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동영상 있어요?”…2차 가해하는 ‘리벤지 포르노’ 소비자들
“구하라 동영상 있어요?”…2차 가해하는 ‘리벤지 포르노’ 소비자들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0-09 16:41
  • 승인 2018.10.09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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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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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걸그룹 카라(KARA) 출신 구하라(27)씨와 전 남자친구 최 모(27)씨의 쌍방폭행이라고 알려졌던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맞았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런 사건은 두고 봐야 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여론은 '동영상' 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구 씨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 씨와 최 씨가 다툰 새벽, 최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구 씨에게 30초, 8초 분량의 성관계 동영상 2개를 전송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리벤지 포르노 유포자를 엄격히 처벌하자"며 강력한 처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란 디지털 성범죄의 한 종류로,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성관계 동영상이나 성적 내용이 담긴 사진을 사이버상에 유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이던 구 씨는 최 씨에게 강요와 협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경찰에 냈다. 경찰은 기존에 진행하던 폭행 의혹 수사와 이 의혹을 병합해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최 씨는 자신이 협박할 의도로 동영상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구 씨가 먼저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해 불법촬영이 아니며, 영상을 구 씨에게만 전송했을 뿐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유포 시도를 한 일도 없다는 게 최 씨의 입장이다. 두 사람이 촬영하고 단순 보관한 영상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리벤지 포르노라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여론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미비하다는 태도를 취한다. 두 사람이 상해를 입을 정도로 심하게 다툰 상황에서 남성이 성관계 동영상을 보낸 행위 자체가 여성에겐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근거로 삼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벤지 포르노 유포자를 강력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여론이 들끓는 모양새다. 관련 청원은 올라온 지 4일째인 지난 7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구했고, 지난 8일 오후 4시 기준 21만7000명 이상으로 인원수가 증가했다.

청원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가 세상에 나온 지 몇 십 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네가 조심했어야지'와 같은 2차 가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며 "리벤지 포르노를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형에 처해 달라"고 토로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개최된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도 최 씨의 이름이 거론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며칠 전 한 남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양심을 품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사회는 '그런 사람을 만난 네 잘못', '여자가 조신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를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최대 폐해는 피해자는 한 명이지만 가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유포자뿐만 아니라 호기심에 영상을 클릭하는 모든 시청자가 곧 가해자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 자체도 상업적 성격을 내포한다는 지적에 따라 '보복성 영상물'로 바꿔 부르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구 씨 사건 경우에도 동영상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동영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오거나,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진 지난 4일부터는 검색창에 '구하라 동영상'을 검색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카카오톡으로 전송되는 영상 메시지가 협박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만에 하나 영상이 유포됐을 시 그것에 대해 '대기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복성 영상물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유포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 강도가 경미하다고 꼬집는 이들도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이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근절 의지를 대대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져 국민들은 이후 경찰의 대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기존 형사과에 더해 지난 7일 여성청소년과와 지능과 산하 사이버팀이 합류한 전담팀을 세웠다. 단순폭행 사건이었다가 동영상 문제가 추가되자,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고 철저한 사실 확인에 기초한 수사를 할 목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사 및 사법 당국이 최 씨의 협박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협박죄가 성립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체적 폭행에 대한 협박은 우리 형사법이 강하게 처벌하는데 그게 아닌 경우 가해자한테 비교적 너그러운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