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의 야망

IT(정보기술)업계의 ‘풍운아’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최근 팬택계열을 지주회사(팬택씨앤아이) 중심의 지배구조로 개편하면서 ‘돈+경영권방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본인 소유 금융업체인 팬택씨앤아이에 보유하고 있던 팬택앤큐리텔 지분을 넘김으로써 막대한 차익과 함께 지배권도 한층 강화된 것. 박 부회장에게 두 마리 토끼를 안겨다준 ‘박병엽식’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팬택계열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팬택씨앤아이에 초점을 맞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주식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팬택씨앤아이는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 회사다. 박 부회장이 지난 2000년 한국개발리스로부터 대한할부금융을 인수한 뒤 팬택여신투자금융, 팬택캐피탈 등으로 상호를 바꿨다. 현재 자본금은 250억원.

이로써 팬택계열은 박 부회장이 팬택씨앤아이를 지배하고 팬택씨앤아이가 팬택앤큐리텔을 지배하며, 팬택앤큐리텔이 팬택을 지배하는 수직계열 지주회사 구조를 더욱 공고히 굳히게 됐다.


팬택씨앤아이 어떤 회사?

할부금융사였던 팬택씨앤아이는 박 부회장의 손아귀에 들어온 지난 2005년 1월부터 휴대폰부품개발 및 유통, 시스템통합 및 관리업무까지 도맡게 됐다. 현재 팬택씨앤아이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 휴대폰 부품과 용역을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다. 거래비중도 팬택씨앤아이 매출의 90%에 이르러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계열사인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식이다.

2004년 3월 이후 팬택씨앤아이가 계열사인 팬택 및 팬택앤큐리텔 지분매입에 사용한 자금은 총 873억원. 이중 2004년 12월 지배주주로부터 인수한 팬택앤큐리텔 지분은 차입금 300억원과 2004년 초 매각한 팬택앤큐리텔 자금 295억원, 그리고 63억원은 일반대출 채권회수 등 운영자금 등을 이용해 매입했다. 한편,
2006년 상반기 계열사지분 인수대금 215억원 중 5억원은 자산매각을 통해 조달했다.

팬택씨앤아이는 2004년 어음할인을 통해 5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300억원을 차입하여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팬택씨앤아이는 2005년에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 대한 미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총 400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차입금을 상환했다. 또한 2006년 중 매입한 주식의 자금은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이용한 것이었다.


팬택씨앤아이 지주사 전환

팬택씨앤아이를 정점으로하는 이러한 지분변동 목적은 경영권안정, 소유구조의 투명성제고와 글로벌화 사업확대를 위한 외자유치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병엽 부회장은 이미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 상당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었다.

또한 이러한 지분변동으로 지배주주의 소유구조가 단순화되긴 했으나 단지 3개 계열사만이 있는 팬택그룹에서 소유구조 단순화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2006년 6월 팬택씨앤아이가 박병엽 부회장 보유의 팬택지분 인수는 오히려 이러한 소유구조 단순화 목적에 역행하는 거래이다.

한편 이러한 소유구조 변화가 글로벌 사업확대를 위한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일련의 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은 강화되었다. 지배주주가 100% 보유한 팬택씨앤아이가 팬택앤큐리텔의 지분을 35.49%로 증가시켰고, 팬택앤큐리텔 및 팬택씨앤아이도 팬택지분 51%를 보유하게 되었다. 따라서 외부주주들이 팬택과 팬택씨앤아이에 대한 경영권인수는 불가능해졌으며, 팬택앤큐리텔의 경영권 인수도 상당히 어려워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배주주가 이러한 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대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팬택앤큐리텔과 팬택지분을 팬택씨앤아이에 매각함으로써 75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즉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계열사에 대한 지
배권 유지와 동시에 초기투자비용과 세금을 제외한 약 445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팬택계열 본사 이전 ‘상암동 시대’ 개막

팬택계열이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신 사옥 ‘팬택계열 R&D 센터’로 본사 이전을 완료, 상암동 시대를 개막했다. 지난 2005년 1월 착공 이후 2년여만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것.

상암동 DMC에 위치한 ‘팬택계열 R&D 센터’는 지상 22층, 지하 5층, 연면적 2만평 규모로 생산 인력을 제외한 2000여명의 팬택계열 직원들이 근무하게 된다.

특히 이번 본사 이전 작업은 지난달 19일 채권단의 기업 개선작업 개시 결정 직후에 이루어져, 팬택계열의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팬택계열측은 “지금까지 서초동과 여의도 등 5개 건물에 분산돼 있던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연구소와 본사 부서를 한 지붕 아래 통합 운영함에 따라 업무효율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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