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이색 사업에 눈뜨며 거침없는 행보
신세계 정용진, 이색 사업에 눈뜨며 거침없는 행보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0-05 18:00
  • 승인 2018.10.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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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 ‘성인용품’부터 레스케이프 호텔 ‘자위기구’까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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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에 띤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픈한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과 지난 7월 개점한 첫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가 그것이다. 두 사업 아이템 모두 ‘성인용품’과 연관이 있어 화제가 됐다. 삐에로쑈핑에서는 공개적으로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레스케이프에는 자위기구가 기본 서비스용품으로 비치됐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으로 인해 신세계그룹의 성장세는 3대 유통그룹 중 단연 돋보이는 상황이다. 정용진의 광폭 행보가 드디어 빛을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대 유통그룹 중 성장세 돋보여…광폭 행보 빛 본다 해석도
돌출 행동으로 논란되기도…선도적 도입 잡음 해결이 관건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국내 3대 유통 그룹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중 자산 성장 측면에서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신세계 그룹이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감안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해석된다.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 이원화 사업구조 속에서 신사업 진출을 통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만 유지하던 사업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수는 39개까지 늘어났다. 신세계 그룹의 대표적 신사업 중 하나는 그동안 없었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다. 2011년 계열사로 처음 편입된 스타필드하남을 시초로 스타필드청라, 스타필드고양 등이 연이어 신세계 그룹의 새로운 계열사로 편입됐다.

2014년 이마트24로 시작된 편의점 사업은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며, 신세계 그룹은 현재 미니스톱 인수를 검토하며 편의점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가구, 주류, 화장품, T-커머스 등 다양한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마트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안에 지하 1~2층에 걸쳐 총 2513㎡(760평) 규모의 ‘삐에로쑈핑’을 처음 선보였다. 이곳은 ‘B급 감성 만물 잡화상’을 콘셉트로, 재미와 가성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며 금세 젊은 층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에 오픈 한 달여 만에 하루 평균 1만 명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매출 역시 당초 계획보다 140%가량 초과 달성했다.

‘성인’ 겨냥한  19금 마케팅 통한 듯

이곳에서는 곳곳이 빨간 문구로 도배된 성인용품 코너를 만날 수 있다. 삐에로쑈핑 내에서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곳은 방대한 상품군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조유라 삐에로쑈핑 매니저는 “성인용품이 일 300~4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주로 20~30대 커플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예전처럼 음지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 놓고 판매한 전략이 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9일 개점을 알린 레스케이프 호텔 역시 정 부회장의 야심찬 신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금까지 웨스틴, 쉐라톤 등 글로벌 체인 호텔을 운영해왔고, 독자 브랜드 호텔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레스케이프 호텔에는 자위기구가 기본 서비스용품으로 비치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 럭셔리 숙박시설에 성인용품이 기본으로 비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텐가코리아는 지난 7월 말부터 신세계 레스케이프 호텔에 자위기구를 공급 중이다. 객실마다 남성용과 여성용 제품이 한 개씩 유료 어메니티(서비스 용품)로 비치됐다. 남성용은 텐가의 에그시리즈, 여성용은 이로하 시리즈다. ‘러브 키트’라는 이름의 박스 형태다. 모텔에 일반적으로 비치돼 있는 콘돔과 같이 ‘자위기구’가 이른바 럭셔리 숙박시설에 들어간 건 극히 드문 경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 등 해외에는 자위기구가 비치돼 있는 호텔 등이 일부 존재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

잘나가다가 구설수 오르기도

하지만 국내에 없던 사업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만큼 파격적인 ‘성인용품’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잡음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먼저 삐에로 쇼핑에서 판매하는 ‘리얼돌(Real Doll)’이 구설수에 올랐다. 리얼돌은 인체와 흡사한 전신(全身) 인형으로 성적 대용품으로 쓰인다. 세관 당국은 풍속(風俗)을 해치고, 여성 수치심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리얼돌의 통관을 불허하고 있다. 삼성동 ‘삐에로 쇼핑’에 전시된 리얼돌 가격은 500만 원이다.

삐에로 쇼핑을 운영하는 이마트는 해당 제품이 ‘합법적’으로 수입된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산 리얼돌’을 국내에 들여온 성인용품 수입업체 측은 “2014년 7월 성인용품통관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생긴 뒤 매달 리얼돌을 심의 신청했고, 드디어 올해 허가를 얻어 냈다”면서 “정식 수입신고필증까지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정성 이슈는 가라앉지 않았다.

레스케이프 호텔에서는 식음료장에서 쓸 물품을 밀수하고 취업 비자도 없는 바텐더를 불법 고용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텔 측이 스페인에서 제작된 잔을 통관도 거치지 않고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식품 용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고 안전 검사도 추가로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도 무시하고 불법 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고용한 바텐더 한 명은 그동안 취업비자도 없이 불법 고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그룹은 “호텔 개장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다”며 “밀수해 온 칵테일 잔을 매장에서 치우고, 불법 고용 바텐더 역시 뒤늦게 비자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이 호텔을 1차 조사했고 관세청도 업장 용기 밀반입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유통업의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롯데그룹을 무섭게 추격해 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유통에 집중된 포트폴리오와 이를 뒷받침한 오너의 사업 확장 의지를 꼽는다. 총수 공백 등 내우외환을 겪느라 비상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롯데그룹과는 달리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신사업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잇달아 신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발생한 만큼 성급함보다는 신중함이 필요한 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사업 욕심으로 오히려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 이번에 호텔 개장에 맞추려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것이 도리어 화를 일으킨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로 잡음을 없애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