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재벌가 3세 경영승계 현주소

최근 위기설, 적대적 M&A설, 5년만의 최악 실적, D램 폭락, 에버랜드 전환사채 유죄 판결 등으로 2007년 삼성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최근엔 유래 없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삼성위기론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2008년 내년 이재용 전무가 황태자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황제경영에 들어간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65세가 넘으면 젊은 경영자에게 넘겨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8년 바로 내년이 이 회장이 65세가 되는 해이다. 취임 20주년이자, 삼성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시기다. 이처럼 삼성내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시대를 본격 가동한다는 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쉽지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뿐만 아니다. LG, 효성, 현대가도 3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지분 늘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초일류 삼성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매년 1월에 단행하는 삼성그룹 임원인사가 12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핵심은 승진발령이 아닌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교체다.


제3대 황제 ‘이재용맨’을 찾아라
삼성그룹 조직개편 후폭풍 후끈


한마디로 피바람이 예상되는 ‘최악의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에 숙청리스트가 공공연히 사내에 돌고 있어 의기저하까지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삼성내부 인사의 귀띔이다. 이미 7월에 전자 계열의 인사를 통해 반도체 총괄과 메모리수석직을 겸직하던 황창규 사장은 메모리 사업장직을 조수인 부사장에게 넘겼고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부분을 2개부로 세분화 했다. 삼성 SDI도 기술총괄 제조기술담당인 김재욱 사장이 PDP유기발광다이오드
까지 통합해 맡았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인적구성과 조직 분위기 쇄신, 그리고 저조한 분야의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 단행의 가장 큰 핵심은 이재용 전무시대의 개막을 위한 사전조율 1단계라는 것이다. 즉 이재용 시대의 개막과 함께 커나갈 ‘이재용맨’ 인사 발굴 및 육성과 라인업을 구축이다. 삼성은 지금 기존의 인물이 아닌 이 전무와 호흡을 맞출 새로운 인재를 찾기 위해 바쁘다.

또한 왕권 승계를 위한 이 전무의 글로벌 활동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둔의 황태자라는 그가 올 초 전무로 승진하면서 CCO(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승진발령과 함께 10년 뒤 삼성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먹거리를 찾는 글로벌 경영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골격이다.

이 전무 중심으로 삼성의 중요한 핵심인사들이 재편됐고 이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머무는 일이 더 많아졌다.

또한 해외경제인들 및 언론과 접촉을 통해 이 전무가 삼성의 확실한 후계자임을 공공연히 알리고 있다. 이 전무는 지난 달 30일 프랑스 파리의 유럽현지법인을 방문하고, 유럽 최대 멀티미디어/AV 전시회인 ‘IFA 2007’을 둘러봤다. 이 같은 그의 행보에 대해 적잖은 관심이 모아진 건 당연했다.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에 오른 뒤 공식적인 대규모 이벤트에 등장하는 것이 처음이었으며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활발한 대외행보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본격적인 후계자경영수업의 마침표를 찍고 독자적인 글로벌 경영의 활로를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시각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가는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의례적인 해외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후계구도의 완벽한 밑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집중 포화되는 여론의 시선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삼성위기론이 이 전무에게 힘들 실어주기 위해 삼성내부에서 유출된 설이라는 주장이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일고 있다. 결국 ‘삼성 흔들기’로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자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 위기론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삼성이 스스로
오욕을 뒤집어쓰고 희생정신까지 발휘해 이 전무의 앞길을 터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와 경영권 승계의 핵심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7.3% 지분


이재용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 무엇보다 순환형 지배구조를 지주회사구조로 탈바꿈해야한다. 그러나 재계 전문가들은 지주사로 재편하기 위해서 수 십 조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다시 삼성에버랜드의 순환형 구조를 수정을 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코 지주회사로의 변화는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마켓이슈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삼성전자가 가진 삼성카드의 지분 43.4%와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3%의 가치가 비슷하다는 것을 전제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을 처분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삼성카드 주가를 8만원으로 가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 매각으로 5조 2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또 삼성카드가 지닌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도 약 2조원이 되기 때문에 두 자금을 합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3%의 가치(약 6조 2000억원)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3%가 지주사의 전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핵심이다. 이에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생명의 4개의 지주사로 나눌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카드(19일 기준) 주가는 5만 9000원이다. 또 삼성전자의 저평가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누구도 의심치 않는 자연 불변의 법칙처럼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승계를 완성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매출 140조원, 자산 230조원의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삼성공화국. 안정적인 왕권승계를 위한 그들만의 프로젝트, 그 실현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 현대, 효성 30대 황태자 경영권 승계 워밍업

3세 경영을 위한 고심을 하는 곳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3세 경영승계에 임박한 30대 황태자들이 대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LG와 현대 기아차다. 특히 LG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광모씨(30)가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광모씨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이라는 최근 4일 동안 무려 187만 7553만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광모씨의 지분은 3.94%로 확대됐다.

그러나 LG측은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늘려 우호지분을 높였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 전면 재개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판으로 인해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했던 정 회장으로 인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10월에 인사를 단행할 것이며 정의선 사장중심으로 후계자 구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효성의 세 왕자들도 올해 각 각 사장으로, 부사장으로, 전무로 한 단계씩 승진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효성 지분율도 거의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6.94%, 조현문 부사장은 6.56% 조현상 전무는 6.55%를 보유하고 있다.

누구에게 효성의 왕권이 넘겨질 것인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그룹간의 3세 경영승계. 각 기업에서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3세 경영승계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지략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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