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는 학력위조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거짓말’,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겸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에 관한 거짓말이다.
그녀의 거짓말이 정말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미술계와 학계는 물론 사회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난장판이 됐다. 여기저기에서 그녀의 10년 간 미스터리 행적들에 대한 진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충격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대기업 금호와 쌍용이 운영하는 금호 및 성곡미술관, 100년 전통의 동국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광주 비엔날레까지 모두 몸집이 작은 한 고졸 출신 여성의 발칙한 사기극에 당했다. 그녀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미술관계자, 학계, 언론까지 모두 할 말을 잊었다. 서울대 중퇴에 캔자스대 학·석사, 예일대 박사라는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의 모든 학위는 신기루같이 허위로 밝혀졌다. 자신을 신다르크라며 미술계의 잔다르크라고 불리길 원했던 전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일각에서는 배후에 엄청난 세력이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배후가 없었더라면 감히 해낼 수 없었던 ‘일’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남의 부유층 자제라며 앞으로의 꿈이 국립현대미술관장이라던 기막힌 거짓말 일지. 그것을 통해 재계와 미술계, 그리고 우리나라 전반에 펴져있는 학력위주의 병폐를 뒤돌아본다.


그녀는 자신이 위조한 허위 학력으로 대기업의 큐레이터, 교수에 이어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될 줄 알았을까. 신씨가 1997년 캔자스 주립대 허위 학·석사 졸업증을 가지고 금호미술관을 찾았을 때 그저 아르바이트 지원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에게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엄청난 행운이 뒤따른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계의 불행의 신호탄이었다.

전시장 영어 안내 아르바이트 지원자에 불과했던 그녀는 단지 미술에 관심이 많고 영어를 할 줄 알았던 여고 출신의 허영심 많은 20대 아가씨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용돈이 급했을지도 모르고 그저 미술작품이나 실컷 보고자하는 욕심에 자신의 신분을 지나치게 부풀렸는지도 모른다.


금호미술관 통역 아르바이트 인생유전 본격 개막

그러나 금호미술관의 큐레이터 2명이 관장과 다툰 뒤 공석인 자리를 그녀가 차지하게 됐고 인생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 행각은 바로 들통 나고 말았다. 2000년 그녀가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 때 내부에서 학력 조작의혹이 끊이지 않고 나돌기 시작했다. 금호그룹 고 (故) 박용성 회장이 예일대 총동문회장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예일대 학위에 대한 확인이 가능했으며 사실을 확인한 재단은 그녀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이에 그녀는 2001년 금호미술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쌍용에서 운영하는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의문점이 발생한다. 그녀의 허위 학위여부에 대해 알았던 금호미술관측은 ‘왜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다. 이에 대해 미술계 한 관계자는 “그녀의 허위학위가 알려지게 된다면 그동안 명성을 쌓았던 금호미술관의 명성에 먹칠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성곡미술관 관계자도 기자와 이메일 통화를 통해 “신 실장이 아직도 성곡미술관의 실장으로 소속중이며 처음 임용당시 본인이 제출한 이력서를 그대로 믿었다”며 “전 실장의 추천으로 온 것이고 업무자체도 원만하게 수행했기에 학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 밝혔다. 또 “현재 전화기가 꺼져있어 연락이 되지 않으며 사건이 보도된 시점이 출장기간이라 본인의 해명이나 심경을 들은 바가 없어 사표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은 직접 만나 결정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 미술관장이나 큐레이터라는 직함은 총수의 부인 혹은 딸들이 직접 운영하는 등 기업에서 내주는 가장 좋은 안방자리다. 이에 일각에서 신씨가 차후 금호그룹의 며느리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그 이유다.

이어 그녀의 비운일수도 있는 행운은 계속된다. 그녀의 나이 33살에 2005년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된 것이다. 그야말로 미술계에 현대판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그러나 당시 그녀의 임용과 관련, 온갖 의혹은 더해졌다. 현재 전등사 주지인 장윤스님이 그녀의 조교수 임용과 관련 허위학력 의혹을 제기했다가 해임됐으며 동국대 이사장이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 스님은 모 신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허위학력 의혹을 제기하자 임용택 현 이사장이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겠다’며 신 교수의 학위는 진짜라고 이사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해고되기 전날 신 교수와 임 이사장이 서울 조선호텔에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그때 결정적인 이야기가 나돌았던 것 같다고 밝힌 것. 또한 그는 2006년 윤동천 서울대 교수에게서 신 교수의 논문이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으며 예일대 졸업자 명단에도 없음을 최종 확인하고 정식문제를 제기했다가 그 같이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고 주장했다.


동국대 모 이사는 학력위조 밝히다 해직

이에 대해 동국대측은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신 전 교수가 임용당시 성적증명서 등 각종 서류제출에 대해 ‘없으면 안 되냐’고 차일피일 미뤘다” 며 “결국은 예일대 총장 명의로 된 석·박사 학력확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교수로 임용되자마자 6개월간 휴직을 했고 이후 1년 6개월 동안 조교수로 재직했다” 며 “재직시 학생들의 교수강의 평가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고졸 출신의 한 여성이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자리까지 오르게 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불거진 10년간의 허위학력조작사건. 미술계에서는 제2의 의료계 황우석 박사사건이 재현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금호, 쌍용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조차 통한 것은 그녀의 허위학력증명서였다. 신씨는 용감하다 못해 무모했고 학력만을 믿고 그녀를 고용한 재계, 미술계는 아둔하다 못해 미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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