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 사라졌다 사과문 들고 나타난 판빙빙
2개월 간 사라졌다 사과문 들고 나타난 판빙빙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0-05 19:58
  • 승인 2018.10.05 20:22
  • 호수 1275
  • 6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세 혐의 벌금 9억 위안 달해…한화 약 1464억 원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중국 내 최고 인기 여배우로 손꼽히는 판빙빙이 탈세 혐의로 9억 위안(약 1464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무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판빙빙 탈세에 관한 폭로가 세간에 드러난 올해 6월부터 벌금형이 내려진 10월까지 그는 ‘미국망명설’ ‘출국 금지설’ ‘연금설’ 등 온갖 억측에 시달리기도 했다.

 

-벌금 납부 위해 아파트 41채 판다
-세금 탈세에도 중국 ‘탑’ 여배우 인기 몰이 유지할 지 주목

 

중국 최고 인기 여배우로 꼽히는 판빙빙(范冰冰·37)이 중국 정부ㅈ로부터 탈세 혐의로 한화 1464억 원 규모의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3일 중국 매체 신화통신에 의하면 세무 당국과 장쑤성 세무국은 조세징수법을 토대로 이날 판빙빙과 법정 대표 등에게 벌금 5억9500만 위안, 미납 세금 2억8800위안 등 총 9억 위안(약 1464억 원)에 가까운 세금과 벌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벌금의 세부 목록은 ▲출연료 이중계약 2억4000만 위안(390억여 원) ▲개인 작업실을 이용한 개인 보수 은닉 2억3900만 위안(399억여 원) ▲기타 불법 행위 1억1600만 위안(188억여 원) 등이다.


이 벌금은 당초 판빙빙과 대표업체 등을 상대로 부과됐지만, 사실상 모두 판빙빙과 연관돼 있어 홀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당국은 판빙빙의 탈세 행각이 처음인 점과 그간 세금 미납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헤아려 미공개 마감일까지 이를 제대로 납부할 경우 판빙빙이 형사상 처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중국 경제관찰보는 관련법상 판빙빙은 15일 이내에 이를 지급해야 하지만 납부액이 워낙 고액인 점을 감안해 세무 당국이 연말까지 늦춰줬다고 전했다. 


같은 날 판빙빙은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일종인 웨이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최근 나는 전에 없던 고통과 교만을 경험했다”면서 “내 자신이 한 행동을 매우 반성하며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 그는 “전력을 다해 세금과 벌금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중화권에서 인기 몰이를 하는 유명 여배우인 판빙빙의 재산은 70억 위안(약 1조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짧은 시간 안에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기는 까다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액 현금 마련
‘동분서주’

빈과일보 등은 지난 5일 ‘판빙빙이 아파트 41채를 팔아 세금과 벌금을 납부할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한 중국 내 온라인 매체 등에 따르면 평소 부동산 투자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판빙빙이 벌금 납부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량의 부동산 중 일부를 급매물로 처분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지난 8월부터 베이징 부동산에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 41채의 아파트 매물이 판빙빙 소유의 부동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매물은 ‘개인 소유로서 재산권이 명확하고 관련 대출도 없지만, 일괄 구매를 희망한다’는 조건을 전제하며,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 가량 저렴하게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물의 총가치가 10억 위안(약 1640억 원)으로 추정돼 이것이 모두 팔린다면 판빙빙은 미납 세금과 벌금 모두를 거뜬히 납부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기 스타로 부와 명성을 거머쥔 판빙빙은 그간 “재벌과 결혼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바로 재벌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재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을 바탕으로 홍콩 매체들은 “(판빙빙은) 세금 납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단기간에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판빙빙의 남자친구 리천(李晨·40)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판빙빙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고가의 자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내놓은 매물은 베이징의 전통가옥 쓰허위안(四合院)으로, 가운데에 정원이 있으며 사방이 벽으로 둘러진 형태의 집이다. 이 주택은 시세가 1억 위안(약 164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빙빙의 ‘작은공’으로
중국 연예계 ‘살얼음판’

판빙빙의 탈세를 겨눈 중국의 철퇴에 대해 많은 중국 매체들은 중국 연예계를 향한 당국의 경고성 메시지가 있다고 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신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4일 개제한 사평(社評)에서 “판빙빙에 대한 처벌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이는 중국 연예계뿐 아니라 중국 사회에도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의 법망과 과세망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면서 “누구든 요행을 바라다가는 언제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 세무당국 역시 연말까지 유명 연예인들이 탈세 등을 자수하고 세금을 자진 납부한다면 처벌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거쳐 불법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판빙빙의 탈세 의혹은 지난 5월께부터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난 5월 28일 전직 중국중앙(CC)TV 진행자인 추이융위안(崔永元)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1000만 위안(약 16억 3630만 원)의 출연료 ▲시나리오 수정권한 ▲불만족스러운 스타일링 수정 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판빙빙의 공연계약서 사진을 올렸다.


이튿날 그는 판빙빙이 ‘대소(大小)계약서(이중계약서)’를 써서 별도로 5000만 위안을 받아 4일간의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총 6000만 위안(약 100억 30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추이융위안이 올린 두 건의 게시물은 중국 누리꾼들의 이목을 받아 대략 일주일 사이 각각 8만여 건, 27만 여 건의 조회수를 나타내면서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이후 이중계약서나 탈세 등 중국 연예계 관행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고, 이에 세무 당국이 조사에 들어가게 된 것.


판빙빙의 개인기획사인 ‘판빙빙공작실’은 6월 29일 웨이보 성명에서 “추이융위안이 비밀계약을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판빙빙을 모욕해 상업원칙을 파괴하고 합법적 권익을 침해했다”면서 “판빙빙이 대소계약서 계약을 했고 4일간 출연료 6천만 위안을 받았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명예훼손 혐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추이융위안은 “나는 계약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없고 판빙빙은 공적 인물인만큼 내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중 앞에 나와서 사실대로 말하라”면서 설전을 벌이다 이후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연예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이중계약에 대한 의혹 제기는 좀체 가시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에 중국도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 29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보도에 의하면 중공중앙선전부, 문화여유부, 국가세무국, 광전총국, 국가영화관리국은 공동명의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연예산업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영화, TV쇼, 비디오스트리밍 사이트를 위한 음영상물 제작 등에서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 ▲주연 배우의 출연료가 전체 출연료의 7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규제를 내놨다.


이 밖에도 중국은 출연료가 합리적으로 지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제작사와 출연자간 계약서를 살펴보고 탈세 행위가 발각될 경우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뉴시스]
[뉴시스]

 

강제 감금, 미국 망명?
도마 오른 판빙빙 ‘행방’

판빙빙의 탈세 혐의보다 추후 그의 거취가 미연해지면서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의혹 제기로부터 1개월가량 흐른 지난 7월 28일 중국 경제관찰보는 판빙빙과 그의 동생 판청청(范丞丞)이 세금포탈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출국 금지 당했으며, 그 주변 인물들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같은 날 온라인에 올라와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공유됐으나 1시간 만에 삭제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시 판빙빙이 월초 한 아동병원을 방문한 후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은 점과 그의 개인 블로그에도 지난달부터 글이 게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판빙빙이 당국에 체포돼 조사 중이라는 군불을 지피는데 영향을 끼쳤다.


판빙빙의 묘연한 행방은 2주 뒤 중국 온라인 매체 신랑재경에 의해 전해졌다. 지난 8월 16일 이 매체에 따르면 판빙빙은 매니저, 소속사 회계 담당자 등과 함께 베이징시 소재의 반부차오(半步橋)초대소에 머물면서 당국의 조사를 이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초순 경 홍콩 빈과일보 등 일부 중화권 매체는 ‘yinke_us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의 트위터(SNS의 일종) 게시글을 인용하면서 판빙빙이 지난 8월 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해 지문을 찍고 입국 절차를 진행했으며, 기존에 보유한 L1 비자(주재원비자)를 ‘정치 보호 비자’로 변경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판빙빙 미국 망명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다른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는 미국 정부가 망명객을 대상으로 ‘정치 보호 비자’라는 것을 발급하지 않고, 망명 업무를 다루는 이민국 사무소 역시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애너하임에 위치하고 있음을 꼬집으면서 이에 대해 반론했다.


이처럼 2개월 동안 들끓던 판빙빙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지난 3일 그가 게시한 사과문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영화 ‘대폭격(大轟炸)’은 당초 올해 8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판빙빙의 탈세 사건에 연관되면서 상영이 연기됐다. 이 영화는 오는 26일 상영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판빙빙은 당국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밖으로 누설하지 말 것을 요구받아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베이징 자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