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가 비상장기업으로 돈 벌기
‘후광효과’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10억원을 투자해서 불과 10년 만에 수 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수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사업수완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수완을 가진 사람은 사돈의 팔촌까지 혜택을 누린다.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재벌총수 일가다. 자신들이 경영하는 대기업 밑에 많은 비상장계열사들을 만들고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해서 막대한 매출을 올린다. 만약 이 기업들이 우량화돼서 상장된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만으로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기업들은 같은 업종 다른 기업들이 모회사와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페어플레이’ 자체를 불가능하게도 한다. 참여하더라도 전체 거래량의 극히 일부다.


비상장 계열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재벌 일가가 직접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모회사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모회사의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로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 일가 ‘재산 불리기’의 전형적 수법이다. 일반적으로 물량몰아주기식의 방법으로 안정적 매출을 올리지만 때로는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계열사는 실제로 재벌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알짜회사인 셈이다. 비상장계열사는 주주가 대부분 특수 관계인이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소액주주소송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일감몰아주기로 안정적 매출

대표적 가족경영(?) 기업인 GS그룹의 허씨 일가는 수많은 비상장계열사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 계열사들의 사업영역도 다양하다. 수입담배 도매업(삼양인터내셔널), 자동차 판매사(센트럴 모터스), 운동용품 도매업(마루망 코리아), 조명업체(알토), 옥산유통(유통업)등 생소한 이름들도 많다. 알토는 GS건설에서 안정적인 물량을 수주해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마루망 코리아도 GS가 운영하는 스포츠단에 물품을 공급해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GS의 후광효과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가 운영하는 물류업체 ‘마인트앤매인’도 SK측의 막대한 물량 몰아주기로 불과 몇 년만에 수천억원대의 회사로 발전했다고 재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들도 한화 S&C의 주요주주들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이 회사도 한화그룹 내의 IT관련 업무를 거의 도맡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완성품 제조회사의 특성상 그 밑에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동차부품에서부터 부품 유통까지 자동차와 관계된 계열사 이외에도 광고대행사, 건설업까지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엠코, 오토에버시스템즈(IT 계열사), 위스코, 이노션(광고대행사) 등 비상장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현대차와의 거래로 이미 어느 정도의 매출이 보장된 셈이다.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렌텍’은 정형외과용 신체보정기기를 만드는 회사인데 2000년에 설립해 작년에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됐다. 편입 당시 1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였다. 정성이씨의 남편은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故) 선호영 박사의 아들 선두훈씨다.

이외에도 효성, 코오롱, CJ 등 대기업들도 비상장계열사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물론 비상장계열사를 설립해 모기업의 후광효과를 본다 하더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이재용 전무는 e-삼성 등 비상장 IT계열사를 만들어 사업확장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비상장계열사는 매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외에도 상장시 재벌일가가 가지고 있는 보유주식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낳아 편법승계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차 노조 파업에 협력업체 속앓이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소식에 대해 협력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 측에 하청업체들의 피해를 고려해 파업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 조합과 현대·기아차협력사는 지난 22일 서초동 한국자동차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노조 등 금속 노조는 우리 자동차 산업계의 현실을 직시해 반(反) FTA 정치파업을 즉각 철회하고 정상조업을 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는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파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울산지역 300여개 현대차 협력업체들이 “한국의 대표기업인 현대차가 지난 성과금 사태 때의 기억을 잊고 또다시 명분도 약한 정치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경남 상의(商議)협의회 등도 일제히 FTA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의 정치파업 지침에 참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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