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복선전철, 토지 보상 잡음 내막

대규모 국책 공사에는 보상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토지 소유자들과 사업 주체 간에는 원칙에 입각한 납득할 수 있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오는 2010년 완전 개통 목적으로 현재 경기도 덕소로부터 강원도 원주까지 중앙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는 한국철도공사가 개발주체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주체를 맡아 각 공구별로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들에 의해 진척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이 공사의 일부 구간에서 방만한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상처리와 공사에 필요한 토사채취(채석)허가와 관련해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본지는 이를 고발한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덩달아 선정되며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문제가 되고 있는 구간은 원주시청, 철도시설공단 강원지역본부, 풍림산업이 시공을 맡고 있는 중앙선 복선전철 사업 10공구 구간 중 원주시 지정면 원대터널 주변 일대다.

원대터널 공사구간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터널상층부에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해 타설되는 콘크리트 강섬유(숏크리트 강섬유)가 설계량의 21%에 그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무작정 공사만 하면 되나

모든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공사 주체와 소유자간 협의가 완결된 후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 공구와 관련 토지 소유자들에 따르면 이 땅은 보상과 관련한 일체의 합의 없이 2004년 초부터 터널 공사를 시작으로 공사가 개시됐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원래 이 땅의 소유자는 군사 정권하에서 특혜 의혹 속에 성장을 하다가 도산한 J건설이었다.

소유자의 도산이후 무주공산이 돼 버린 이 땅은 법원 경매로 넘어갔으며 현재 토지 소유자들에게 2005년 5월부로 등기가 되며 귀속됐다. 문제는 토지 소유자들이 엄연히 바뀌었음에도 올 6월까지 2년이 넘도록 토지소유자에게 아무런 협의 없이 공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지역본부 용지팀이나 시공사인 풍림산업으로부터 2007년 6월25일 ‘손실보상협의 요청’과 관련 공문을 받기 전까지 공사와 관련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소유자들의 대표로 A모씨와 B모씨는 이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지역본부를 지난 7월 방문했다. 그러나 당시 공단 담당자로부터는 손실보상협의금액만 수령하면 되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한다.

토지 소유자인 A모씨는 “철도건설사업은 국가 기간사업이니 만큼 공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통의 전화도 없이 공사에 따른 협조 사항이나 간단한 공문발송도 없었던 것은 불합리한 행정처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토지점유에 관한 공문을 2005년 초에 보냈으나 답변이 없어 올 들어서 다시 토지 소유자를 확인해 공문을 보냈다”며 “중앙선 복선전철 사업과 관련 대부분 토지 소유자들과 협의를 매듭짓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완결 짓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땅의 주인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가운데 2년이 넘도록 확인조차 안했다는 것은 방만한 행정 처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게 토지 소유자들의 주장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토지는 토사채취와 관련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철도 공사에서 토사채취는 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곳에 대한 보강과 땅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다.

토사채취는 자연 경관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채취 완료 후 원상 복구 등이 따르며 토사가 채취된 곳의 소유자들에게는 그에 따르는 금액이 지불돼야 함이 원칙이다. 또한 운송비용과 채취 비용 등에 따라 현장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경제적인 게 현실.

원주시청과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10공구 공사와 관련 총 필요한 토사는 160만 루베다. 루베란 트럭 운송단위로 공사트럭 1대당 10~15루베 정도가 실려 운송되고 있다.


기가 막힌 토사채취 사연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토사채취현장, 운반거리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5t 덤프트럭 기준으로 공사비, 운반비, 토사채취보상비 등으로 7만~1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0공구 토사 수요 중 40만 루베는 이 곳에 터널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한 토사로 조달됐다.

앞으로의 토사 조달과 관련 철도시설공단과 풍림산업은 30만 루베를 현재 공사 현장에서 6.5km 떨어진 지정면 한 임야에 대해 채취 허가 신청을 냈고 원주시청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90만 루베는 공사 진척 여부에 따라 추가로 채취 지역을 선정한다는 게 시청과 풍림산업, 철도시설공단의 계획이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공사장 인근에 유원지가 위치해 토사 채취 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토사 채취를 허가하지 않았다”며 허가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 소유자들은 보상과 관련한 문제 외에도 40만 루베라는 토사 사용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설명도 들은 게 없었다고 격분하고 있다.

소유자 B모씨는 “토사 사용에 대해 허락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원주시청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허가하지 않았다”며 “공사 중 자연 발생한 토사라도 철도시설공단과 풍림산업은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게 마땅한 데도 설명조차 없을 수가 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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