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나?
최근 롯데그룹이 관세포탈, 상표법위반,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혐의 등으로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대상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식품 등으로 한 달간 조사를 받았다. 관세청 산하 인천세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롯데쇼핑 계열사를 마트, 식품 등 부문별로 나눠 광범위 하게 조사가 진행됐다. 관례적 심사가 아닌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심층세무조사와 같은 조사형태로 관세포탈, 밀수, 외환거래법위반, 상표법위반혐의 등 전반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에 국내최고의 유통판매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쇼핑으로써는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 하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고의성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 세무조사 전반에 관한 전말을 알아봤다.


국내 쇼핑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쇼핑이 관세청으로부터 관련 계열사들의 수입물품에 대한 고강도 관세심사를 받고 추징금을 징수당해 비상이다.

지난달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초부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롯데식품, 크리스피크도넛 등 롯데쇼핑 계열사 전체에 대한 수입물품조사를 일제히 실시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로 해외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는 롯데쇼핑의 해외패션 사업을 전담하는 GF(Global Fashion)사업본부도 관세포탈 혐의로 지난달 관세청에 과징금을 납부하는 등 국내최대 유통업체 답지 않은 면모를 보이며 업계와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특히 롯데쇼핑은 최근 계열사인 롯데시네마가 공정위로부터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형태의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현장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청 관세심사까지 받으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없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신격호 회장의 딸 신영자 부사장은 2005년 ‘시네마통상’이란 가족 회사를 설립해 롯데시네마의 매장관리와 인력관리를 전담시키고 있다. 롯데그룹이 영화사업부문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사의 일감몰아주기는 충분히 계연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신 부사장의 장남인 장재영씨는 인쇄물제작업체인 ‘유니엘’과 ‘비엔에프통상’이라는 회사의 지분을 각각 89.30%와 100%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들 두개 회사가 모두 롯데쇼핑과 관련 있는 회사들이다.

유니엘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공급되는 전단지를 제작, 유통하는 회사로 세일이나 사은행사가 많은 유통업 특성상 알찬 회사로 주목돼 매년 30%의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공격 경영과 함께 동반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다

또한 비엔에프통상은 롯데백화점 내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의류 및 신발 수입업체로, 2004년 매출액 2백25억원대에 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알짜로 이 회사에는 신 부사장의 세 딸들(장혜선, 장선윤, 장정안)이 모두 이사나 감사로 올라있다.

법적인 하자가 없어 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한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관세심사는 10년 만에 처음 받는 것으로 특별한 위법사항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관례적으로 받는 것 이었다” 며 “해외패션사업을 담당하는 GF사업본부 등이 신설 된지 얼마 안돼서 수입업무 당사자들이 업무미숙으로 분류상의 실수를 범해 벌어진 일이며 고의성은 전혀 없었으며 그
에 해당하는 추징세금은 이미 납부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GF사업본부는 지난 2005년 이인원 롯데백화점 사장이 장기발전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그러나 관세청 관계자는 “정보 분석을 통해 심사업체를 결정한 후 기획관련 조사를 한 것이 정기적인 심사는 아니었다. 관세청이 정보 분석을 통해 잡아낸 혐의점에 대해 롯데 측에 통보했으며 그에 대해 롯데도 수긍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조사내용을 밝힐 수 없는 것이 조사는 연속성이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세금을 납부해서 대가를 치른 만큼 이를 공표하면 최악의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가지 정보보호 차원에서 자세한 금액 등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해외패션 사업을 전담했던 GF(Global Fashion)사업본부가 사업부문으로 축소돼 상품본부에 예속된 것이 다른 이유에서라는 의혹이 가시질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7월말 GF사업본부를 GF사업부문으로 상품본부 내 한 부문으로 편입시키고 부장급 부문장에 정동혁 전주점장을 임명했다. GF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N이사는 7월 말경 퇴사했다. 롯데쇼핑이 해외사업팀과 PB팀으로 흩어져 있던 패션 브랜드 사업을 통합해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을 강화한 것은 지난 2005년 8월부터다.


해외패션사업본부 축소에 전 본부장 비리의혹

수입 패션 사업팀과 롯데그룹 내 패션 컨설팅 및 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CFD(Crossed Function Division)팀을 통합해 GF사업본부로 새 출발했다. 2006년 1월에는 S모직 출신의 N이사를 GF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해 기존 패션팀과 함께 백화점 상품본부에서 전개하던 PB들을 통합했다. N이사는 신규 브랜드 개발 및 바잉시스템과 기획·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롯데 안팎에서는 N이사가 납품업체와 관련한 개인비리 의혹으로 사표를 제출 통제권에 두기위해 조직을 축소한 것이라는 얘기가 더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실상 임원이라는 것이 유동적인 요소가 많고 년 단위 계약직이다 보니 개인의 능력상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할 수도 있고 계약기간이 거의 만료됐었다” 며 “GF사업본부가 상품본부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상품본부장 예하에 두고 효율을 높인 것일 뿐 기존의 조직은 그대로 유지했기에 축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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