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금호종금 매각 막후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융계열사 2곳 중 하나인 금호종합금융(이하 금호종금)을 우리FEF(사모투자전문회사)에 매각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 매각이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와 경영권을 우리FEF에 넘기고 금호그룹은 제2주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갔다고는 하지만 발을 반쯤 담그고 있는 모양새다. 금호그룹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서 우리FEF의 금융업 경영능력을 활용해 금호종금을 키우려는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금호 측의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금호그룹과 우리 FEF 사이에서 “금호그룹이 3년 뒤에 금호종금을 재매입한다는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 나오고 있다.


금호종금은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710만주의 신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발행한 신주는 우리금융지주에서 세운 사모투자전문회사인 우리FEF가 전량 인수했다. 이에 따라 우리 FEF는 금호종금 전체 지분의 41.43%를 가지는 대주주에 올라섰으며 경영권도 함께 물려받았다.

최대주주였던 금호아시아나의 지분율은 기존 48.42%에서 28.27%로 줄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금호종금은 금호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의 합이 30% 미만이면 계열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금호종금에 포진해 있는 금호그룹 출신 임원진은 8월 중에 교체될 예정이다.


이면계약 시나리오

그러나 금호그룹과 우리FEF 사이에 맺은 계약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계약조건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FEF가 금호종금을 안정화시켜 3년 뒤에 금호그룹에 재매각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금호그룹 내에서) 처음 금호종금 매각작업이 이뤄질 때는 완전매각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그룹 수뇌부에서 이를 매각 후 재매입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두 계약당사자들은 3년 뒤의 주가를 예측하고 주가 최저 한계선을 정해놓았을 것이라고 한다. 3년 뒤 주가가 이보다 높은 경우에는 (금호그룹이) 시가로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으며 이보다 낮은 경우에는 합의한 최저한계가로 매입하기로 했다는 것.

시나리오대로라면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30%에 가까운 지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남는 장사에다, 주가가 오른다면 이는 곧 경영실적이 호전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수익원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생각처럼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해도 현재 금호종금이 내고 있는 순이익이 18억원에 불과해 그룹 전체의 매출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FEF의 이인영 대표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금호종금의 가치가 높아지면 다른 금융사로 매각하거나 인수ㆍ합병(M&A)을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것이 금호그룹일지는 계약 당사자들만 알 수 있다.


금호종금 “이면계약 없다”

이러한 ‘설’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들은 일단 부인하고 나섰으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FEF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겨 궁금증을 키웠다.

금호종금의 변정석 팀장은 “금호종금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산분리법에 따라 모기업이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면계약은 없었고 다만 우리FEF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각할 때 금호그룹 측과 상의는 해야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조영석 팀장은 “현재 국내에 종금사가 두 개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종금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라며 “우리 FEF의 노하우를 통해 종금사를 운영하기 위해 경영권을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조팀장은 이번 계열분리가 지주회사 전환과정이라는 항간의 언론보도에 대해서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 FEF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특성상 당연히 몇 년 안에 금호종금을 매각할 것”이라며 “계약내용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담겨있지만 이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며 이면계약 의혹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LG, ‘한국코카콜라’ 인수

LG생활건강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회사 측은 “코카콜라아마틸(CCA)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상에 들어갔다”며 “최종 조건은 매매계약서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최종 매매가격을 4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차입금을 제외하면 약2800억 원 가량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CCA는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정부 승인 및 양측 이사회 승인이 날 경우 오는 9월 말 이전에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료업계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가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할 경우 음료업계의 2위 자리를 단숨에 차지하며 이전보다 더욱 강한 영업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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