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김신혜 사건’ 재심 확정…무기수 최초 사례
2000년 ‘김신혜 사건’ 재심 확정…무기수 최초 사례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0-05 19:15
  • 승인 2018.10.05 19:40
  • 호수 1275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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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청구 3년 만에 이뤄 낸 성과 ‘유의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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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 및 기타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는 비상수단적인 구제방법이다. ‘친부 살해혐의로 무기징역 형을 받은 김신혜 씨에게 재심이 확정돼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23살→41살…복역 18년 동안 일관되게 ‘무죄’ 주장해 온 김 씨

-법원 “직권 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인정, 수사 절차 위법성” 판단

 

지난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일명 ‘김신혜(41)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실시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18년, 재심 결정 3년 만에 비로소 재심이 가능해졌다. 이번 사례는 복역 중인 무기수의 첫 재심 확정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친부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인해 더욱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2000년 3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金 “당시 자백은
경찰 강압 때문에”

 

김 씨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0년 3월 7일 새벽 5시 50분께 전라남도 완도군 정도리의 버스정류장 앞에서 당시 53세였던 김 씨의 아버지가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김 씨의 아버지는 한쪽 다리에 불편을 겪고 있는 3급 장애인이었고, 당시 거주지는 현장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시신이 도로에서 발견된 점 ▲자동차의 파손된 방향 지시등 조각이 주변에 있던 점 등으로 인해 단순 뺑소니 교통사고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뒤 시신 부검 진행 결과 ▲시신에서 다량의 수면제와 알코올 성분(혈중 농도 0.303%)이 검출된 점 ▲외상 흔적이 없었던 점이 포착되면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김 씨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김 씨 고모부의 증언 ▲김 씨가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상해보험 8개에 가입한 사실 등 수상한 요소가 나타나면서 김 씨는 유력 용의자 물망에 올랐다.


사건 발생 하루 뒤 고모부의 권유로 자수한 김 씨는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당시 수사 당국은 보험금 수령 목적을 김 씨의 범행 동기로 봤다.


아울러 김 씨는 사건 발생 2달 전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자신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당시 김 씨는 ‘30알의 수면제를 양주에 타서 아버지를 살해했다’며 범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놨고. 그의 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살해 계획을 상세히 적은 수첩도 발견돼 그의 유죄 입증에 한몫했다.


하지만 그는 검증을 앞둔 상태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김 씨는 고모부가 자신에게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고 말해 자신이 동생 대신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밖에도 아버지의 성추행도 없었고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토로했으며, 모든 진술이 경찰 강압에 의한 것이며 수사 과정이 부당하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또한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자신은 진범이 아니므로 억울하다’고 토로하고, 교도소 징역 복무에 대해 “나는 죄가 없으니 그것을 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는 등 18년의 복역 기간에 꾸준하게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심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징역 복무란 수감자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노동을 뜻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가석방, 감형, 귀휴 등에 있어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이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다.

 

2014년 논의 시작해
4년 만의 재심 ‘확정’

 

자백 번복 등 김 씨의 지속적인 무죄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으로 인해 그는 기소 후 유죄판결을 받게 됐다. 


하지만 유죄 판결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대두됐다. 먼저 주요 범행 동기로 여겨졌던 보험금 수령 목적의 경우, 김 씨가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해 8개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이나 그중 3개가 해지된 상태였다.


나머지 보험의 경우 가입일로부터 2년 내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유형이었는데, 김 씨의 아버지는 2년이 지나기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수령인 역시 ‘공동 상속인’으로 김 씨와 이복 여동생, 남동생이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외에도 아버지에 대한 살해 계획이 담긴 수첩에 관해 김 씨는 ‘내가 쓴 극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연극배우였다는 점과 꾸준히 글을 써왔던 점이 이 주장에 무게를 보탰다.


이후 여러 언론 매체에서 이 같은 김 씨의 사연을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재심 촉구 청원 운동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2014년에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등의 재심 확정을 받은 박준영 변호사가 인권위원회에 요청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과 김신혜 재심 건에 대해 TF(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논의가 개진됐다. 


이후 2015년 1월 28일 대한변협은 무기수(당시 15년 복역 중) 김신혜에 대한 재심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기록, 재판 이후 발견된 증거들, 재판 이후 보다 인권적으로 바뀐 적법절차와 관련된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15년 전 수사 경찰의 반인권적인 수사가 형법상 직무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들은 “당시 재판 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들이 현재(당시 2015년)의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재심 청구 취지에 대해 밝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015년 11월 18일 김신혜에 대한 재심 개시가 결정됐으나 같은달 26일 검찰이 이에 대해 불복하면서 항고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광주고법은 지난해 2월 기각 결정했다. 이후 검찰 측은 2017년 2월 14일 재항고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긴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재심이 확정된 것이다. 


법원은 당시 경찰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한 것을 인정하고 ▲수사 절차의 위법성 ▲김 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함에도 불구, 영장 없이 범행 재연 요구 등을 문제 삼아 이 같이 판단했다. 재심 공판은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열릴 계획이다.


하지만 TF 구성, 변호사 비용 부담 등 2014년부터 김 씨를 도왔던 대한변협은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20일과 5월 10일 김 씨가 변호인 지정 철회서를 제출했기 때문.


이에 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당사자 본인이 (변호인 지정 철회서를) 제출한 것은 조금 이례적이긴 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