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산권’을 두고 오양수산 가족 간 골육상쟁을 지켜보는 재계의 시선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창업주의 상가에서도 고성이 오가며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큰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부모, 형제도 없는 ‘쩐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큰 아들을 제외한 가족들이 회사의 지분을 사조CS에 팔아넘기자 큰아들도 소송을 진행하며 가족 측과 사조를 상대로 법정 분쟁을 진행 중이다.
지분 매매를 둘러싸고 법정공방 중인 오양수산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오양수산은 고 김성수 회장이 타계 직전 보유한 지분 101만2848주(35.2%)를 127억원에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넘긴 것을 둘러싸고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과 오양수산 직원들이 반발하며 사조CS 사옥 앞에서 연일 매각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김명환 부회장 “적법하게 회사 운영했다”
이에 대해 오양수산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과연 개인의 재산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모든 직원들의 노력의 결과인데 개인 물건 처분 하듯이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명환 부회장은 비서를 통해 “본인은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서 바로 오양수산에 입사, 계속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며 “2004년부터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아 왔는데 이듬해인 2005년 14억8천 여 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누적적자를 가지고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기준이 될 수 없다”며 “현재 선박,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를 계산한 결과 1500억 원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조산업은 지난 12일 상속인들이 대상 주식 101만2848주 가운데 87만8656주를 매매계약 이행 차원에서 인도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앞서 사조산업은 지난 4일 고인과 미망인 등으로부터 보유지분 35.2% 전량을 매입하고 박길수 사조산업 대표이사 등이 장내에서 추가로 11%가량을 사들여 46.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사조산업이 오양수산을 인수한다면 맛살, 어묵 등 냉장식품 시장에서 1위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1천억 원 규모의 맛살 시장에서 오양수산의 게맛살 시장점유율은 14.3%로 사조의 계열사인 대림수산 15.7%와 합칠 경우 30%로 업계 2위인 동원F&B(15.2%)와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릴 수 있다. 또한 1위 업체인 한성기업과는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은 어묵이나 참치, 참치선망 등의 분야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사조산업은 낚시를 이용한 참치잡이 어선(참치독항)부문에서 사조CS, 대림수산과 함께 전체 어선의 35.6%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에 올라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그물을 이용한 참치잡이 어선부문에서도 전체 선단 내 18%를 차지하게 돼 전체 어선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동원산업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 브랜드 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냉장사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이 가장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라고 말했다.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상속인들이 일부 주식을 사조산업에 인도했지만 아직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김 부회장은 주권 인도 무효를 주장하며 ‘주권인도금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고 ‘지분매각 무효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고위관계자는 “주식이 거의 다 넘어온 마당에 ‘가처분 신청은 효력이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순순히 계약 이행을 하지 않으면 오양직원과 관계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사조 측은 현재 ‘계약이행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서 M&A가 무산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4일 사조산업은 오양수산 전체 지분의 41.83%(119만6296주)를 인수함에 따라 오양수산을 계열사로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한경재 오양수산 노조위원장 인터뷰
“끔찍한 시한폭탄 터진다”
“오양이 미국 아키스톰 공장에 500억 원을 투자해 매년 60여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오양일가에서 회사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지난 13일 한경재 오양수산 노조위원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물론 노조도 적자 등 부실경영으로 인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매각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사실 우리 회사의 인원구성도 문제가 있다. 특정대학 출신의 학연, 지연으로만 뭉쳐서 회사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김명환 부회장 측에서 회사지분을 미리 빼돌리고 직원들을 우롱했으면 나 또한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