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서강호’

한솔그룹의 물류전문 계열사인 한솔씨에스엔의 서강호 사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올 초 목표로 내걸었던 ‘333 프로젝트’ 달성 여부에 비상등이 켜진 것. ‘333 프로젝트’란 서강호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내건 세 가지 경영방침으로 ▲매출 3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3자리 달성 ▲해외거점 3곳 구축을 의미한다. 특히 서 사장은 지난 3월에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서도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서 사장의 추진력과 리더십을 ‘333 미션’ 달성 여부에 결부시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솔씨에스엔이 놓인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한솔씨에스엔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다. 한솔씨에스엔의 올 상반기 성적표는 ▲매출 1315억원 ▲영업이익 18억원 ▲경상이익 33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못한 점수를 받았다. 매출액만 8.2%가량 늘었을 뿐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은 것.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와 대비해 47%가량이나 줄어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이로 인해 올 초 신년사 자리에서 서강호 한솔씨에스엔 사장이 호언장담했던 ‘333 프로젝트’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 조차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자조 섞인 푸념이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333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려면 서 사장은 하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매출 1685억원 이상, 영업이익 82억원 이상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그러나 업계는 한솔씨에스엔의 저조한 상반기 실적으로 미뤄, 이를 ‘무모한 도전’ 쯤으로 여기는 눈치다.


끝없는 추락

하지만 서강호 사장의 세 가지 프로젝트 모두가 불발로 끝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 가지 목표 중 그나마 ‘해외거점 3곳 확보’는 달성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와 천진에 현지 법인 두 곳을 설립해 둔 터라 하반기 중 한 곳만 더 설립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솔씨에스엔은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에 발맞춰 올해 안으로 멕시코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영업이익’과 ‘매출액’에 대한 달성여부다. 상반기 실적이 워낙 밑바닥을 기는데다 업황마저 둔화돼 실현 불가 쪽에 무게가 실어지고 있다.

우선 ‘영업이익 세 자리 달성’의 경우 실현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전적으로 우세하다. ‘매출 3000억원 이상’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신규 물량 수주 등으로 차츰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간의 경쟁심화로 인한 단가 하락이 수익성 확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수주 업체 또한 매출이나 수익을 내기 위해선 1년 이상의 안정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으로 미뤄 그다지 목표달성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새로 수주한 업체에 대한 물류서비스가 자리를 잡는데만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한솔이 내건 영업이익 100억원 달성과 매출 3000억원 달성은 쉽지 않은 목표”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또한 같은 시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악화됐던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한솔씨에스엔이 노력하고 있지만 (개선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목표로 내건 영업이익 세 자리 수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솔씨에스엔의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가 물량을 잇달아 확보하는 등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것.

이에 대해 한솔씨에스엔 관계자는 “목표는 단어 그대로 목표일 뿐 이를 달성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다만 연말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씨에스엔은 지난 2005년 삼성가 물량을 잇달아 수주하며 물류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신흥 물류전문기업이다.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은 누구?

‘큰 소나무’란 뜻을 가진 한솔그룹은 삼성가의 맏딸인 이인희(79) 고문이 일궈낸 기업이다. 1991년 삼성가로부터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받아 ‘홀로서기’에 나선 한솔그룹은 한때 19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라 ‘리틀 삼성’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큰 소나무’도 생채기는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파고에 휩싸이며 ‘곁가지’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2002년 이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구조조정에 나설 당시 ‘어디까지나 내일의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라는 이인희 고문의 약속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셈.

이 고문의 경영자적 자질을 가장 아꼈던 사람은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다. 고 이 회장은 이 고문에 대해 “쟤가 아들이라면 내가 지금 무슨 근심 걱정이겠노”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당시 고 이 회장은 삼성의 후계자 문제로 골치를 썩을 때였다.

이 고문은 삼성에서 한솔이 분리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적이 거의 없다. 대표이사를 할 때도 그의 직함은 ‘고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와 결단력은 고 이 회장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자식들의 무리한 공격 경영으로 한솔이 휘청거린 1998년, 그는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회사를 정상으로 회복시켜 놓았다.

이 고문의 경영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 일화가 있다. 한솔이 오크밸리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던 1996년, 이 고문은 콘도 분양을 위해 모델하우스 신축문제를 놓고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임원이 “모델하우스 시공을 실제 콘도 객실보다 조금 크게 시공해 고객의 호감을 얻자”고 의견을 내놓자 이 고문은 “정직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실제와 하나도 다름없이 시공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솔은 이 고문의 주문에 맞게 벽지부터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2년 후에 개관될 콘도 자재를 긴급 구입해 실제 콘도 객실과 똑같은 모델하우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