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전쟁 진로 VS 반 진로

소주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진로와 두산주류 간의 싸움이 가관도 아니다. 경쟁업체를 자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속 보이는 ‘얌체성’ 광고를 내보낸 진로나, ‘이에는 이’라는 식의 ‘비슷한 수준’의 광고로 응수한 두산이나 시장의 ‘상도의’를 어긴 건 매한가지다.

다툼의 발단은 지난달 진로가 19.5도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소주에 설탕을 뺐다’는 광고를 내보내면서부터다. 진로가 ‘설탕을 뺀 껌, 설탕을 뺀 요
거트, 설탕을 뺀 주스, 설탕을 뺀 소주’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자, ‘처음처럼’을 제조·판매하는 두산주류가 “그러면 우리는 설탕을 쓴다는 말이냐”며 발끈하고 나선 것.

더 나아가 두산은 ‘설탕도 없고 소금도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광고를 배포했으며, 충남지역 소주업체인 선양은 진로의 참이슬을 직접 거론하며 ‘설탕을 이제야 뺐다는 참이슬! 넣어본 적 없는 맑은 린!’이라는 포스터광고를 제작해 전면대응에 나섰다. 심지어 두산을 비롯한 ‘반 진로’는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지난 9월 17일 진로를 허위 비방 광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여기에 두산은 “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양의 나트륨 성분이 들어 있다”며 경쟁 제품을 ‘소금소주’로 몰고 갔다. 이와 관련, 두산 관계자는 “실제 소주에서 설탕을 감미료로 쓰지 않은 것은 10년이 다 되어간다”며 “이는 진로나 두산 뿐 아니라 지방 소주사 대부분이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또한 관계자는 “참이슬의 경우 제조과정 상 소금을 첨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부터 사용하지도 않았던 설탕을 빼서 마치 웰빙 시대에 적합한 제품
인양 광고하는 참이슬이 어째서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소금을 계속 첨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로 측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데 대응할 만한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무설탕 논란에 대해 진로 관계자는 “액상과당은 성분이나 특성상 설탕과 다름없는 반면 결정과당은 포도당 성분이 없는 순수과당을 결정화한 소재”라며 “액상과당 대신 결정과당을 써 ‘설탕을 뺐다’고 광고한 참이슬 후레쉬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진로의 광고가 허위·비방 광고라면 ‘설탕도 없고 소금도 없다’고 한 두산의 광고나 ‘설탕을 넣어본 적이 없다’고 한 선양의 광고 또한 허위·비방 광고”라고 맞받아쳤다. 자연 상태의 물속에는 나트륨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금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진로의 허위·과장 광고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로가 지난달 출시한 참이슬 후레쉬 병 뒷면에 “진로는 대한민국 국민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면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참이슬 후레쉬 병 뒷면에는 ‘2005년 9월 위와 같은 자본으로 구성된 진로는 대한민국 국민기업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진로 주주현황이 새겨진 도표를 볼 수 있다.

도표에 나온 진로의 주주는 ▲하이트맥주 41.9% ▲교직원공제회 21% ▲군인공제회 16.5% ▲20.6% 기타(산업은행, 새마을금고, 산은캐피탈 외) 등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국민기업이라고 스스로를 내세우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진로의 최대주주인 하이트맥주는 개인 회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1924년 진로가 순수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기업임을 과대 포장해 선전함으로써 소비자와 투자자를 혼란하게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애국심을 부추긴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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