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중소기업의 힘, 대한민국의 힘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으나 휘영청 보름달이 그리 반갑지 않은 곳이 있다. 대기업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들이다. 고임금과 자금난 및 인력난, 시장개방 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그들 입장에서 한가위는 더욱 우울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숫자는 300만개 이상으로 전체 사업자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근로자의 90%인 1100여만명이 근무하는 우리경제의 대동맥이지만 위상과 현실을 대비해보면 모순투성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소기업 육성책도 소리만 요란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세계에 우뚝 선 중소기업들이 많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산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1000억원이상 되는 중소기업은 모두 102곳으로 2004년 68곳, 2005년 80곳에 비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해 열정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임직원들의 신뢰 경영을 중심으로 열정이 충만해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최강 중소기업의 힘이 여기에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 중소기업이야말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소기업 현황과 대책, 우뚝 선 중소기업을 통해 우리경제의 비전을 진단해 본다.


과거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육성 해법을 찾기 위해 이웃 대만의 중소기업 정책을 벤치마킹한 적이 있었다.
대만은 우리와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철저한 상생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소기업 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중소기업 둘러싼 샌드위치 문제점

특히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IMF외환위기 시절에도 나라가 흔들림 없이 견뎌낼 수 있는 버팀목역할을 중소기업들이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대만 경제는 현재 암울하다. 중국과 관계를 우선시하는 세계 각국의 정책으로 고립상태에 빠져들었다. 또한 그간 대만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과 ODM(제조자 디자인 생산)에 있어서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기술에서도 맹추격을 하고 있고 월등한 가격 경쟁력으로 위협하고 있다.

대만의 지난 20년간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항상 우리나라에 비해 앞서 왔으나 이마저도 지난 2004년 추월당했다.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해소 대안

현재 대만 정부는 반도체와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 및 디지털 콘텐츠와 바이오 기술을 축으로 하는 대기업 육성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육성의 해법은 새로운 우리만의 모델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일반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창업자 1인 다역으로 인한 전문성 부재 ▲ 연구개발 등 인력확보, 자금확보, 가격경쟁력 확보, 원자재 확보 및 특허확보의 어려움 ▲ 기술수준의 낙후 ▲제품판매의 부진 등이다.

대외환경도 좋지 않아 우리 중소기업들은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는 뒤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관계는 주로 협력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한 분업차원에서 중소기업을 동반하는 수직적 계열 관계에 놓여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양극화 해소를 추진해 왔으나 기업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의 최대 고민은 단가인하로 대기업이 임금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환차손 등으로 인한 손실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중소기업이 32.3%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대기업 직원들의 상여금 지급은 하청 및 협력 중소기업의 원가절감에서 나온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관계로 갈등이 빚어지면 대부분 입법과 행정기관은 대기업 입장에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율은 2001년 각각 6.0%와 4.5%에서 2005년에는 7.1%와 2.6%로 벌어졌다. 노동부는 대기업의 지난해 월 평균임금은 349만2000원으로 중소기업 대비 153%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6년간 12.7%p가 더 벌어진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존에는 정부와 학계를 주축으로 정책을 입안했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산업계가 함께 해 ‘산학관’공동으로 각 산업별 상생협력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헌재 중기청장은 “대기업의 상생협력 의지는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모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을 강화시켜 기업사슬을 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코아로직 - 반도체 칩 경쟁력 세계수준, 임직원 70%가 연구개발직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며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던 팹리스(fabless)반도체의 발전을 리드해 온 코아로직. 이 회사 황기수 사장은 1990년 대 후반,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되어 있던 국내 반도체 산업 풍토에서 전문성과 도전정신으로 과감하게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래 연매출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슈퍼 벤처기업을 일궈나가고 있다.

코아로직은 휴대전화 카메라 구동 칩(CAP), MP3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프로세서(MAP)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시의적절하게 내놓아 성공하고 있다.

코아로직의 칩은 특히 동영상과 사진을 압축하고 복원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능과 경쟁사보다 전력 소비량을 30% 정도 줄여주는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250명의 임직원 가운데 연구개발(R&D) 인력이 70%인 것만 봐도 황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오스템 임플란트 - 세계 제일의 임플란트 기업 이룬다

치과의사출신 최규옥 사장이 오스템 임플란트를 설립해 외국 임플란트가 범람하던 우리 시장에 국내 최초 치과용 임플란트 보급에 나선지 십 수 년. 이제 오스템 임플란트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해외 12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지난해 109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국내 임플란트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기업이 됐으며 2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시장에서도 6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사장은 “해외 매출이 전체 5%에 불과하지만, 2010년까지 총 50개국에 현지법인을 확대해 2016년 매출 1조7000억원, 세계 1위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스템 임플란트는 국내 치과용 인체 이식품목 중 처음으로 일본 후생성의 수출허가와 브라질 식약청의 수출허가를 취득해 국내 최초로 해외수출도 시작했다.

1999년에는 ISO-13485 인증을 획득했다. 2001년에는 EU 품질인증인 CE마크를 획득해 EU지역으로 수출의 길을 확보했고 200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FDA) 최고 등급인 class-Ⅲ를 통과하기도 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 - 구글맵보다 한수위 GIS 전문기업의 꿈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는 GIS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했고 구글맵의 아성을 누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서울 GIS포털, 국가지리유통체계 구축 등 주요기관 수주실적만 40여개가 넘고 B2C 개척, 해외진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구글맵이 1차원적인 포인트 정보에 기반한다면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기술력은 속성 정보를 담은 3·4차원 정보”라며 “특히 4차원 정보의 경우, 실시간 통신이라는 시간을 포함하고 있어 구글맵보다 기술력이 우위”라고 강조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지리정보시스템(GIS) 엔진인 ‘인트라맵’을 기반으로 국토, 행정, 교통, 방재, 안전,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회사 전체 임직원 160명 중 74%인 119명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대부분 석사 및 박사 출신이다. 앞으로 GIS 포털, 내비게이션 등 신규 시장과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에어비타 -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공기청정기

공기청정기로 200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전에서 기술부문 금상과 디자인부문 특별상을 타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에어비타.

같은 해 12월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 동상과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장 표창장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에어비타는 10년여의 개발 끝에 초당 200만개의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초소형 공기청정기다. 기존 공기청정기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 이길순 대표는 출시 초기 국내시장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가 냉담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에어비타는 미국 UL, FCC 마크를 비롯, 유럽 CE, 일본 JET, 중국 CCC 등에서 전기용품 안전인증을 획득했다. 미국, 일본, 유럽 수출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5000대를 공급하는 등 중동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외시장에서 인정을 받자 국내 인지도가 올라 현재 회사 홈피와 국내온라인마켓에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인터뷰
“대기업 불공정거래 근절돼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고임금, 자금, 인력난, 시장개방 등으로 신음하는 300만 중소기업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강하고 할 일을 하는 중앙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근절의지가 강하다. 지난달에는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정착의 일환으로 중앙회 내 ‘대기업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대기업의 대금 미지급, 기술탈취, 계약해지 등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분쟁 발생 시 중소기업에 무료 법률 상담 등 행정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71.2%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면서 “중기 채산성 악화와 경쟁력 악화는 대기업의 피해로 귀결된다”며 상생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그는 가업을 승계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가업을 승계할 경우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경영악화로 이어 진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때 상속세를 최대한 면제하는 것으로 세재를 개편했다.

아울러 그는 중소기업 대출시 은행수수료 인하와 관련 통화선물거래소 수수료 인하, 통화선물거래 위탁증거금 인하, 간이정액환급 대상업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억제 및 중기 전용 홈쇼핑 채널 확보, 신용보증기관의 중기 신용보증금액 확대, 한국산업은행의 중기 지원 강화를 이뤄
가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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