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이후 ‘폭망’하기 직전인 자유한국당 구원투수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했다. 참여정부에서 복무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당안팎에서는 그가 ‘인적 쇄신’의 칼을 어떻게 휘두를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보다 한국당 체질을 개선하겠다느니 문화를 바꾸겠다는 등 선문답을 했다.

급기야 ‘인적 쇄신보다 인재 영입이 중요하다’며 인적 쇄신의 칼을 도로 칼집에 넣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한 ‘김종인 효과’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공천권’ 없는 김 위원장의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1인 유튜브 정치’를 하고 전국을 다니며 광폭 행보를 보여 ‘차기 당권 도전설’, ‘대권 도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이 굴러가는 무기력한 한국당 모습에 김 위원장 역시 무기력해진 모습일 때 쯤 전원책 카드를 내놓았다.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등장하자 재차 인적 쇄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인적 쇄신의 칼을 전 변호사에 넘겼다며 ‘차도살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역시 ‘나는 소 잡는 사람이 아닌 소 키우는 사람’이라며 인적쇄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보수대통합’을 내세워 월권이라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파트너인 바른미래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친박 인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이 없는 상태로 ‘보수 대통합’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한국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중 하나다. 오히려 손 대표는 내년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당은 분열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여유를 보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변호사의 주 역할은 253개 지역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를 통해 인적 쇄신 작업이다. 그런데 보수대통합을 주장은 다소 ‘뜬금포’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찬성파에 ‘하청’을 받은 김병준 위원장이 ‘재하청’을 전원책 조강특위에게 넘겼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을 정도다.

두 인사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정치적 미사여구만 나열하는데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병준-전원책 카드를 내세운 원청업자인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공천권 없는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가 하기는 더 어렵다. 당초 자유한국당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한 자체가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가 전무하다는 반증이었다.

총선·대선·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한국당이지만 10년 가까이 집권한 경험이 있고 당은 공무원 조직처럼 시스템화돼 있다. 외부 인사가 밖에서 보는 것처럼 ‘인적 쇄신’이 구호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고 명분도 있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 ‘광’(光)만 팔아서는 안된다. 이제는 고도의 정치 행위를 보여줘야 한다. 인적쇄신 없는 인재 영입이나 당 체질 변화는 헛구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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