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받아도 기존 집 안 팔려 입주 못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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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지역 경제 부진과 맞물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분양을 받아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고 세입자를 확보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율에 크게 뒤떨어지는 추세다.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 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한 데다가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아예 집을 사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의 초점이 서울 등 수도권에 맞춰져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제는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지방 부동산 미분양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 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집값 상승 기대 꺾이며 분양 시장 ‘찬바람’
“정부, 지방 미분양 대책 내놓아야 할 시점”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지방 입주율은 74.8%로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율에 크게 뒤떨어졌다. 서울은 91.4%, 수도권은 86.3%로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 대부분의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제주는 64.3%, 대구·부산·경상권은 72.95%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 입주율은 76.8%를 기록했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에 입주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 중 잔금을 낸 가구 비율이다.

조선·자동차 산업 무너지며 경기 침체

미입주 사유를 살펴보면 기존 주택 매각 지연과 세입자 미확보가 각각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특히 세입자 미확보에 따른 미입주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21.7%)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새집 공급이 너무 많다 보니 전세 수요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경우 새집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 집을 팔아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새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 된 원인 중 하나로 주택 수요가 사라진 점이 거론된다. 분양 시장이 살아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는 2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됐고 이중 절반 이상이 지방에 쏟아지며 새집 수요는 상당수 충당됐다. 하지만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지방 주택 수요가 줄어들었다.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 산업이 무너지면서 경기가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370가구인데, 이중 지방이 5만3836가구로 전체의 86%에 이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5201가구 중 지방에 1만2699가구가 있다.

집값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집값은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하락세다. 하락 폭도 지난해 12월 0.01%에서 지난달 0.17%까지 확대됐다. 대구와 대전, 광주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 부동산시장은 초토화된 상태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했던 부산도 하락세를 보였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방에서 집값이 상승한 지역은 대구(0.19%), 광주(0.29%), 대전(0.16%), 세종(0.07%), 전남(0.22%) 등에 그쳤다. 가장 많이 오른 광주는 서울 집값 상승률(0.6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특히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 산업이 무너지면서 경상도 지역의 땅값이 하락하는 추세다. 울산 동구가 전년 대비 0.67% 떨어져 올해 1분기 땅값이 가장 많이 하락했고, 전북 군산시와 경북 포항 북구도 하락세를 보였다”며 “집을 사려고 해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고, 공급이 워낙 많아 전세금도 낮다 보니 집을 사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서  지방 찾아볼 수 없어”

전문가들은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가 지방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지방을 대상으로 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경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 만큼 지방에 대한 언급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9·13 대책과 8·27 방안에서도 지방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방 경제를 살리고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강남 등 서울 중심으로만 1년 반 이상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방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없었다. 현재 지역 경제는 굉장히 어렵다. 지방에는 공급 물량도 많다. 정부의 지방 소외 정책이 지역 경제를 더 침체시키고 소비도 더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세 면제 등의 제도를 내놓음으로써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각종 규제만 내놓는다. 시장을 정상화하고 활성화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지역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이제는 정부가 한 번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미분양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 왔다”며 “서울, 수도권 등 규제 지역에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집을 사더라도 가수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양도세나 중과세 등의 규제를 풀어준다면 지방 미분양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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