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퍼블릭×퍼블릭’ 공공미술 프로젝트 현장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퍼블릭×퍼블릭’ 공공미술 프로젝트 현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09) 서울의 공공미술

이순신 동상부터 각종 기념비, 빌딩 앞 조각품들…. 공공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갑자기 떡하니 들어선 조형물도 있고, 대체 왜 이곳에 이런 게 있나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수십억 원을 들여 논란과 화제 속에 조성되었지만, 어느새 잊혀져 흉물처럼 방치된 경우도 있다. 시민을 위한 작품이라는데, 지역 주민들도 알지 못하는 공공예술품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공공미술의 주인은 시민이란 생각으로 다양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2018 퍼블릭×퍼블릭 : 광장미술 “열림> 현장을 찾아, 공공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공공예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유럽의 도시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광장에 닿는다. 둘러싼 건축물만으로도 운치 있는 크고 작은 광장들. 그곳엔 켜켜이 쌓아온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 ​때론 멋진 분수대가, 때론 빼어난 조각이, 때론 거리의 예술가들이 멋을 더한다.

광화문 광장은 이와 같은 유럽의 광장들과 비교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삭막하고 조화롭지 못한 곳. 각종 구조물도, 주변 건물이나 풍경도 제각각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특히나 덩그러니 서 있는 조형물들이 삭막함을 더한다. 물론, ​사회·정치·경제·문화의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의 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비교하는 건 공정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공공예술의 의미를 되짚어 보기엔 또 이만한 곳이 없는 듯싶다. ​

오픈 스튜디오 ‘틀을 깨자’. 시민이 직접 공공미술작품을 완성하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오픈 스튜디오 ‘틀을 깨자’. 시민이 직접 공공미술작품을 완성하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8일, 대표적인 공공조형물인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동상 사이 광화문 중앙광장에선 예술마당이 열렸다. ​마치 평상들을 펼쳐놓은 듯한 프렉탈 나무 구조물을 중심으로, 하얀 돔 모양의 아늑한 공간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초록색 아치도 보인다.

안팎을 가로막는 경계도 없고 널찍이 띄어져 있어,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시선이 간다. 초록색 아치를 통과하며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어 달아두는 이들도 보인다.

하얀색 숲을 연상시키는 돔 안에선 비밀이야기를 적어 수풀 속에 숨긴다. 그늘막 아래에선 자신만의 오르골 소리를 찾아 귀 기울이는 이들도 보인다. 거울 기둥 앞에선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고, 숨 쉬는 듯 움직이는 목화솜 꽃밭에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오가던 아이도, 어른도, 청년도, 어르신도, 외국인 관광객도 걸음을 멈추고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퍼블릭×퍼블릭’ 공공미술 프로젝트 최현주 예술감독(좌), 오픈 게이트 ‘열려라 남북!’ 인증샷 남기는 시민들(우)

<‘퍼블릭×퍼블릭’ 공공미술 프로젝트 최현주 예술감독(좌), 오픈 게이트 ‘열려라 남북!’ 인증샷 남기는 시민들(우)>

“시민들이 와서 직접 참여해야 완성되는 작품입니다. 단어를 선택하고, 큰 목소리로 외치고, 소리를 만들고, 어느 장소에 어떤 소리가 필요할 것인가 고민하고 설치해 완성하는 예술 창작소이자 거대한 작품입니다. 광장의 대표적인 속성이 열림이라는 생각에서 회화나 조형물뿐 아니라 디지털 사운드, 캘리그래피, 공연 등 다양한 장르와 중견작가나 신진작가, 미술 전공 학생이나 시민 ​여러 주체들이 함께 채워나가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2018 퍼블릭×퍼블릭 : 광장미술 “열림> 최현주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흔히들 공공미술 하면 공공장소에 설치된 예술품을 떠올리지만, 이처럼 시민 누구나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공공미술의 중요한 축이다.

‘퍼블릭×퍼블릭’은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대표적인 시민 참여형 공공미술프로젝트다. 3회째인 올해는 특히 단순한 예술체험 교육과 달리, 시민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완성하는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단 생각이 든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완성된 작품들로 가득 채우기보다 비워두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시민이 주체로 예술적 상상을 즐길 수 있는 것 아닐까?

직접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좌), 이를 통해 완성된 작품 모습(우)

<직접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좌), 이를 통해 완성된 작품 모습(우)>

시민, 관람자가 아닌 공공미술의 주인으로

“특정 집단이나 계층, 갤러리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일상생활 공간에서 예술을 접할 기회를 넓히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미술 디자인 정책 비전이 ‘서울은 미술관’입니다.” 서울시 문화본부 디자인정책과 우성탁 공공미술사업팀장의 설명처럼 서울시는 2016년 ‘서울은 미술관’을 선언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예술 환경을 만들고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퍼블릭×퍼블릭’과 같은 시민 예술체험 행사뿐 아니라,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도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하며 도시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승차대, 지하철 역사, 동주민센터, 동네 골목 등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나가고 있다.

시민이 직접 공공미술작품을 심사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김승영 작가의 ‘시민의 목소리’ 작품

시민이 직접 공공미술작품을 심사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김승영 작가의 ‘시민의 목소리’ 작품

시민이 직접 심사해 공공미술 작품을 뽑기도 하는데, 서울광장에 전시할 공공미술 작품을 공모 선정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이 대표적이다. 전문가 심사로 추려낸 5개 후보작 중 전문가 심사단과 시민이 투표해 선정하는데, 지난해 김승영 작가의 ‘시민의 목소리’에 이어 김신일 작가의 ‘우리의 빛’이 전시 중이다.

내년에 전시할 3회 작품도 공모 중인데, 오는 10월 17일부터 접수받는다. 가양대교 북단에 세울 공공미술 작품 ‘서울의 시작’도 시민 투표로 선정한 대표적인 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현장형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대학 협력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서울시 소재 미술대학 교수와 학생팀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제안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안을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파동·서계동 일대, 작가 6명이 인근 주민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벽화로 녹여낸 ‘만경청파도’

<청파동·서계동 일대, 작가 6명이 인근 주민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벽화로 녹여낸 ‘만경청파도’>

지역 재생이나 지역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은 기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공공미술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대자인재단의 ‘서울디자인컨설턴트’ 사업이 대표적인데, 청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컨설턴트와 협력해 마을 현장에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해결점을 찾는다. 숙대입구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뒷길 청파로에 조성 중인 길이 185m의 벽화 ‘만경청파도’는 작가 6명이 인근 주민 30여 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녹여 냈다.

시민이 직접 서울 곳곳에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찾아다니며 스토리를 발굴해 알리고, ‘공공미술 지도’를 제작한 사례도 있다. ‘시민이 찾은 길 위의 예술’은 큐레이터 10명과 시민 약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발굴단이 공공미술작품을 찾아다니며 문제점과 개선 아이디어 등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를 발굴해 엽서나 책자 등으로 알리고, 서울 곳곳을 누비며 발견한 공공미술 작품 73개를 표시한 ‘공공미술지도’도 만들었다.

무르익어가는 가을, 길 위의 공공예술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각종 역사 인물 동상과 추모비, 위령탑이나 역사 기념비와 같은 과거 조형물부터 ‘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조성된 공공미술작품까지, 공공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이왕이면 시민발굴단이 제작한 공공미술지도을 벗 삼아 다녀보자.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공공미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 출처 =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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