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원외위원장을 중심으로 세 규합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독일로 출국하면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싱크탱크’ 미래 연구소 사람들이 다시 사무실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있는 것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가 8월 22일 마포 미래사무실에 깜짝 방문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조기 복귀’를 위해 측근들과 모종의 교감을 통해 사무실이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조기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 ‘싱크탱크’ 마포 미래사무실 ‘청산’후 인근 J빌딩 ‘비밀 회합’
- 문재인 정부 실정·야권 발 정계 개편 ‘대체재’ 준비 중


8월 22일 안철수 전 대표가 마포의 한 사무실에 들렀다가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한 매체에 잡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안 전 대표의 모습이 포착된 현장은 바로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미래 연구소 사무실이 있는 마포의 S빌딩 안이었다.

외국으로 떠난 줄 알았던 안 전 대표가 서울시내 한 복판에 출현해 9.2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을 크게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손학규 전 대표를 뒤에서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당내 폭넓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취재에 나선 기자와 마주친 안 전 대표가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장면 역시 이런 의혹을 더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안철수계인 이태규 의원이 사무총장이던 시절 마포 미래사무실에서 안철수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하면서 손학규 후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독일 비자 발급을 위해 잠시 돌아온 것”이라고 전대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자격이 아닌 안철수 측근으로 참석해 당의 상황을 얘기하다 손 후보가 거론된 것일 뿐”이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오더를 내린 것처럼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미래사무실 7월  26일 말소
인근 사무실 운영 왜


문제가 된 마포의 S빌딩 7층 미래 사무실은 현재 법인 청산 절차가 마무리돼 국회 최종 보고만 남은 상황이다. 7월 12일 안 전 대표와 오승용 대표는 미래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단법인 싱크탱크 미래연구소를 해산하고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공식적으로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이에 7월 26일 말소 등기를 완료했다.

미래연구소는 지난 2013년 ‘정책 네트워크 내일’이라는 명칭으로 출발해 안 전 대표의 인재 영입 및 정책지원 등을 도왔다. 출범 당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정래 소설가 등이 이사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법인세법 위반 논란이 일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일도 있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지정기부금 단체 ‘내일’이 선거 운동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싱크탱크’ ‘미래’로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미래 직원들은 안 전 대표의 6.13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돕기 위해 휴직.사직을 해 실제로는 올해 4월부터 활동이 잠정 중단돼 안 전 대표와 측근들의 비밀 회동 공간으로 활용됐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가 9월1일 독일로 떠나면서 미래 사람들의 역할과 활동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안철수 측근들은 마포 S빌딩 사무실을 비우는 대신 마포역 인근 J빌딩에 사무실을 얻어 다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미래 사무실 관련해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고 이제는 법적으로 해산했다”면서 “법인이기 때문에 국회에 최종적으로 보고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미래 사무실 사람들이 마포 S 빌딩 맞은 편 J빌딩에서 자주 모인다는 소문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은 “그 모임은 대표님하고 이해관계는 전혀 없다”고 서둘러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이태규 의원이 좌장도 아니고 미래 연구소 후속 조치도 아니다”며 “우리끼리 친목 도모차원에서 모이는 수준”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J빌딩에 모이는 주요 멤버로는 이상민 안산지역위원장이 좌장역할을 하면서 김도식 전 대표 비서실장, 장환진 전 전략홍보위원장, 백현종 전 조직위원장,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주축이 돼 회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전 사무총장도 가끔씩 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식 대표 비서실장,
“안철수와 무관” 선긋기

원외위원장이 다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장환진 전 위원장은 동작갑 지역위원장이고 백현종 위원장은 구리시, 김철근 전 대변인은 구로갑 지역위원장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안철수 측근들로 이 전 사무총장이 미래 사무실에 손 대표 관련 발언을 할 당시 함께 있었던 인사들이 다수다.

이에 대해 전 국민의당 한 당직자는 “김도식 실장을 제외하고 다수가 안철수 사람들로 바른미래당 원외지역위원장들”이라며 “차기 총선과 안철수 전 대표의 조기 복귀를 위해 원외지역위원장을 대상으로 세 결집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어 이 인사는 “안 전 대표가 독일로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벌써 측근들이 모여 향후 정치 재개를 도모하는 듯한 모양새는 보기 좋게 안 보인다”며 “당분간 자중자애하는 게 해외로 떠난 주군에 대한 측근과 참모들의 마땅한 도리”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근들이 지난 9.2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후보를 지원한 배경으로 안 전 대표의 차후 정치 복귀를 대비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했다. 손 전 대표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이 지금은 잠시 물러나 있지만 정치적 소양과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른미래당과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이 심각해질 경우 대체재로 안철수 전 대표가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포에 미래 사무실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철근 전 대변인도 언론을 통해 “현재는 집권 세력을 대체할 대안 세력이 잘 보이지 않는 형국이지만 언젠가는 국민들이 믿고 맡길 만한 대안 세력을 찾아나설 것”이라며 안 전 대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야권 발 정계개편도 안 전 대표의 귀국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변수로 측근들은 내다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등 좌우 양쪽에서 정계개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야권발 정계개편은 요원한 게 정치현실이다. 하지만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갖고 누구와 손을 잡느냐 등 진행상황에 따라 안 전 대표의 향후 거취는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전 대표는 8월 22일 미래 사무실에 나타나기 전인 7월 12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독일 체류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후 9월 2일 한국을 떠난 안 전 대표는 막스 프랑크 재단의 ‘혁신과 경쟁 연구소’에서 혁신과 기업가정신 분야의 방문 연구자로 있다.

IT기업인 출신인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등의 주제를 자신이 주도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막스프랑크 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퍼져 있는 연구소로 안 전 대표는 이 중 지식재산법·미래 비전 등에 특화된 뮌헨 연구소에서 사무실을 받아 차기 플랜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독일 체류 기한
 정해진 게 없다”

안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 현안 보도들을 챙겨보면서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김미경 교수도 지난 9월에 1년간 안식년을 신청해 연구활동을 하며 왕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내년 9월에 귀국할 것이라는 근거다.

이에 대해 김도식 전 대표 비서실장은 “독일 체류 기한은 정해진 게 없다”며 “여러 가지 미래비전이나 세계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각국 석학들과 리더들이 모여서 연구토론하고 있는 것다”며 “가신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리포트도 내고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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