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청산→검찰기소자→비리 연루자→선거 패배 축소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를 조강특위위원으로 영입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한국당에 올 당시만 해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친박계 인사들이 쇄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내부 분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야무야되는 모습이다. 7월 17일 취임한 김 위원장은 100일이 다 돼가지만  인적 쇄신 관련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하청’에 ‘재하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사인 전원책 변호사를 통해 인적 쇄신의 칼을 넘겨줬다. 정치권에서는 인적 쇄신의 칼날이 점점 무뎌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김병준-전원책 발 인적 쇄신 향배를 알아봤다.
 

 

- ‘염불보다 잿밥’ 김병준-전원책 과시욕·권력욕 도마위에
- “인적쇄신, 누가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


김병준 위원장의 10월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인적 쇄신 관련 발언이다. 이어 그는 “좋은 인물을 발굴하고 찾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인적쇄신은 기한과는 관계없는 문제”라며 “다만, 인적청산보다 좋은 인물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포커스,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발언 취지를 보면 ‘선 인재 영입 후 인적 청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7월 17일 김병준 비대위 출범 전후로 인적 쇄신 대상은 친박계가 될 것이라는 데 정치권은 이견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휘하에서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린 친박계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게 근거였다.

김-전, ‘先 인재 영입
後 인적 청산’ 이구동성

하지만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해온 서청원 의원의 자유한국당 탈당을 제외하고 친박계 청산은 ‘당 통합’보다는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8월20일 자유한국당 과천 연찬회장에서 김병준 비대위는 검찰에 기소된 자유한국당 의원 13명을 우선적으로 인적 청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헌당규에 검찰 기소가 될 경우 당원권 정지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당원권 정지된 인사만 9명에 달하고 공교롭게도 다수가 친박계 인사였다. 하지만 이 역시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심하자 김 위원장은 “기소하면 바로 당원권이 정지되는데 검찰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그런 제도를 갖고 있으면 검찰이 더욱 기소를 하거나 상대방이 기소하기 위해 온갖 작업을 할 수 있다.

윤리위를 재구성해 당원권 정지 조항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김병준 비대위의 1차 인적 청산은 최종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로 미뤄졌다.

김 위원장의 인적 청산 시도가 무위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감이 높아질 때 꺼내 든 카드가 전원책 변호사 조강특위 위원 영입이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직을 수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과감한 인적 청산을 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전 변호사는 10월11일 조강특위 첫 번째 회의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모두 7인으로 구성된 조강특위는 전 변호사를 포함해 이진곤 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 전주혜 변호사 등 외부 인사 3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당연직으로는 김용태 사무총장과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등 3명을 더해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조강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간 셈이다. 이 자리에서 전 변호사는 ‘보수 통합의 바탕이 되는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일만이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기초를 새롭게 만드는 게 저희 일”이라고 밝혔다. “저희들이 꿈꾸는 게 보수 단일대오”라면서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의 뜻을 수용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당협위원장 인선 기준에 대해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가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사기극”이라며 “병역·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가 명색이 보수 정당 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새 인물에 대한 인선 기준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지만 구체적인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함구는 셈이다. 그나마 말미에 전 변호사는 “한국당은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와 같다”면서 “당장 (인적 청산 등) 처방전을 내놓으라고 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진찰할 시간도 갖고 여러가지 치료법이 있을 텐데, 가장 후유증이 적은 처방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이미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적 청산 관련 “자신은 소 키우는 사람이지 소 잡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백정’이 아닌 ‘목장지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친박계든 친홍계든 특정 세력을 겨냥한 인위적인 청산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신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병준 오찬 자리, ‘바쁜 일정’만 토로

하지만 정치권 시각은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를 통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인적 청산을 이뤄낼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당내에서조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내부 문제를 외부 인사에 맡긴다는 점의 ‘태생적 한계론’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할 일을 다시 외부 인사에 떠넘긴 것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를 주도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직이나 조강특위 위원이 된 것을 무슨 허세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조강특위가 애만 쓰지 실제로 국민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상황이 어렵겠다”고 내다봤다.

다른 당의 시각은 더 냉정하다.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에 있는 한 인사는 “밖에서 보면 거의 폭망하다시피 한 당에 들어가 전권을 쥐고 칼을 휘두르는 게 쉽게 보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선거도 없는 시기에 외부인사가 당에 들어와 인적쇄신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그리고 외부 인사가 당에 들어와 인적 청산을 하려면 수많은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하고 또한 그에 따른 명분도 갖춰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당초 인적청산 목표는 희미해지고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고 내다봤다.

지난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공천권을 쥐고 당에 들어가 인적 청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는 태생적으로 인적 청산과는 거리가 먼 비대위라고 지적했다.

여당 한 당직자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인품이 과시욕과 권력욕이 있는 인사들”이라며 결과물 도출보다는 그 권력을 누리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인적 청산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그 예로 이 인사는 김병준 위원장이 최근 한국당 전 의원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A 전 의원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취임한 이후 점심을 먹자는 전화를 받았다. A 전 의원은 당연히 김 위원장이 향후 비대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자리로 알고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식당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그보다 5분 더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50분간 오찬하며 향후 비대위의 운영과 역할에 대한 언급이나 함께하자는 제안은 없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본인이 비대위원장이 된 후 ‘5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정도로 바쁘고 정신이 없다는 넋두리만 했다는 것.

A 전 의원은 “비싼 밥 얻어먹고 온 것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왜 김 위원장이 밥을 먹자고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참모들에게 토로했다. 사실상 인적 청산이나 인재 영입은 정치적 미사여구이고 감투에 더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전원책 변호사 역시 권력욕과 과시욕이 강한 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로 오자 과거 자유선진당 대변인직을 맡아 나흘 만에 그만둔 게 다시 화제가 됐다. 직접적인 사퇴 이유가 국회의원 자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당시 무성했다.

 전원책 선진당 대변인, ‘나흘 만 사퇴’ 구설수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 전 변호사는 신은경 전 아나운서와 함께 공동 대변인직을 맡았다. 당시 전 변호사는 4.9총선에 출마할 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 결과에 반발해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진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하고 자유선진당 대변인 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 대변인에 임명되고 4일 만인 22일에 사퇴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또 그것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한다. 마치 자리를 안 주니까 사표 던진 거 아니냐는 것인데 제가 그렇게 졸렬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때 이회창 대표하고 의견이 도저히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떠났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전 변호사의 추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 때문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보수통합전대’ 주장을 들고 있다.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는 ‘인적 쇄신’보다 ‘인재 영입’에 방점을 두는 상황이다. 또한 ‘보수 통합’, ‘보수 단일대오’가 국민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는 게 보수통합 대상인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단 손학규 당대표가 나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손 대표는 “전대 때 벌어질 싸움을 생각해보면 한국당은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며 “한국당은 앞으로 분열될 것이고 체제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발 더 나아가 손 대표는 “설사 인적쇄신으로 당의 모습이 바뀐다 해도 그건 아주 일시적인 것”이라고 폄하했다.

한편 두 인사는 ‘인적쇄신’과 ‘인재영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힘들다고 보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전 총리는 친박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당권·대권을 위한 정지작업인 셈이다. 오 전 시장도 이달 말 입당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원 지사는 입당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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