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국군의 날 행사 생략, 생략, 생략!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일 건군 제7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은 오후 630분경 거행됐으며 야간에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국군의 날 행사 최초로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개최됐다. 또 매년 오전 10시경 거행되던 국군의 날 행사가 처음으로 야간으로 옮겨졌다. 행사들이 기존에 시행했던 방식과 달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없애고 연예인 축하공연을 실시한 것. 이 때문에 행사 축소논란이 일면서 북한 눈치보기’, ‘대북저자세 안보라는 비판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북한 눈치 살피고 비위 맞추는 것 정도껏 해라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속의 대한 국군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번 기념식에는 정경두 국방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군 주요지휘관, 유공장병, 국군UN참전용사 및 일반시민 등 35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기념식은 크게 4가지로 진행됐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 ‘태권도 종합시범’, ‘각 군의 전투수행 체계 시연’, ‘축하공연등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야간 에어쇼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번 기념식은 과거와 달리 현역장병들의 동원을 최소화하고 국군장병과 참전용사들이 국군의 날 주인공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전사 장병들의 특공무술 대신 태권도 시범과 미래 전투수행체계 시연이 이뤄졌으며 특히 눈길을 끈 행사가 있다. 가수 싸이의 축하공연이다. 식전식후 행사가 아닌 본 행사에 연예인 축하공연이 열리는 것 또한 처음이다.

이 같은 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해 장병들을 위한 축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공존한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기념식에서 빠진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게 국군의 날 행사냐

기자는 지난 1일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행사장 내부에서는 오전부터 행사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행사장 인근에서 북과 꽹과리 소리가 가득했다. ‘행사 축소논란을 두고 보수단체인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반발 집회에 나섰기 때문이다. 행사장 내외에는 경찰군병력이 집결해 삼엄한 경비를 펼친 상황이었다.

이들이 집회에 나선 것은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생략되고 연예인 공연으로 대체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다.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집회 회원들은 문재인 물러가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연신 외쳤다. 이들은 “(우리는 단순한)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아니다. (우리가 모인 것은) 이 나라의 안보를 위해, 북한 동포를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집회에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시)도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김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아주 잘 차려입고 좋은 건물에 들어가 앉아서 가수를 불러다 공연을 관람한다라며 이게 국군의 날 행사냐라고 지적했다.

대북저자세 안보

비판 잇따라

국군의 날 행사는 지난 1993년 이후 5주년 단위로 성대하게 거행돼 왔다. 65주년이던 2013년에는 전차, 장갑차, 미사일 등 첨단무기로 무장한 기계화부대 차량 37105대와 보병부대, 사관생도 및 특전사 등 4500여 명의 병력이 숭례문~세종대로 구간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작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는 처음으로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렸다. 당시 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의 핵심 자산을 대거 공개했다.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 현무-3 순항미사일, 에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 패트리엇(PAC-2) 요격미사일, 타우러스슬램-ER 공대지미사일 등은 전시하고, 사거리 800km의 현무-2C 탄도미사일도 처음 공개했다.

이는 국군의 발전된 모습높은 사기(士氣)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강력한 국방력을 과시해 군사적 우위대북 억제력을 보여줬던 조치다.

그러나 정부는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오전에 식이 진행될 때 다수 국민이 국군의 날 기념식을 시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생중계되는 기념식과 비교할 때 어떤 게 군 사기 진작에 유효할지는 언론이 평가해 달라면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대신 여러 대체 행사들로 기념식을 꾸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군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용산기념관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아무리 북한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려 해도 정도껏 하라고 힐난했다. 야당은 물론 여러 언론누리꾼은 대북저자세 안보’, ‘북한 눈치보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서울 도심에서 한다는 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국군의 날 행사 계획과 관련해) 훈령에 세세하게 내용이 담겨 있어 향후 행사지침이나 계획에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훈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군의 날 행사와 관련해 현행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는 제313(대규모 행사)와 제314(소규모 행사)로 규정해 놓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 때 분열과 시가행진을 생략하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기념식을 포함한 경축연을 진행해 스스로 훈령을 어겼다.

국방부는 훈련 세부 내용을 삭제 또는 수정해 상황에 맞는 행사를 기획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시가행진 또한 의무화하지 않고 장소도 제한을 두지 않을 계획이다. ‘5년 주기의 행사는 대통령 취임 첫해 대통령 주관 행사로 바꾸고 매년 국군의 날 행사 장소 역시 한 곳으로 한정짓지 않고 행사기획단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