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시원한 거’ 교묘히 바꿔···‘익명성 특성’에 수사 난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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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가 마약을 사고파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검찰청은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던 일반인들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마약류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사당국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은어를 교묘히 바꾸기도 한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사까지 쉽지 않아 총체적 난국인 모양새다.

전문가 마약 위험성 알리고, 공급의 근본적 대책 뒷받침돼야

# A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으로 알게된 한 누리꾼으로부터 마약을 구입하기로 했다. 판매자가 알려준 장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을 받아 집에서 직접 투약했다. A씨는 지난 2016년에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마약 판매자를 만나 약물을 구입한 뒤 투여한 바 있다. 결국 A씨는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25만 원을 선고받았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던 B씨는 자택에서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대마 오일을 손에 넣게 됐다. 유튜브를 통해 만난 누리꾼과 미국에서 국제통상우편을 통해 대마 오일을 수입하기로 공모한 것. 익명의 이용자는 미국에서 대마 오일을 국제 우편에 숨겨 B씨에게 배송했고 이 같은 행위는 2차례 이어졌다. B씨에게는 징역 2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인터넷SNS에 마약을 사고파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텔레그램딥웹 이용

공급판매처 파악 어려워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만 명선 이하였던 마약류 사범 인원은 201511916명으로 1만 명을 넘겼으며 이후 201614214, 지난해 1412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압수량은 258.9kg으로 2016년 대비 5.9% 증가, 주종 마약류인 메트암페타민은 30.5kg으로 6.2% 증가했다.

대검찰청은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던 일반인들도 인터넷SNS 등을 이용해 국내외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검찰청이 운영 중인 인터넷마약류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삭제차단을 요청한 게시물과 사이트는 지난해 7890건으로 전년 1439건보다 448%나 급증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가 계속 새롭게 등장하는 데다,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일부 SNS에 마약을 지칭하는 단어인 작대기’, ‘아이스’, ‘등을 검색하면 해당 관련 물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은어를 교묘히 바꾸기도 한다. ‘시원한 거’, ‘수울등으로 둔갑시킨다.

메시지를 보내 구매 의사를 밝히면 연락처 대신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성 높은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기 때문에 판매자나 공급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또 일반 검색 엔진(Search Engine인터넷에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으로는 찾을 수 없는 딥웹(Deep Web)’을 이용하거나 현금 추적이 어렵게끔 가상화폐를 구매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특정 계층, 특정 그룹만 마약을 접할 상황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마약을 사고팔 수 있는 매체 자체가 발달이 됐다. 익명성에 숨어 은어나 약어를 사용해서 채팅방 등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으로는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캠페인 강화가 제시된다. 인터넷상에 마약 매매 정보가 난무하는 만큼 경각심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단속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공항이나 항만에 마약견 배치를 늘린다든가 무작위 검색대 수를 늘리는 등 공급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4년 만에 2배 증가

대검찰청이 밝힌 마약류 사범 중 밀수밀매 등 공급 사범은 3955명으로 4000명선에 육박한다.

밀수 사범은 481명으로 지난 2016년 대비 25.6% 증가했다. 이중 국제우편특송화물 등 이용 밀수입 마약류 적발 건수는 2016300(21.87kg)보다 53건 늘어난 353(43.1kg)에 달했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여전히 9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 해 34개국 932명이 단속됐다. 국적별로는 중국, 태국, 미국 순으로 많았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120명이다. 4년 전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치료보호 인원은 330명으로 지난 2016252명 대비 30.1% 증가했다.

검찰은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불법 마약류 게시물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수집된 관련 정보는 분석해 추적 수사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1월 운영을 시작해 사이트게시글을 삭제하거나 삭제를 요청한다. 인지한 마약사범이 76명에 달한다.

대검 관계자는 대규모 유통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의율하고 범죄수익 몰수추징 등 범죄 수익 박탈로 수익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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