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출, 분명 피해자임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을줄 모르는 논란...양 씨의 명확한 해명 필요

양예원(24) 씨 사진 유포 혐의자 [뉴시스]
양예원(24) 씨 사진 유포 혐의자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본인 사진이 유포된 점에서 양예원(24)씨는 분명히 피해자임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예원 사건'의 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2차 공판, 양 씨의 증언이 이상하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학비를 포함해 생활비까지 충당하려면 최소 5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은 촬영회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10일 법원에서 양예원(24)씨가 한 말이다.

 

현재 법원의 재판은 양 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성추행·감금을 당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결론은 검찰과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따라서 성추행·감금이 있었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고 양 씨의 발언만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해 보았다.

 

원래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 비공개 증언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양 씨 본인이 심리 공개를 요구했다. 따라서 이날 증언은 공개됐다. 양 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분명히 미리 고심해 온 증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양 씨의 증언을 통해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우선 양 씨가 촬영에 자발적으로 참석했느냐, 아니면 강제로 협박ㆍ강제에 의해 참석했느냐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피고인의 주장은 양 씨가 자발적으로 촬영회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씨는 힘든 기억이지만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선택이었다면서 지방에서 대학을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학비를 포함해 생활비까지 충당하려면 최소 5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은 촬영회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학비, 생활비, 취업 문제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시기다. 양 씨와 같이 시급이 높은 일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양 씨는 분명히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알았지만, 단지 높은 시급만을 보고 이를 감수했다. 스튜디오 실장의 증언에 의하면 시간당 10~15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 등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것만 봐도 분명히 본인이 어떤 일인지 인지하고 한 일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어렵게 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양 씨의 이와 같은 발언은 여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허탈감을 줄만 하다. 결론적으로 양 씨는 돈을 쉽게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 아닌가.

 

 

머니투데이가 단독 보도한 카톡 내용

 

양 씨가 자발적으로 촬영에 임했다는 사실은 머니투데이의 지난 525일자 기사에 명확히 나온다. 해당 기사는 현재에도 게시되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머니투데이는 단독 보도를 통해 양 씨와 스튜디오 A실장의 3년 전 카카오톡(이하 카톡) 대화 내용을 처음 공개했다.

 

이 내용은 A실장이 데이터 복구업체에 의뢰해 복원한 것으로 '증거감정'을 거쳤다. 양 씨는 A씨에게 201575일 첫 연락을 했다. 그리고 같은 해 930일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나왔다.

 

"이번 주 일 없을까요?" 복원된 카톡 내용에는 양 씨의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또한 양 씨가 A실장에게 일정을 잡아달라고 한 부분도 많다.

 

201581일 오후 2"저 다음 주 평일에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몇 번 더 하려고요. 일구하기 전까지. 일정 잡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어 814일 새벽 52분에는 "다음 주 중에 일정 잡아주세용!"이라고 보냈다. 821일 오후 54분엔 "월요일, 화요일도 혹시 일정 저녁에 잡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촬영 일정을 잡아달라고 재촉하는 내용도 있었다. 양씨는 2015827일 오후 128A실장에게 "제가 이번 주 일요일 아침에 학원 비를 완납해야 해요. 그래서 그 전까지 한 번은 더해야 부족한 돈을 채우거든요"라며 "만약 일정이 너무 안 난다면 그 다음 주에 하는 걸로 하고 미리 가불되나 물어보려고요. 그렇게도 안 된다면 무리하게 일정 잡아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보냈다.

 

머니투데이는 526A실장 측으로부터 '비공개 촬영회 모델 초상권 계약서' 13장을 입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 양씨의 첫 촬영은 2015710일 금요일. 12명의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717, 721, 729, 85, 87, 810, 823, 825, 829, 96, 912, 918일 촬영이 계속 이어졌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13번 촬영은 사실이었다.

 

이에 반해 양 씨는 ‘5번 촬영을 했다고 증언한다.

 

A실장은 "대부분 그 친구(양씨)가 연락이 와서 돈이 필요하다고 잡아달라고 했다. 시간당 10~15만 원 정도를 줬다""13번까지 진행됐다. 저는 촬영을 많이 안 잡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합의된 촬영이었고 컨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접 때 미리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양씨가 사진 유출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양씨는 201592일 오전 1228분쯤 촬영 약속을 잡으며 "유출 안 되게만 잘 신경써주시면 제가 감사하죠"라고 보냈다. 이에 A실장은 ",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머니투데이는 양 씨의 입장도 함께 듣기 위해 SNS 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도 "언론에서 문의가 많은데, 양씨 측과는 경찰에서 중개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엇다고 한다.

 

카톡 대화를 종합적으로 볼 때, 양 씨는 분명히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촬영을 하고 싶어 했다. 단, 촬영사진이 유출될 지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성추행·감금·협박 '폭로'

 

그런 양 씨가 약 3년이 지난 2018517,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튜디오에서 강제촬영, 협박,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울며 호소한 것이다.

 

이후 경찰의 인지 수사가 시작됐고, 양 씨가 지목한 스튜디오의 실장과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실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카톡의 내용도 복원한 것이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인해 양예원 씨의 사진을 유출한 혐의로 5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던 40대 스튜디오 실장 정 모 씨가 201779일 한강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사대교 근처에서 발견된 정 모 씨의 차량 안에는 정 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는데, 거기에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개운하지 못한 사건

 

물론 본인의 노출 사진이 유포된 점에서 양 씨 또한 피해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많은 것은 왜 일까.

 

현재 성추행·감금 여부는 당사자들 외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디까지나 검찰과 법원에서 밝힐 문제다. 하지만 성추행·감금 여부를 떠나서 사건의 진실에는 여전히 개운치 못한 부분이 많다. 여러 증언들을 종합해 봤을 때, 양 씨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지 않을까.

 

특히 양 씨가 첫 경찰 조사 때는 5회 촬영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 촬영이 16회였다는 점은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양 씨는 “(사진 촬영회가 있었던) 2015년 여름의 기억이 좋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기억을 하지 못한다면서 추행을 당한 829일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번과 16번의 차이는 기억을 탓하기엔 차이가 너무 크다.

 

또한 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양 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직접 연락해 촬영 날짜를 잡아달라고 한 점, 실장과의 메시지 중 촬영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등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양예원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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