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러브콜’에 복당 카드 ‘만지작’… “떠날 땐 언제고” 후폭풍 클 듯
바른미래 거리두기‧오세훈 한국당行 “유승민, 이미 명분 쌓기 나섰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복귀설’이 공론화되고 있다. 전원책發 보수대통합 제안을 도화선으로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합류설이 제기된 것. 유 의원에게는 솔깃한 시나리오다. 계속되는 당 내홍으로 차기 총선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못 이기는 척 ‘보수대통합’ 열차에 오를 수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이미 바른미래당과 거리두기를 통해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 도리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힐 공산도 크다. 유 의원은 이미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에서 ‘주군’을 버리고 나와 ‘배신자’란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줄곧 침묵하고 있는 유 의원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의 ‘보수대통합’ 제안으로 야권이 요동치는 모양새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급해진 보수 진영에서도 ‘새판짜기’에 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내년 2월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를 ‘보수 통합 전대’로 치르는 안이다. 전 위원 또한 지난 10월 4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민의 희망은 보수를 통합해 단일 대오를 갖추는 것”이라며 “결국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범보수 진영의 통합 전대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원책發 ‘보수 통합 전대’
결국 유승민 향한 러브콜?
그런데 이는 사실상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포섭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전 위원의 ‘보수대통합’ 제안이 전(全) 바른미래당을 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구(舊)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후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계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전 위원은 최근 바른미래당 중진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 의원도 복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6.13지선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공개 행보를 자제하긴 하지만 본인을 둘러싼 거취설에 대해서도 일절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당 최대 행사인 지난 9.2전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미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미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와 유 의원 측근 중심 바른정당계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바른미래 탈당, 한국당 복당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손 대표가 당선 후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 등 진보 노선과 교감을 나누며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유 의원과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
판문점선언을 둘러싼 대립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표면상으로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를 둘러싼 노선 갈등이지만, 실제로 정계개편에 대비한 일부 의원들의 ‘탈당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의 한국당 복귀설이 나오면서 일부 당내 의원들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며 “당이 안정된 상황이면 모를까 사사건건 정치 노선이 다르니 이보다 좋은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 입장에서는 통합전대를 통한 한국당 복귀가 버리기 아까운 카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출범한지 약 9개월이 됐지만 바른정당‧국민의당계 간 통합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여파로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참패의 수모를 겪었다. 이대로라면 차기 총선도 담보할 수 없어 유 의원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결국 ‘명분’만 찾는다면 유 의원의 한국당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이미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친박‧친홍 지리멸렬
유승민 ‘손 안 대고 코풀기’
이를테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국당行이 유 의원에게는 확실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함께 한국당을 나온 오 전 시장이 먼저 복당해 길을 만들면 ‘위기의 보수를 위한 개혁파의 귀환’이란 모양새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으로 부터 공식 러브콜을 받고 정계복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현재 내년 2월 전대 출마가 유력하다.
여기에 친박‧친홍의 지리멸렬도 유 의원에게는 유리한 시나리오다. 현재 한국당 내에서는 인적 쇄신의 첫발로 친박‧친홍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은 일찍부터 전체적인 쇄신 대상으로 거론돼 왔고,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이미 ‘왕따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친박‧친홍 등 잔류파가 복병이었던 유 의원의 경우에는 ‘손 안대고 코풀기’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친박‧친홍을 제외한 중도 세력 빅텐트를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유 의원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복당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얻을 게 많지 않다는 것.
도리어 정치적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에서 개혁‧중도 정치를 하겠다며 ‘주군’을 버리고 탈당했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향해 ‘배신자’라는 지칭이 공공연했다. 게다가 자신이 등졌던 박근혜 정부에 수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최근 포착되며 정치인으로서 신뢰까지 잃은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도 복당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선택’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측근들에게 최근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도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