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언급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 외에도 재야 보수 인사와 바른미래당 등 일부 인사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대로 세를 불리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전대 구도 자체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당초 정치권은 비박계-김무성, 친박계-황교안, 복당파-홍준표 간 ‘3강 구도’를 점쳤다. 하지만 ‘통합전대’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 계파색이 짙은 위 세 인사의 출마 명분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무성·홍준표 두 전 대표가 직접 출마가 아닌 ‘대리인’을 내세우는 ‘플랜 B’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 김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홍 전 대표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각각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 洪, 측근 다 떠나고 ‘왕따’ 신세... ‘지원 사격’ 화력 차 뚜렷할 듯... 
- 오세훈, 정치 재개 ‘성큼성큼’… 종편 예능 통해 ‘우회 등판’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합전당대회’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등이 연일 “범보수·범우파의 결집이 소망”이라며 통합전당대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서다.

사실 ‘통합전당대회’의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당장 손학규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도 유럽 출장 중에 급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과 기름’처럼 다르다”며 “결코 합쳐질 수 없고, 합쳐서도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통합전대 시동 건 한국당,
김무성·홍준표 ‘플랜B’ 가동?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가 계속해서 ‘통합전당대회’에 군불을 떼는 때는 바른미래당 내의 보수파를 불러들이고자하는 속내로 읽힌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를 탈당시켜 한국당 전당대회에 참여하게 하면, 일단은 범보수·범우파가 총결집하는 ‘보수대통합’이 이뤄진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 역시 가능성이 희박한 건 사실이지만 ‘명분’이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했던 옛 탈당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집단 복당 했다. 대선 직전인 5월에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복당 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김무성 의원 등이 복당 했다. 이후에도 김세연·박인숙 의원 등이 개별 복당했다. 

이 같은 몇 번의 기회에도 여태 복당하지 않은 의원들이 이제 와서 한국당에 돌아가려면 적어도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위원에게 칼자루를 넘겨 차도살인을 주문하고, 또 김무성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하려 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에게 이 같은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내부에서 김무성, 홍준표 두 전 대표가 전당대회 ‘직접 출마’가 여의치 않을 시 ‘대리인’을 내세우는 ‘플랜 B’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만약 ‘통합전대’가 현실화될 경우 계파색이 짙은 두 전 대표의 직접 출마는 여러 모로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다.

실제로 두 전 대표가 ‘수렴청정’ 시나리오를 그릴 경우 김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시장을, 홍 전 대표는 김태호 전 지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오 전 시장은 이 같은 관측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차기 당대표 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발점이 된 것은 얼마 전 발표된 여론조사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해 지난 9월 3일 발표한 범보수 진영 차기주자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대상을 보수층으로 좁혔을 경우,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사는 지난 8월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3민4382명에게 접촉해 최종 2507명이 응답을 완료, 7.3%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전 시장 역시 한 언론사를 통해 복귀를 기정 사실화했다. 그는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모든 인사들이 참여하는 보수 대통합 전대가 돼야 한다”며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기 위한 복당을 시사했다. 오 전 시장이 최근 종편 예능프로에 출연한 것도 정계 복귀를 앞둔 ‘우회 등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우에도 비록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지사와 개표 내내 박빙의 접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한국당 차기 당대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무성, 영향력 ‘여전’
홍준표, 친홍계도 ‘외면’

다만 대리전이 펼쳐졌을 때 오 전 시장과 김 전 지사가 받을 수 있는 지원 사격의 정도는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대표가 여전히 비박계의 수장으로 당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과는 반대로 홍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전과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

이미 당내 일각에서는 친홍계가 홍 전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홍 전 대표가 지난달 귀국했을 때에도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몰렸지만 정작 친홍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홍 전 대표를 마중 나온 당내 인사는 비서실장을 지냈던 강효상 의원과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배현진 대변인, 강연재 서울 노원구병 당협위원장뿐이었다.

그의 복귀 이후에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서 홍 전 대표를 ‘자연인’으로 칭하며 “홍 전 대표가 당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때 비대위에서 홍 전 대표를 당에서 제명하는 방안도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친홍계의 작품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비대위가 친홍계의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로 분류되는 전직 한국당 의원은 “(복당파는) 한 번 배신했던 사람들 아니냐. 그런 사람들을 믿었다면 홍 전 대표가 순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홍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 상당수도 홍 전 대표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선거 당시 그의 측근이었던 A 씨는 통화에서 “홍 전 대표와 저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측근이었던 B 씨 역시 홍 전 대표의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를 떠난 지 오래다. 나에게 왜 묻나”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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