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하성용 전 대표 ‘상품권’ ‘내기 골프’ 의혹…‘뇌물’일까 ‘영업’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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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경영 비리에 대한 법적 공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해당 논란에 연루된 이들은 하성용 전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3명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 9명이다.

지난 10일 하 전 대표 외 7명에 대한 20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을 일요서울이 직접 찾았다.

 

劍 “하 전 대표, 불법 영득 의사 있어” vs 辯 “사적 목적 사용 입증 안 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조의연 부장판사)의 심리로 하 전 대표 외 경영진 7명에 대한 20차 공판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502호에서 열렸다.

재판에 앞서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공판이 여러 차례 진행돼 왔음을 언급하면서 KAI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KAI 경영 비리’ 사건은 채용 비리→비자금 횡령→위장 회사(협력업체 지분 차명소유로 부당 지원)순으로 재판이 치러졌다. 이날 재판은 검사와 변호인단이 쌍방 의견을 진술하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법카 명품가방 구매 의혹 두고
“치사하지 않느냐” 반문 

 

먼저 검사 측은 KAI 측이 임직원들에게 배포되는 상품권의 가격을 부풀려 구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속칭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봤다.

또한 회사 자금을 ‘내기 골프’ 등 사적인 목적으로 융통, 2015년 법인카드로 구매한 명품 가방 횡령 등에 대한 혐의를 들었다.

이러한 정황을 제시하면서 검사 측은 하 전 대표가 불법영득(不法領得·부당하게 권리자를 배척하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하고 처분하는 행위)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즉, 하 전 대표가 이러한 사실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검사 측의 진술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용 당시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다”면서 “회계 처리가 비정상적이니 사적으로 사용됐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비약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피고인(하 전 대표)은 회장이 된 후 (이전에도 있던 회사의 비정상적 회계 처리를) 개선하고자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상품권을 사용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 왔다”고 변호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내기 골프’ 관련해서도 “일정상의 날짜와 (하 전 대표가) 돈을 받아간 날짜가 같거나 1~2일 차이로 비슷하다. 공식적 모임차 받아간 것”이라면서 “내기 골프가 모두 뇌물은 아니다. 한 홀당 1~2만 원 정도의 내기는 일종의 문화”라고 설명하며 “(골프 행사가) 공식적임은 확인이 됐고, 그 돈이 내기에 사용됐다고 해서 개인적 용도라 공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2015년 당시 법인카드로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는 의혹에 관해 변호인단은 “KAI 사장이 240~25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법인 카드를 썼다는 건 치사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법인카드로 명품가방을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2년 넘게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존재를)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 양주 등을 선물해왔기 때문에 가방 선물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한 심리는 일단락 짓고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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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혁신 애썼지만…
KAI 날개 ‘흔들흔들’

형사21부는 지난 4월 9일 하 전 대표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1일 두 번째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하 전 대표는 불구속 상태로 남은 1심 재판장에 선다. 

KAI 경영 비리에 연루된 이들의 주요 혐의는 ▲5358억 원대 회계 분식으로 불법 자금 마련과 배임 ▲환율조작과 허위 신용카드 전표를 통한 20억 원대 횡령 ▲채용 비리 ▲협력업체 지분 차명 소유로 주식대금 불법 수수 및 부당 지원으로 배임 수재 및 자본시장법 등 위반 ▲원가 부풀리기로 방위사업청에 129억 원대에 손실을 입힌 혐의 등이다.

이에 관한 재판도 치러지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의 심리로 KAI 전 생산본부장 A(60)씨에 대한 1심이 진행됐다. A씨는 지난 2012년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생산본부장(전무)로 일하면서 협력업체로부터 자동화 설비 사업 수주를 지원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억 원을 수수한(배임수재) 혐의를 갖는다. 

당시 재판부는 “수수한 금액이 거액이고 범행으로 인해 KAI라는 공적인 회사의 업무적정성과 공정성이 훼손돼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을 판결했다.

아울러 지난 2월 21일 서울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KAI 전 간부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은 같은 부품에 이중 단가를 매겨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6년 동안 방위사업비 129억 원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갖는다. 

재판부는 재판에 넘겨진 KAI 전 구매본부장 B(57)씨, KAI 전 구매팀장 C(54)씨, KAI 전 구매센터장 D(61)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 무죄를 판결했다.

그때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이들이 수출용 훈련기 T-50i와 방산용 FA-50에 쓰이는 동일한 부품(LRU)에 대해 일괄적 가격 협상을 했음에도 견적서 상으로는 수출용보다 방산용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이중단가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방산용은 그 자체로도 가격형성 이력이 있고, 수출용은 해외공급 업체마다 다른 가격을 적용한 사정이 있다”면서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는 증거만으로 원가를 부당하게 부풀렸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씨와 C씨가 수출용 부품 가격을 확인할 수 없도록 위조된 원가자료와 부풀려진 견적서를 방사청에 낸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는 유죄로 결정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11일 KAI 하 전 대표와 전·현직 경영진 9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후 방산비리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KAI의 수장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이후 김조원호는 경영 비리를 쇄신코자 지난해 12월 22일 ‘경영혁신위원회(혁신위) 활동결과 보고회’를 개최해 ▲미래전략 ▲연구개발 ▲조직인사 ▲재무회계 ▲구매 관리 등 경영 전반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오겠단 의욕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경영 비리’ 직격탄을 맞은 KAI는 여전히 위태로운 모양새다. 미국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에 입찰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신 것.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뛰어들었으나 경쟁사인 미국 보잉사에게 자리를 내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경영 비리 후폭풍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장이 비전문가 출신이고, 항공기 수주보다 적폐 청산에 열을 쏟고 있다는 것. 흔들리는 KAI의 비행노선은 언제쯤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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