보수 세력이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가 유튜브였던 것이다. 친정부 성향의 개혁 세력이 유튜브를 통째로 가짜 뉴스프레임에 집어넣고자 했던 것도 이 때문으로 비쳤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한 술 더 떠 공권력을 동원해 유튜브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정부·여당이 개혁 세력에게 공권력이란 절대반지를 끼워준 듯한 모양새다. 물론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가짜 뉴스를 엄단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 판별과 처벌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편향성이 처벌의 잣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이미 보수 세력은 현 정부의 가짜 뉴스 규제 정책을 보수 재갈 물리기로 규정하고 결사항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가짜 뉴스 단속이 공권력을 등에 업은 개혁세력과 이에 맞서는 보수 세력,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변질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 민주당, 시절 참여연대 등과 표현의 자유증진 입법 공동 추진
- 정치적 편향성이 가짜 뉴스 잣대될라... “중립적 기준 정립 선행돼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책 현안은 물론 남북 관계를 포함한 국가 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 뉴스까지 나돈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이자 공동체 파괴범이며, 가짜 뉴스는 사회 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짜 뉴스는 사회의 공적(公敵)”이라고 가짜 뉴스와의 전면전을 공론화했다.

이 총리는 검경은 가짜 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시기 바란다방송통신위원회 등은 가짜 뉴스의 통로로 작용하는 매체에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각 부처는 위법한 가짜 뉴스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라고 가짜 뉴스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단속을 주문했다.

정부, ‘찍어
유튜브 제재... ?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를 비판하는 유튜브 방송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이 순서라며 국민의 쓴소리는 아예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쓴소리가 가짜 뉴스처럼 들리는 것인지 반성부터 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가장 지독한 가짜 뉴스 제작 유포자는 문재인 정부라며 소득 주도 성장, 최저임금을 왕창 올리면 성장한다는 뉴스가 가장 심각한 가짜 뉴스 아니냐고 했다.

정부·여당이 공권력까지 동원해 가짜 뉴스를 엄단하겠다고 하고, 이에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현 상황은 결국 유튜브때문이다. 정부·여당은 가짜 뉴스의 대부분이 유튜브를 통해 생산·유포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유튜브를 최우선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왜 수많은 SNS 중에서도 유튜브를 콕 찍어 규제하겠다고 밝힌 것일까. 그 이면에는 유튜브가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방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만 해도 진보 진영의 독무대였다. 인터넷 방송이 주목받은 것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공이 절대적이다. 이들은 현재도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의 진행을 맡으면서 제도권 언론에서 더 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교체됐다. 때마침 유튜브의 영향력도 급증하면서 동영상 소비구조가 급변했고 이는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의 기폭제가 됐다. 이로 인해 유튜브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와는 반대로 보수진영의 독무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기준 보수진영의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에 가입한 구독자 수는 10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835만 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의 민주TV’9030명에 불과하지만, 한국당의 오른소리26997명이었다. 3배 가까운 격차다. 정치·시사 분야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보수 진영이 압도하고 있다.

유튜브 내 보수 성향 정치·시사 분야 상위 5개 채널의 구독자 수는 전체 약 100만여 명이다. 지난해 8월만 해도 35만여 명 수준이었는데 급속도로 증가한 수치다. 이들 채널이 게재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2천만뷰에 이른다. 특히 이 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채널인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구독자 수는 약 26만 명으로 KBS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27만 명)와 엇비슷할 정도다.

가짜뉴스 입법 추진할 것
vs “현행법으로 충분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권력까지 동원해 가짜 뉴스를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그 첫 타깃으로 뜬금없이 유튜브를 콕 찍어 지목하자 보수 세력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가짜 뉴스를 향해 칼을 꺼낸 것은 유튜브에서 보수 진영의 콘텐츠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데 대한 불편함이 작용했다는 게 야당과 보수 세력의 시각이다.

보수 성향의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중파 등 주류 매체에서 밀려난 보수 논객들은 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정부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여당은 이들의 비판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결사항쟁 의지를 내비쳤다.

당장 보수 세력과 개혁 세력의 신경전은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의 대치로 표출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단속 방침에 맞춰 법제화에 서두르고 있다. 당 차원의 가짜 뉴스 대책단도 지난 1일 박광온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꾸렸다. 이해식 대변인은 민주주의와 공동체 수호 차원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입법조치와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해 불필요한 추가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튜브나 SNS에서 제기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고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대출 의원은 유튜브 1인 방송 탄압의 전주곡으로 보인다며 법안 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개혁 세력과 정부·여당은 유튜브 방송 등 미디어에 대한 중립적이고 철저한 팩트체크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팩트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4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위 있는 팩트체크 기관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진흥재단 등 언론계 전체가 참여하거나, 학계와 연계한 팩트체크 기관을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섣부른 입법보다
공정한 기준 확립해야...

그러나 이 역시 현재로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해당 기구가 또 다른 규제와 여론 통제를 위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 네이버, 카카오의 뉴스 편향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기사배열공론화포럼과 같은 각종 기구가 생겼지만 편파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모든 언론사의 뉴스 검색 진입과 퇴출 결정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친문·친여 성향의 좌파·시민단체·언론학계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사실상 정부가 포털 뉴스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올해 초 발족한 기사배열공론화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인 조 모 위원과 시민단체 추천 몫으로 민언련 추천 송 모 교수, 경실련 추천 윤 모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보수 정당과 보수단체 추천 인사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온 의원이 주장하는 팩트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여론 규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 2013년 의원 30여 명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입법을 공동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우리 국민은 조금이라도 정부와 권력을 비판하고 자극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입막음을 강요받고 있다라며 말도 하지 말고, 글도 쓰지 말라고 권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최상위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현 정부의 가짜 뉴스 정책을 보수 재갈 물리기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역시 과거 MBN에 당사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자당 비판 보도에 대해서는 취재기자 출입금지령, 무더기 법적소송 등으로 대응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 홍준표 당시 대표는 “MBN에서 내가 류여해 전 최고위원을 수년간 성희롱했다고 보도했다이런 식으로 음해하는 가짜 언론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MBN의 당사 출입금지와 취재거부를 선포했다.

결국 가짜 뉴스 판별과 처벌 기준을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명확히 하는 절차가 선행되지 않고는 어떤 뉴스든 다 가짜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입법을 한다면 정치적 편향성이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노회찬 타살설등과 같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찌라시를 유포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라며 가짜 뉴스는 누구를 겨냥했든 근절돼야 한다. 다만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해 정부가 나서고, 별도의 입법까지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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