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제외한 전 직원 비정규직인 곳도 있어

전국공공운수노조 회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집회에서 정규직 전환, 자회사 전환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공공운수노조 회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집회에서 정규직 전환, 자회사 전환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공기업들의 비정규직 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8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공약 이행 실적이 50%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비정규직인 곳도 있었다. 최근에는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파업 투쟁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정부부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정의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이란 틀로 묶어 국민을 눈속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직 철폐” 외치며 파업 투쟁까지
정부부처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 전환 뜻한다” 해명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50%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서는 공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비정규직이거나 오히려 비정규직 직원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손금주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 운영위원회)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및 각 산하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5만9507명의 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2만5948명으로 약 33%에 달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비정규직 1117명, 무기계약직 1216명)와 해양수산부(635명, 801명), 해양경찰청(51명, 143명), 농촌진흥청(1187명, 2472명)은 공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96%(1004명 중 959명), 한국마사회가 86%(6798명 중 5858명), 산림청이 78%(1568명 중 1228명), 농협하나로유통이 65%(2630명 중 1711명)로 뒤를 이었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의 비정규직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전력공사와 발전5사(한국동서·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등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이 1년 사이 200여 명 늘어났다. 파견과 용역 등 소속 외 인력은 에너지 공공기관이 대부분 증가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발전5사 등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지난 2016년 2만1010명에서 지난해 2만1232명으로 늘었다. 이는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부업체 소속인 파견·용역·사내하도급을 포함한 인원이다.

동서발전은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12.0% 증가한 992명, 서부발전은 830명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은 작년 비정규직이 각각 1096명, 655명이었다.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은 같은 기간 각각 6.8%, 2.3% 뛰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정규직이 1년 사이 0.6% 늘어나 각각 8369명, 7184명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비정규직이 0.3% 증가한 1221명이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본격적인 대정부 파업투쟁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철폐 공공운수노조 총력 투쟁대회’를 열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안에 대해 정부가 나서 비정규직 제로화, 자회사 전환 등 정책을 제대로 끝맺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기관별 심의기구 협의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가 책임지는 정규직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투쟁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박한 마음으로 비정규직 철폐 요구”

이날 오전 가스공사비정규지부·한국마사회·경북대·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전면파업을,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파상파업을 선언했다. 방진복·말 가면 등 자신들 지부를 의미하는 옷을 입고 참석한 이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라 쓰인 펼침막을 들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생활임금 쟁취하자”와 “희망고문 이제 그만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위험에 내몰리지 않으며 해고 고통에서 혼자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박한 마음으로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비정규직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 부처 관계자는 “2017년 7월 관계부처 합동 정부 대책의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무원 정부부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인원을 공무원으로 바로 채용할 수 있도록 국가 공무원법상의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정규직으로 모든 인원을 채용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손금주 의원실에서 표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기간제 근로자를 공무원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의미인데 공무원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손금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외부행사 자리에서 한 첫 선언이 공기업 비정규직 제로화였음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정부부처가 이를 역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나는 공공기관도 있다는 것은 그 동안 기관과 정부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틀로 국민 눈속임 해선 안 돼”

이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당 직원을 ‘무기계약직’이란 틀로 묶어 국민을 눈속임해서는 안 된다. 임기 내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제로화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공약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과 부처 및 공공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단계 기관인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 853곳에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8만543명이다. 이들 기관의 정규직 전환 계획 인원인 17만4935명의 48.6%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관별 내부 심의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5만4526명으로 파악됐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돼도 채용 등 절차가 완료되는 데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