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중요하지 않다 내 모습 그대로, 날 사랑하자”

이영자 [뉴시스]
코미디언 이영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시각에 급격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꼭 날씬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내 모습 그대로, 날 사랑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 운동이 일명 아이 웨이(I WEIGH)’. 여성 외모 인식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론 반발 기류도 형성됐다. 한국 페미니즘이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영자, 방송서 수영복입어···상징적이라는 평가 잇따라

여성 외모에 대한 인식 변화···남성들도 동참한다

지난 8월 초 그룹 투애니원씨엘의 공항 사진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2009년 데뷔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날씬한 몸매를 보여줬던 그가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이 자기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부터 인신공격성 비난도 있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했다. 특이한 점은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씨엘의 현재 모습을 지지하는 글이 많았다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멋지다는 것이 지지 누리꾼의 중론이다. 몸무게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의 무대 퍼포먼스도 찬사를 받았다.

만약 씨엘의 과체중 사진이 몇 해 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른다. ‘여자 연예인은 무조건 날씬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비난 여론에 휩싸였을 것이고 심하게는 소속사가 공식 사과를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후 씨엘은 고강도 다이어트를 단행해 단 몇 주 만에 과거의 모습을 회복해 재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시각에 반발이 일고 있다. 꼭 날씬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내 모습 그대로, 날 사랑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여성 외모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모델이 시작

전 세계로 퍼져

코미디언 이영자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한 것이 상징적이라고 평가된다. 이영자는 내 몸이니까 스스로 더 당당해지기 위해 입었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은 이영자의 발언을 적극 지지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 일명 아이 웨이운동이다. 아이 웨이는 영국 출신 모델이자 쇼프로그램 진행자, 배우이기도 한 자밀라 자밀이 선도했다.

빼어난 몸매로 유명한 미국의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과 그의 자매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들 자매의 몸무게를 공개하고, 시청자에게 카사디안은 56kg이다. 당신은 몇 kg이냐고 묻는 문구를 내보내자 자밀은 발끈했다. 그는 이 때문에 아이 웨이 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밀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닫고 몸무게에 사로잡히지 말자면서 아이 웨이를 시작했다. 많은 동료 연예인과 여성들이 이에 공감하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I Weigh'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캡처
'I Weigh'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캡처

자밀은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 좋자 두 번째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며 아이 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 웨이 계정 팔로워 수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자밀은 또 카다시안이 식욕을 억제하는 막대사탕 모델로 나서자 어린 여성들에게 끔찍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포토샵 등을 이용해 얼굴과 몸매를 보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직하지 못하고 역겨운 행위라면서 사진 속 얼굴과 몸을 바꾸는 것은 여성 전체에 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아이 웨이 이전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가 있었다. 말 그대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는 의미로 아이 웨이와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iweigh’‘#bodypositive’를 검색하면 수백만 건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내 몸에 당당하며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아이 웨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본인의 신체 사진과 함께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적고 있다. 주로 자신의 취미나 직업, 성격 등의 내용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이 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남성들도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사랑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발 기류 형성

성 대결로 번지나

국내에서 아이 웨이나 바디 포지티브 역시 여자 연예인들이 이끌어가는 분위기다. 대놓고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체중 관리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집단에 속한 그들이 이른바 관리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최근 가수 에일리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체중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체중이 줄어드니까 목소리가 100% 나오지 않았고, 실력도 다 보여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에일리의 발언에 다수의 여성 누리꾼은 댓글로 옹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이 웨이 운동의 의미를 두고 날씬한 여성들에 대한 공격 수단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반발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한국 페미니즘이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일부 남성들은 자신들이 관리를 못하는 걸 그럴듯하게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비판한다. 일부 여성들은 나 자신을 위해 운동하고 체중 관리하는 여자들을 모두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매를 가꾸고 자기 자신을 성적 대상화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피해 의식일 뿐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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