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 뒤집어졌다, 카를로스 슬림, 678억 달러 1위

‘내가 세계 최고 갑부다.’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미국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가 됐다. 오랫동안 최고 갑부를 꿈꾼 게 아니라 자고 나니 주식 가격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최고 부자의 자리에 있었다.
영국 BBC는 지난 3일 멕시코의 금융전문 사이트를 인용,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호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빌 게이츠가 아쉽게도 세계 1위 부호 타이틀을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의 금융 사이트 ‘센티도코문’은 카를로스 슬림의 재산이 678억 달러(약 62조원)로 빌 게이츠의 592억 달러보다 86억 달러가 더 많다고 보도했다.

카를로스 슬림의 재산 678억 달러는 멕시코 국민총생산(GDP)의 7%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재산이 GDP의 7%가 된다는 것은 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세계 최고 부자의 꿈을 이룬 카를로스 슬림은 그가 3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 모바일의 주가가 최근 3달 동안 27%나 치솟아 빌 게이츠를 한 방에 보낼 수 있게 됐다. 텔멕스의 주식도 11%가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빌 게이츠가 자랑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가는 6%가 오르는데 그쳤다.

세계를 놀라게 한 카를로스 슬림은 남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아메리카 모바일, 전화회사 텔멕스, 무선전화회사 텔셀 등 남미의 통신 업계를 쥐고 있다. 그는 또 금융회사인 인부르사 파이낸셜과 금융 소매 요식업까지 거의 모든 업종에 진출한 카루소 그룹도 휘하에 두고 있다.

텔멕스는 멕시코 유선전화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텔셀은 이동통신 시장의 80%를 파고들고 있다. 이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으니 세계 최고 거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불과 3달 전인 지난 4월 그의 재산은 531억 달러로 2위로 발표되었다. 당연히 1위는 13년째 아성을 지키고 있는 빌 게이츠로 560억 달러였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29억 달러에 불과했다. 3위는 마이다스 손으로 통하는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으로 5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일요경제’는 “1위와 2위의 차이가 29억 달러, 2위와 3위 차이가 9억 달러다. 29억 달러나 9억 달러는 세계의 부호들에게 결코 큰 숫자가 아니다. 빌 게이츠로 볼 때는 언제나 추격당할 수 있는 위험한 숫자이고 카를로스 슬림이나 워런 버핏에게는 사업만 하나 잘 되든지, 주식 가격이 오르면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숫자다”라고 보도 한 바 있다.

지난 1년간 이들은 엄청난 재산을 늘렸다. 빌 게이츠 재산은 지난해 500억 달러에서 560억 달러로 60억 달러가 늘었다.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선두를 지켰지만 악몽의 7월을 잘 넘기지 못했다. 13년째 지켜온 세계 최고의 아성이 아쉽게 됐다.


남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올 초 2위였던 카를로스 슬림은 지난해 300억 달러로 3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1년 사이 231억 달러가 늘어난 531억 달러로 만들었다. 여기에 또 86억 달러를 늘렸다. 돈 늘리는 게 보통 사람의 밥 먹기보다 더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 사람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빌 게이츠를 누르고 세계 최고 갑부 소리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마음속에는 최고 갑부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면서 한편으로는 미국보다 턱없이 못 사는 멕시코에 기쁨을 안겨줄 야망을 품었고, 그 야망이 이번에 이루어진 것이다. 주식가격이 그를 세계 최고의 갑부 자리에 올려놓았다.

카를로스 슬림과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랭킹 3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워런 버핏도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증권과 펀드 등 투자의 도사인 그에게도 올 한 해 동안 시장 상황만 좋다면 세계 최고 갑부의 야망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이 통신주가 올라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것처럼 워런 버핏도 투자만 성공하면 얼마든지 뒤집기를 할 만하다.

여기서 관심은 빌 게이츠가 과연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카를로스 슬림이 최고 갑부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를로스를 갑부로 만든 통신주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데다 주가도 통신주처럼 크게 오를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빌 게이츠가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주가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떼돈이 들어오는 사업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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