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재판·기업가치 하락 등 변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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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지난 8일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그의 부재로 인해 중단됐던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사실상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의 출소와 별개로 호텔롯데 상장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항소심서 집행유예…석방 닷새 만에 지주체제 강화
‘재벌 봐주기’라는 여론 잠재우고 신뢰 회복 가능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석방 닷새 만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을 보였다.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10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를 포함해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매입했다.


지분 인수에 소요되는 비용만 2조2300억 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롯데지알에스 등 추가 분할합병 작업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체제를 강화했다. 아울러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등 11개사가 지주사에 편입한 것이다.


롯데지주는 화학계열사와 호텔 및 관광 계열사를 편입하기 전까진 유통, 식품 계열사만 품은 지주회사에 불과했다. 롯데케미칼 지주사 편입을 통해 지주체체를 더욱 안정화했다는 평가다.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제 롯데그룹 지주사로 편입하지 않은 것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을 비롯해 30개 계열사만 남았다. 재계는 신동빈 회장이 남은 계열사들 역시 지주사로 편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편 속도전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처분, 호텔롯데 상장 등이다. 증권가는 이와 관련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롯데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순자산가치(NAV) 모멘텀이 지속해서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목표주가를 6만1000원에서 7만 원으로 상향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동양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롯데지주는 자사주 10% 소각을 결정해 주주가치를 제고했다”며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순자산가치 모멘텀이 지속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향후 기대되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으로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요건 충족을 위한 금융계열사 처분, 비상장 계열회사의 순차적 상장, 계열사들의 부동산 개발,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상장 및 롯데지주와의 합병 등을 들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과는 달리 호텔롯데 상장의 경우 신동빈 회장의 뇌물죄와 관련된 재판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 면세점 실적이나 계열사 지분 정리 등 변수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여파로 호텔롯데 가치가 하락한 상황이다. 현재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와 종속관계에의 한계를 가진다는 점도 관심 대상이다. 실제 6월 말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실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롯데그룹 상장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2016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지난 2016년 당시 추정 공모가는 8만5000~11만 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5조 원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면세점 시장의 둔화, 경쟁상대 증가 등이 면세점 경영 악화에 영향을 미쳐 현재 롯데그룹의 기업가치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호텔롯데의 매출 대부분은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83.6%를 면세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면세사업 영업이익은 3087억 원인데 반해 지난해는 844억 원을 기록해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의 신용도를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때문에 면세점 사업의 불황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호텔롯데의 경우에는 상장 절차를 밟는 것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롯데의 지배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처리와 롯데케미칼 편입도 선결 과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우선 해소해야 한다.

남은 변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카드는 제3자에 매각하고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지주회사 체제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롯데계열사 등을 활용해 금융계열사를 넘기고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 지배체제를 강화하려 호텔롯데를 상장하고서 롯데지주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나 당장 쉽지 않다”며 “중국 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아 가치가 떨어졌고 금융계열사 처리 등 과제가 있어 상장은 2020∼2021년께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 불투명한 롯데의 지배구조와 일본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전환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현재 진행되는 지배구조 개편도 그 일환이다.


더욱이 현재도 재판이 모두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 전 정부와 여론 눈치도 봐야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상장 등의 모든 준비가 됐다고 하더라도 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이 남아 있는 한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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