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안전 보장” vs “진료행위 위축될 것” 첨예한 대립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공공의료원 '안성병원' CCTV 화면 [뉴시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공공의료원 '안성병원' CCTV 화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리무면허수술 등 범죄반인권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설치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는 반대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대리수술 사고’, 논쟁 재점화···경기도서 최초로 수술실 CCTV 도입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공공의료원인 안성병원이 지난 1일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 및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최초로 수술실 CCTV를 도입한 것. 병원 측은 환자의 동의가 있을 때만 촬영하고, 촬영된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 전체(6)CCTV 설치운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그동안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다면서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이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은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 등이 대리수술을 하다 적발되는 등의 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공공의료 최전선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도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환자단체

전국에 확대해야

최대집 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은 최근 잇따른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등 엄격한 자정활동을 추진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법규 위반사실에 대해서는 수사의뢰와 고발조치를 통해 법적처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의협임시회관에서 의학회외과계 전문 학회 및 의사회와 공동으로 무자격자 대리수술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져 온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 여러분 앞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의료윤리 위배행위와 불법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뿌리 뽑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환부를 도려내는 단호한 심정으로 무관용 원칙의 엄격한 자정활동을 통해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뿌리 뽑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내부고발을 활성화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의료계 내부적으로 대리수술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의협은 그러면서 산하 중앙윤리위원회 회부를 통해 관련 사건을 다룬 뒤 불법행위가 드러난 의사에 대해서는 회원 자격정지, 벌금부과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에 면허 취소를 요구하는 등의 징계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리수술 재발 방지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최 회장은 “CCTV 설치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인권 보호와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를 다해야 할 의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CCTV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의협에서 이미 (반대) 입장을 냈고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대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장치와 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최근 몇 년간 유령수술, 대리수술, 무면허수술, 성범죄, 성희롱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돼야 할 수술실 내에서의 각종 범죄행위와 반인권행위가 벌어졌다이번 경기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설치가 불씨가 돼 전국의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환자단체들은 경기도의료원 뿐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기관과 민간병원에까지 확대하기 위한 국회 입법과 보건복지부의 실효성 있는 방안 발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의료인들

부작용 심각할 것

의료인들은 수술실 CCTV 설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CCTV를 설치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료인들은 우선 CCTV가 설치되면 진료가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환자와 분쟁이 생길 경우 CCTV가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CCTV 설치에 대해 의료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의료 분쟁이라며 사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사소한 것 까지 꼬투리가 잡힐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방어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들은 또 지적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모든 의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고,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수술법을 의사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병원의 한 의사는 의사들은 영업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의술을 익히는 데 걸린 시간과 노력을 강제적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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