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 여론 목소리 높아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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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걸그룹 카라(KARA) 출신 구하라(27)씨와 연인 관계였던 최종범 씨 간의 쌍방폭행 및 영상 유포 협박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은 당초 쌍방 폭행이 쟁점으로 여겨졌으나 이후 구 씨가 최 씨로부터 ‘영상’을 전송받아 협박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리벤지 포르노’ 피해 영상 아닌 ‘콘텐츠’로 여겨 문제” 


지난 12일 수사 당국에 의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 사건의 관할 기관인 강남경찰서가 의뢰한 최 씨의 휴대전화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복구를 마치고 그 결과를 전송했다.

이를 받은 강남경찰서는 복원된 디지털 자료를 두고 최 씨가 구 씨에게 영상 유포 여부를 두고 협박한 사실과 최 씨가 기기 밖으로 영상을 유포한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에 사용된 휴대전화와 USB는 지난 2일 경찰이 최 씨의 자택과 자동차, 근무지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됐다. 또한 구 씨 측은 최 씨가 구 씨에게 전송해 협박했다는 영상을 제출하기도 했다.

구 씨는 지난달 27일 최 씨를 강요·협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 고소를 결정했다.

당시 구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쌍방폭행이 있었던 지난달 13일 최 씨가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면서 과거 둘 사이에 찍었던 영상을 보내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리벤지(복수) 포르노’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개인 가치관 앞서
‘구조적 문제’ 있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란 ‘연인 간 보복성 음란물’로 번역되며,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교제 당시 촬영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의미한다.

인터넷망이 발달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이 대두됐고,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알려지면서 리벤지 포르노의 문제점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요서울 역시 지난 1256호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서승희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구 씨 사건이 논란되면서 리벤지 포르노 처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 포르노 범들 강력 징역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가 세상에 나온 지 몇 십 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 중 그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은 ‘네가 조심했어야지’ 등의 2차 가해와 공격들로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포를 해 징역을 가는 건 (리벤지 포르노 범죄) 예방이 되지 않는다. 리벤지 포르노를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 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글이 올라온 지 4일 만인 지난 8일 21만 명의 지지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로도 청원 수는 꾸준히 늘어 22만6323명(12일 기준)을 기록했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용어에 대한 재고(再考)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나왔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가 피해 영상물이 아닌 일종의 소비재로 인식되게끔 한다는 이유다.

한사성 리아 활동가는 “리벤지 포르노는 ‘포르노’가 아니라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 영상’”이라며 “(리벤지 포르노가) 범죄 영상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계속적으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이것이 한 사람을 가해하는 영상이 아닌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주장은 포르노의 어원을 따져봤을 때 더욱 무게가 실린다. 포르노란 인간의 성적 행위의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한 문학·영화·사진·회화 등을 일컫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의 약칭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리아 활동가는 “사실 포르노라는 것은 어떤 디지털 콘텐츠 중의 한 카테고리로 상품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단어 자체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을 하나의 상품이나 콘텐츠로 보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울러 그는 피해 촬영물을 소비재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개인의 잘못된 가치관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구조적인 폐해를 제기했다. 바로 ‘웹하드 카르텔’이다.

일요서울이 지난 1270호에서 다룬 적 있는 이 문제는 웹하드 등 거대 플랫폼이 피해 촬영물에 ‘국산 야동(야한 동영상)’이라 이름 붙이며 상업적 콘텐츠로 이용하고, 이를 대규모로 유통하고 있는 병폐를 뜻한다.

피해 촬영물이 콘텐츠처럼 버젓이 유통될 뿐 아니라 이것을 별다른 제재 없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영상을 두고 유년기부터 ‘이것은 피해 촬영물이 아닌 국산 야동’이라고 받아들이고 학습하게 된다는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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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 움직임 ‘시동’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여성 연예인이 연루된 성 스캔들은 종종 있어 왔다. 이른바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등이다. 

이에 관해 리아 활동가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계급성을 띠지 않는 범죄이기 때문에 ‘여성’이기만 하면 당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 씨의 경우 이전의 사건들과는 변별점을 지닌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오히려 피해자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실정이었으나 현재 많은 이들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아 활동가는 “지금은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하나의 연예인 가십처럼 소비되는 측면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에서도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4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법이 ‘개인 간 성적 영상물(리벤지 포르노)’ 등 여성에 대한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에 대한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가중 처벌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도 처벌 ▲촬영 시 동의 영상물 유포의 법정형을 비동의와 동일하게 상향 ▲촬영대상자 식별이 가능하고 음란한 행위나 부위를 내용으로 하는 촬영물을 유포한 범죄를 징역형만으로 처벌 규정 신설 ▲영리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벌금형 삭제라는 규정 등을 골자로 처벌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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