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케이블방송, 하드웨어 부실

지난 해 4월 방송위원회가 발간한 시청자불만처리보고서에 따르면 접수된 시청자 불만사항 중 케이블방송과 관련된 게 34%로 높게 나왔다. 지상파방송 관련 불만사항 33%보다 높게 나왔는데 케이블방송만을 놓고 볼 때 지난 2005년도에 비해 무려 6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불만사항은 계속 이어진다. 이 중 지난 9일 CMB케이블TV방송사의 채널편성을 놓고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그 배경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채널 변경과 관련해 가장 큰 불만은 인기방송채널이 아예 편성에서 빠졌고 채널편성 통보에 대한 안내도 빈약했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편 한·미 FTA 협정으로 거대 외국자본 방송사들이 한국의 케이블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능방송이 이번 편성에서 왜 제외된 겁니까? 인기어린이 프로그램 ‘유켄도’ 나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의 경우 인기가 너무 높아 백화점과 마트에선 관련제품이 들어오는 족족 동이 나며 대박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CMB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지서 뒷면에 몇 줄 적은 채널변경 관련 공지도 안내입니까? 누가 고지서 뒷면을 자세히 읽습니까? 차라리 쓰레기 통으로 바로 향하는 광고지 넣지 말고 안내문을 만들어 채널 변경 사항을 자세히 써서 보내세요.”

위의 의견들은 CMB방송의 이번 채널편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사항들이다.

위의 내용과 같이 채널편성 변경 때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위, 케이블방송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 후 후유증

한 네티즌들은 이번 편성에 대해 “시청료를 내고 무시당하는 기분이다. 시청자들의 인기투표를 채널편성에 반영해라, 케이블방송사측의 일방적 채널편성은 인정할 수 없다” 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CMB 관계자는 “채널개편은 사업성, 공익성, 편성조건과 장르 등을 면밀히 따져 채널을 편성한 것이다. 인기채널이 빠졌다고 하지만 신규 채널 역시 위의 조건들을 거처 올라온 채널이므로 인기채널이 될 것이다”고 채널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어쩌면 이러한 시청자들의 불만 사항들은 예견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1995년 케이블 방송이 본방송을 시작할 당시 33개 채널밖에 되지 않았다.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위원회가 방송사 허가 설립요건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면서 2006년 방송채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현재 130개로 확장됐다.

다시 말하면 72개 점포를 둔 백화점에 130개 회사들이 입점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과 일맥상통한다.

일부시민들은 채널수를 늘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현재 케이블 방송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영상 압축기술이 72개 이상의 채널을 형성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숨어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채널편성 외에도 또 하나의 걱정거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미 FTA 협정으로 거대 외국자본 방송사들의 한국케이블 방송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방송 케이블 진출 초읽기, 영세업체 미래는?

실례로 미국 어린이 채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니켈로디언’사의 경우 한국 시장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방송이 시작되면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현재 ‘디즈니채널’과 ‘카툰네트워크’의 경우 한국시장에 진출해 날로 인기를 더하는 반면 영세 방송사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하듯 영세방송사가 발전해야 한국의 방송시스템의 발전이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등록제로 바뀌었지만 케이블 방송 출범당시 허가제로 등록한 방송사들이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현재의 방송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동안 노력한 노고를 잊지 말고 기존의 권리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방송의 발전과 올바른 영상문화 전달, 기업간의 올바른 경쟁과 채널 유치 등을 둘러싸고 앞으로 케이블TV방송사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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