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 없다” 부인에도 풀리지 않은 의혹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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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고(故) 장자연 씨가 숨지기 전 장 씨와 35차례 통화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고 장자연 씨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담당 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통화내역을 제출받았고, 임 전 고문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 전 고문은 고 장자연 씨와 친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임 전 고문이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우재 전 전무는 현재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해당 사실이 이혼 사유 중 하나가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임우재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에 추가되나...진실 공방 예상
‘경호원’에서 ‘삼성 家 맏사위’까지...이혼 사유에 관심 쏠려

고 장자연 씨가 숨지기 바로 전 해인 2008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 당시 삼성전기 고문과 고 장자연 씨가 35차례 통화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고 장자연 씨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고 장자연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임우재’라는 인물이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맞다고 보고 있다. 고 장자연 씨의 휴대폰에 ‘임우재’라는 이름의 통화 내역이 존재했고, 휴대폰 명의자를 조사한 결과 당시 임 전 고문의 부인이었던 이부진 사장 명의의 휴대전화였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렇게 35차례의 통화내역이 존재했는데도 당시 경찰과 검찰은 임 전 고문을 단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아 석연찮음을 더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 담당자들을 다시 불러 임 전 고문을 조사하지 않은 배경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임 전 고문 본인을 상대로 고 장자연 씨와 통화한 적이 있는지도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JT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관련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검찰청이 보관하고 있던 고인의 사망 전 1년 치 통화내역이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고인의 통화기록은 ‘장자연 문건’에 명시된 술 접대와 성 접대를 누구에게 했는지 밝히기 위한 중요한 근거 자료다. 그 때문에 장자연 사건 수사를 하던 검찰에 외압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우재 전 고문 측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고 장자연 씨를 “모임에서 본 적은 있지만,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임 전 고문이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우재 전 전무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삼성 가(家) 맏사위였던 임 전 고문은 1995년 삼성물산 전산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결혼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지난 2016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삼성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삼성 계열사에 입사한 뒤 삼성복지재단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만났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은 1995년 임 전 고문이 이 사장의 경호원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4년 동안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 끝에 1999년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우재-이부진 부부는 2014년부터 이혼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16여 년 만이다. 당초 임 전 고문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2015년 2월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벌가 딸과 평사원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임 전 고문과 이 사장의 이혼사유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사장 측은 임 전 고문의 잦은 음주와 술버릇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임 전 고문 측은 일 때문에 최소한의 술자리에만 참석했다며 “우리 부부가 사는 집에 18명이 근무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인정한 정확한 이혼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결정적인 이혼 사유가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고 장자연 씨는 성접대를 강요하는 소속사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배우 장자연이 세상을 떠나면서 소위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는 문건을 통해 소속사로부터 성상납 요구와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이다.

당시 장자연이 남긴 유서에는 소속사 대표와 성접대 등의 패해 정황이 담긴 관계자들이 공개돼 모두 경찰에 소환됐지만, 관계자들은 모두 무혐의로 벗어났다. 이후 고 장자연 씨 성접대를 둘러싼 대기업, 신문사 사장들의 끊이지 않는 잡음이 이어졌다.

‘장자연 리스트’에는 지금도 현직에 있는 정계·재계·언론계 유력 인사들이 적혀 파장이 일었지만 대부분 무혐의로 풀려났다. 사건 발생 10년째인 지금까지도 해당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우재가 장자연과 수차례 연락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자연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해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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