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언론관 해부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온 파장이 적지 않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민사회 단체, 언론단체 등이 한 목소리로 참여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번 논란은 그동안 누구도 쉽게 얘기하지 못했던 언론계의 고질적일 병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번 취재지원 선진화시스템 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본 곳이 또 있다. 다름 아닌 기업들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주요 취재 대상인 그들이 이번 논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 정부가 주장하는 언론의 폐단을 기업들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기업들은 그동안 느껴온 언론의 폐단이 이번 기회로 공론화되는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가운데서 삼성의 입장에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최대 기업이란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삼성의 대언론관이 여러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때마침 삼성의 기사삭제로 시작된 시사저널 사태도 1년을 맞았다.


삼성은 시사저널 사태나 신입사원 대언론 교육문건 유출 등을 통해 나타났듯이 언론동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기업이다. 수개월 전에 TV의 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됐듯이 기자관리에도 많은 정성을 쏟아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삼성은 정부와 언론과의 이번 싸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정책(기자실 폐지)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기자실 문제와 연관지어 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언론의 힘이 너무 세졌다”며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권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기업의 우수한 인재들이 몇 년 동안 고민하며 수립하는 계획들을 기사 하나로 (간단히) 비판해 버린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 관계자의 발언이라고 전제하지 않았다면 마치 정부 관계자가 하는 말로 들릴 정도로 정부입장과 비슷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7일 언론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애써서 정책을 만들어서 그걸 입안해서 발표해 내놓으면 내용도 잘 모르고 거꾸로 보도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권력집단이라 할 수 있는 삼성이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물론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언론의 특성상, 권력기관 입장에서는 언론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시사저널 사태 1년

삼성의 언론관은 삼성전자 신입사원 교육자료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3월 문제가 됐던 삼성전자 신입사원 교육자료 중 ‘기자를 만났어요’ 라는 부분에도 잘 나타나 있다. 당시 이 자료에는 ▲기자를 교육시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절대 기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라 ▲언론과의 싸움은 백전백패 ▲기자의 특성 : 가끔 무책임 보도 유혹에 빠져…‘DOG 저널리즘 갖고 있어’ 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번에 참여정부평가포럼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기자를 개로 표현한 만평과 비슷하게 ‘dog 저널리즘’으로 기자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사저널 사태는 삼성의 언론 대응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는 사실상 삼성 측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측이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에게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한 기사의 삭제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다.

이후 시사저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급기야는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노조원들은 노조 파업 기간 중에 삼성 계열사가 시사저널에 많은 광고를 집행하며 ‘은밀한 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광고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국내 언론 구조상 여기서 100% 자유로운 언론은 없다. 그러나 말로는 언론의 힘이 세졌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을 움직이려 드는 것이 삼성의 언론다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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