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CJ가 연이은 비보(悲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력사업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영화실패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식음료 사업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계열사에서 비보가 날아들고 있는 셈. 미디어 사업과 식음료 사업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이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CJ가 ‘전공분야’에서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CJ를 지켜보고 있으나 정작 CJ는 태연하다는 반응이다.


CJ계열사인 CJ푸드시스템은 지난 2001년 인천공항이 개장한 이래 공항 내의 식음료점 사업권을 두산 계열사와 양분해 운영해왔다. 지난 2월말로 사업권자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측은 입찰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공항내 식음료점은 사업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첫 관문인 공항에 위치했다’는 상징성 때문에 식음료업체들사이에서는 일종의 ‘전쟁터’와 다름없는 곳. 때문에 국내의 내로라하는 식음료 관련 업체들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여왔다.


4개 사업권 중 하나도 못 건져

지난달 말 사업자가 선정되기 전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그동안 사업을 진행해왔던 CJ와 두산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CJ 측도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와 토종기업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사업권 재확보를 자신해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CJ는 입찰에 참여한 4개 사업권 중에서 단 한 곳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CJ는 7개 사업권역 중 4개 입찰에 참여한 최다 참여회사
다.

3개로 나눠진 식음료점 사업권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그룹’과 풀무원이 참여한 ‘아모제 컨소시엄’, 두산 계열의 ‘SRS 코리아’에 밀렸으며, 패밀리레스토랑 사업권은 ‘라이온스’(베니건스)에 밀렸다. 특히 식품 분야에 절대강자라고 여겨왔던 CJ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함께 운영해왔던 두산은 선정됐다는 점이나 SPC 그룹, 아모제 컨소시엄 등 신생업체와 다름없는 곳에 밀렸다는 것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그간 제빵·제과 사업이나 식품원료 사업을 해 오기는 했으나 식음료사업은 처음이다.

CJ는 현재 중국, 홍콩, 일본 지역의 몇 개 공항 식음료점에 진출해 있으나 정작 자국 내의 공항에서는 6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도 탈락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사업자 발표 뒤에 공항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CJ가 운영하는 음식점이 이렇다 할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항입주 업체로서는 적격이 아니라는 말들이 오고가기도 했다”는 것이 이 분야 관계자들의 전언.


영화에서도 ‘참패’ 이어져

또 다른 주력사업인 미디어사업도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배급사 규모로 작년 1위를 차지했으나 실제 편당 관객동원율이나 수익률에서는 2위 쇼박스에 뒤졌다.

올해 CJ가 참여한 영화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놈목소리’, ‘일번가의 기적’ 등 한 두 편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쓴 맛을 봤다. ‘마파도2’, ‘이장과 군수’, ‘좋지 아니한가’, ‘동갑내기 과외하기2’ 등 CJ에서 야심차게 제작에 참여한 영화들이 줄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 특히 작년 1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중천’의
실패가 무엇보다 뼈아팠다.

이러한 영향은 고스란히 올해 개봉하는 대작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주제로 만든 영화 ‘화려한 휴가’의 개봉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18일을 전후해 개봉했어야 할 영화가 7월 중순에서야 개봉을 하게 된 것. CJ측에서는 외국 대작들이 많이 들어와 개봉시기를 늦췄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말에는 ‘이 영화마저 실패한다면 CJ가 받게 될 타격이 적지 않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CJ 측 “사업, 잘 되고 있다”

게다가 CJ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CMS 인증을 신청했지만 기준에 미달해 보류 조치를 받았다. CCMS는 기업의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구제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식음료업체에는 신뢰성을 보장하는 공정위의 도장과 같은 것이다. 풀무원 등 업계 후발 주자들은 인증을 받았으나 정작 CJ는 받지 못했다.

문제는 CJ를 보는 내외부의 시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소위 증권가 정보맨들로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CJ가 나사가 풀린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CJ측은 전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CJ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공항 식음료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졌다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며 “영화도 외국대작들에 밀려 개봉시기를 늦춰 잡았을 뿐 작년 영화실패의 후유증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CJ의 최근 사업은 더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외부의 지나친 기우일까? 내부의 불감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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