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샐러리맨의 신화’ 차용규 둘러싼 미스터리 행적추적

최근 경제계에는 두 가지 의문이 일고 있다. 첫 번째는 1조원의 재산을 보유 중인 억만장자인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이사의 국내 복귀설이다. 다른 의문은 삼성과 카작무스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해외 유명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의 진위여부다. 두 가지 의문이 함께 다뤄지고 있는 이유는 차용규씨가 카작무스에 투신하기 직전까지 삼성물산의 간부였기 때문이다. 또 삼성은 지난 2003년까지 쓰러져 가던 카자흐스탄 구리 생산업체인 카작무스를 위탁 경영했다. 카작무스는 차용규씨의 경영으로 2005년 영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세계 10위권 구리 생산업체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차씨는 지난 4월 돌연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내 사업 복귀설이 대두됐다. 차씨 복귀설은 재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의 주식 매각 금액이 1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해외 유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삼성과 카작무스, 차용규의 관계가 담긴 정보가 나돌기 시작하면서 차씨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차씨는 올 3월 미국 유명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에는 영국 ‘선데이타임즈’가 선정한 ‘영국 1000인의 부자’ 중 60위를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차씨가 상속 재벌과 달리 일반 회사원으로 출발,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된 인물이라는 점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가운데 올 4월 해외 언론을 통해 차씨가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을 그만 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차씨의 사퇴는 이미 2년 전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이후 공식회의 불참이 많아졌으며 블라디미르 김 카작무스 회장과의 주식 거래가 이어졌던 것이다.

차씨는 지난해 초 발간된 2005년 결산 보고서를 통해 “더 이상 대표이사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김 회장도 지난해 2·4분기 결산 이사회 자리에서 “카작무스는 (차씨가) 연말부터 이사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그의 활동을 통해 이익을 계속 창출할 것”이라며 차씨의 사퇴를 공식화했다.

차씨는 올 4월 1조원에 이르는 보유 지분을 모두 블라디미르 김 회장에게 매각하고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차씨는 주식매각 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재계에서는 1조원이 넘는 주식 매각 금액의 행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5월 카작무스 관계자와 이메일을 통해 차씨의 행방을 문의했지만 대답을 받지 못했다.


국내 복귀설과 갑작스런 연락 두절

차씨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표이사직 사퇴와 향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차씨의 선택은 국내 복귀였다.

이는 차씨의 가장 가까운 동료인 블라디미르 김 회장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김 회장은 차씨의 대표이사 사직을 앞둔 지난해 7월 2·4분기 결산 보고서를 통해 차씨의 국내 복귀를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김 회장은 “차 대표는 우리(카작무스) 경영의 핵심이다. (차 대표는) 이미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타임즈는 올 4월 차씨의 주식 매각에 대해 ‘차씨가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작무스를 그만 둘 계획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차씨는 올 4월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후 카작무스가 작성한 문서에서 차씨의 이름은 사라졌다. 주식매각 후 국내 복귀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차씨는 국내 경제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씨는 3개월이 넘도록 공식적인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는 주식매각 후 연락을 끊고 자의적으로 잠적한 것이었을까.

본지 취재결과 차씨는 지난 4월 카작무스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한 후 국내 지인들과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씨가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을 뿐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차씨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5월 영국에 거주 중인 차씨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는 모교와의 통화를 통해 자신의 뉴스가 동문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으며 국내 복귀를 언급했다는 것이 동문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차씨와 학교 측은 수차례 통화를 했고 귀국 후 학교 측과 만남의 자리를 갖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학교 측은 전화연락을 통해 차씨에게 총장과의 만남을 제의한 것으로 동문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차씨는 6월 중순 귀국한 후 학교 관계자와 만남의 자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강대 동문회 한 관계자는“차씨와 학교 측이 계속 연락을 취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와 모교의 연락은 현직 고위 외교관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지난 4월부터 차씨에 대한 언론보도로 동문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조윤제 주 영국대사를 통해 영국에 거주 중인 차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고 동문회 관계자는 밝혔다.

조윤제 대사는 차씨와 같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난 1997년부터 6년간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학교 측과 차씨와의 연락이 돌연 두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문회에 따르면 차씨가 지난달 사용 중이던 국내외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바꿨으며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문회 관계자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차씨의 재산이 소개된 후 차씨에게 기부를 부탁하는 전화가 빗발쳤다는 소문이 있다”며 “국내 복귀를 앞두고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삼성중공업, 카작무스 지분 소유?

최근 경제계에는 최씨의 연락두절과 함께 삼성과 카작무스의 관계를 명시한 정보에 대한 의문이 나돌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세계 굴지의 구리 생산업체인 카작
무스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의 진원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인‘엠밴디(www.mbendi.co.za)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엠벤디는 카작무스의 주식 42%를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중공업 소개란에서도 카작무스와의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차용규씨가 회사 부회장으로 명시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계 일부에서는 이 정보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가 사실이라면 삼성이 지난 2003년 카작무스 주식을 전부 매각하고 물러났다는 발표를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진위여부에 따라 삼성출신 억만 장자 차씨가 카작무스 업무를 맡고 있으며 삼성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음을 밝혀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측은 잘못된 정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주식 중 카작무스의 것은 1주도 없다”며 “거짓된 정보이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3년간 발표된 삼성중공업과 카작무스의 주식과 관련된 보고서에는 서로간의 주식 보유를 명시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같은 굴지의 상장기업이 해외 대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정보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씨의 국내 복귀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경제계에서 복귀 시점과 사업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
편 차씨는 영국 런던 남서쪽 지역인 푸트니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녀 2명이 현재 영국 내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용규 누구인가?
뚝심과 끈기로 이룬 10년 ‘억만장자의 신화’


차용규씨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지난 1995년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점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차씨는 알마티에서 근무하면서 특유의 뚝심을 발휘한다.

삼성물산 알마티 지점 근무 당시 소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마피아가 차씨와 동료들에게 들이 닥쳤다. 마피아들이 삼성물산의 위탁경영 사실을 알고 카작무스가 진 빚을 받기 위해 찾아 온 것이었다. 차씨는 마피아의 협박이 몇 달째 이어졌지만 지점을 끝까지 지켰다. 차씨는 결국 마피아와 협상을 타결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씨의 뚝심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카자흐스탄은 당시 몰락위기에 놓인 국영기업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결정했고 삼성물산이 공개입찰을 통해 회사 경영을 맡는다. 이후 카작무스는 2억5000만달러 이상의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구리 생산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차씨는 삼성물산 위탁경영팀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했다. 이후 차씨는 초고속 승진의 행운을 안는다. 그는 1998년 부장, 1999년 상무이사보로 승진했다. 또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는 카작무스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 준다. 차씨는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경영권을 포기한 2004년 회사를 그만 둔다. 이후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카작무스 주식 45%를 사업 파트너인 블라디미르 김씨, 올레크 노바척과 함께 인수한다.

이후 차씨는 카작무스의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회사를 세계 굴지의 구리 생산업체로 키운다. 또 지난 2005년 8월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 시가총액 100억 달러의 초우량 기업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에 명함을 올렸다. 차씨가 런던 증시 상장과 함께 보유한 회사 지분은 15.6%. 시세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양이었다. 국내
외 언론들이 차씨의 성공신화를 다루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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