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도 고려한 사전포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변정리에 들어간 것일까. 김 회장은 최근 부인인 서영민씨에게 (주)한화 주식을 대거 증여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돌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 차원에서, 부인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부인을 위한 배려차원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보복폭행을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김 회장은 지난 9월 11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신병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은 지난 9월 17일 지주회사격인 (주)한화와 주력계열사인 한화건설의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관련법에 의해 김 회장은 (주)한화 등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부인 서씨, 지분서열 5위

이와 비슷한 시기에 김 회장은 신병치료차 서둘러 일본으로 출국했다. 수감생활로 인해 김 회장은 우울증과 불면증, 신경쇠약 등 몹시 약해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해외로 요양할 정도로 심신상태가 좋지 않은 김 회장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예상못한 일을 처리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21일 “김 회장이 (주)한화의 지분 1.81%를 부인 서영민씨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주)한화는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그룹 경영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회사다. 특히 (주)한화는 ‘(주)한화→한화건설→대한생명’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에 ‘그룹 경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한화의 주식을 부인에게 증여한 것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증여로 인해 김 회장의 (주)한화 지분율은 22.78%에서 20.97%로 낮아졌고, 반면 부인 서영민씨의 지분율은 0.41%에서 2.22%로 높아졌다. 증여된 주식 가치만 9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부인 서씨의 경우 (주)한화 지분서열이 김 회장과 (주)한화(7.84%), 장남 동관(4.44%), 한화증권(2.27%) 등에 이어 5번째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부부사이에 일어난 주식증여로 인해 그룹경영권이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경영권과 관련이 있는 (주)한화의 지분을 아들이 아닌 부인에게 증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재계에서는 김 회장 부부의 대규모 지분변동과 그 시기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분증여를 공시한 시기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화측은 이번 증여에 대해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9월 21일 오후가 지나서야 공시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측이 구설수에 오를 것에 대비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은 연휴직전에 공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지분증여”

한화측은 “김 회장이 이전부터 지분증여를 지시했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일이 걸린 것일 뿐”이라며 “의도적으로 연휴직전에 공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재계일각에서는 지분증여와 관련해서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분위기도 있다. “김 회장이 미리 부인의 몫을 챙겨주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아들들에게 증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회장의 아들들은 증여 등의 방법을 통해 꾸준히 (주)한화 주식을 늘려왔다. 김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가 4.44%의 지분을 보유하며 개인 2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둘째아들과 셋째아들인 동원·동선이 각각 1.67%의 지분을 보유하며 대주주 명단에 포함돼 있다. 김 회장과 아들들은 증여 등을 통해 이미 ‘후계승계’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부부간 증여는 ‘후계승계’이전에 아내의 몫을 미리 챙겨준 것이란 분석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인 서씨는 한나라당 의원과 내무부장관을 지낸 서정화씨의 딸이다. 서정화 전의원 등 서씨 집안도 한화그룹의 성장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또 김 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는 동안 부인 서씨도 이런저런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이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김 회장이 부인 서씨에게 주식을 증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이번 증여를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며 “평범한 가정에서 부부간 증여가 있는 것처럼, 단순히 가족간 지분 정리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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