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10代들 술 취해 숨바꼭질하다 시비 붙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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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달 28일 술 취해 건물에 들어오려던 10대들을 제지한 70대 경비원이 그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치 4주에 이를 정도로 폭행 강도가 심했지만, 이들이 현행 소년법상 소년으로 규정되는 ‘만18세’이기 때문에 다소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현행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는 추세다.

 

-“너 죽여줘? 눈알 파줘?” 폭언, 전치 4주 폭행…A군 “술 취해 기억 안 나”
-범죄 수준 ‘성인’이지만…현행 소년법 만18세 규정 따라 처벌 강도 ‘글쎄’

 

70대 경비원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10대들의 이야기가 보도되면서 소년법 폐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당시 폭행 주동자였던 A(18)군과 B(18)군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A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전 4시 50분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의 상가건물 앞 인도에서 해당 건물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C(79)의 얼굴 등을 가격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지닌다. A군과 함께 입건된 B군에 대해서는 그 역시 폭행에 가담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 당시 C씨의 진술에 의하면 술에 취한 A군 등이 건물로 들어오려 하자 청소 중이던 C씨는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들이 자신을 상대로 구타를 시작했다는 것.


이에 대해 A군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함께 있던)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폭행을 한 것 같다”고 혐의를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B군은 “폭행하는 친구를 말렸을 뿐, 할아버지를 붙잡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며 폭행 여부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친구 사이로 올해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군 등은 C씨의 제지에 반발하며 그를 상가 밖으로 끌고 나가 폭행을 저질렀고, 이를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할 경찰서는 “건물 CCTV에 A군 등이 C씨와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C씨가 일방적으로 맞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빠 변호사”
조사해 보니 ‘거짓’

이 사건은 자신을 C씨의 손자라고 밝힌 어느 누리꾼 D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중 하나인 페이스북의 ‘수원 익명 대신 말해드립니다’ 페이지에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회에 드러나게 됐다.


그는 게시글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4명의 성인 남자들이 폭행을 시작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면서 “그 중 한명이 “우리 아빠가 변호사인데 너 죽여줘? 눈알 파줘?”라며 얼굴을 때리고 눈을 손으로 파서 (C씨는) 왼쪽 눈이 조금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C씨)는 (폭행으로 인해) 광대뼈와 치아가 부러져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상황”이라고 C씨가 A군 등에게 심각한 수준의 폭행을 당했음을 털어놨다.


이 글이 인터넷망을 타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돼 건장한 10대 남성이 70대 노인을 상대로 폭행했다는 패륜적인 태도에 많은 이들이 공분했다.


게시자는 계속해서 “할아버지(C씨)가 도망쳤는데 끝까지 따라와서 폭행했다. 할아버지(C씨)는 연세도 많고 위암 수술도 받아 건장한 성인 남자와 스치기만 해도 쓰러질 정도로 몸이 아프고 연약하다”면서 “(C씨가) 잘못한 것도 없고, (폭행 가해자들이) 술을 마셨다 해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C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가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버지가 변호사’라고 운운한 것도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됐다. 


D씨에 따르면 C씨는 그 말을 듣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돼 이들의 폭행에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당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가해자의 아버지는 변호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불구속 입건 이튿날인 지난 2일 A군과 B군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당시 A군은 “아버지가 변호사라고 협박한 적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B군은 폭행 사건이 생기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A군을 말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사건 당시 건물 밖에 있던 이들 두 사람의 일행 2명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실은 당시 동행 중 1명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당시 상황을 전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그 밑에 댓글을 이용해 “(A군이) 아버지가 변호사가 아님에도 거짓말을 한 건 확실하다”고 적었다.


그가 게시한 글에 따르면 일동은 술을 마신 뒤 장난 삼아 숨바꼭질을 했고, 그중 한 친구가 논란이 된 건물에 숨어들었다. 


A군은 친구를 찾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갔고, 이후 C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그 뒤 경찰들이 도착해 우리를 조사했고, 할아버지(C씨)가 그 자리에서 가해자(A군)만이 자신에게 폭행했음을 인정했다”면서 “가해자(A군)이 할아버지(C씨)에게 갑작스럽게 폭력을 행사한 이후 추가 폭력이나 폭언 등은 절대 없었다”고 썼다.

만18세 ‘소년’
솜방망이 처벌?

불구속 입건된 두 사람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D씨는 자신의 글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거론하면서 “(이들이) 미성년자로 처벌이 들어가고 술을 마셔 솜방망이 처벌이 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원 70대 경비원 폭행한 악마 18세들을 구속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소년법을 폐지하고 청소년 범죄자를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은 519명(5일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현행 소년법은 만19세 미만을 소년으로, 만10세 이상부터 만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 역시 ‘소년’으로 분류된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정의된다.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임을 고려해 이들을 교화하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명시된 부분이다. 이로 인해 소년에 해당하는 이들은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9월 11일 여론 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소년법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소년법 일부 조항 개정-처벌 강화’(64.8%) ▲소년법 전면 폐지-성인과 동일 처벌’(25.2%) ▲현행 소년법 유지 및 계도 강화(8.6%) ▲잘 모름(1.4%) 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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