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그룹 최평규 회장 병원신세 진 내막

‘M&A의 귀재’로 불리는 최평규(55) S&T그룹 회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룹 내 자동차 부품회사인 S&T대우(옛 대우정밀)의 극심한 노사 갈등을 보다 못한 최 회장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 이러한 최 회장의 ‘단식농성’은 닷새간 계속됐고, 결국 지난 9월 22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현장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최평규 S&T그룹 회장이 닷새째 단식농성을 벌이다 결국 지난 9월 22일 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18일부터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생수로 목만 축인 채 닷새 동안 버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지병을 가진 그로서는 목숨을 건 행동이나 마찬가지인 셈.

병원 측에 따르면, 최평규 회장의 평소 혈당수치는 160mg/dl로 고혈당 수준이었다.

그러나 단식에 들어간 직후부터 혈당수치가 140mg/dl 이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단식 닷새째인 22일 오후 5시께에는 78mg/dl로 급격히 떨어져 정상수치(80~120mg/dl)를 밑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날 밤 11시경에는 혈당수치가 62mg/dl을 기록,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와 관련, S&T그룹 관계자는 “전문의로부터 현재와 같은 혈당수치가 지속될 경우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심각성을 전해들은 임직원들이 최 회장의 병원 치료를 강력히 권유했다”며 “이에 부산 시내에 위치한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당뇨증세를 보였던 최 회장은 현재 전문의의 응급조치를 받으며 허해진 몸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 닷새간 단식농성

최 회장처럼 중견그룹 대표가 노사문제로 단식에 들어간 것은 그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S&T대우 노사 갈등의 핵심은 금속노조를 통한 산별교섭이다. 지난 7월부터 8월 8일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여왔던 노사는 당시 산별교섭만을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산별교섭 참여를 놓고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산별교섭 참여 확약서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노사상생 관계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이상 서면 확약서 제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나섰다.

그러는 동안 노사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노조는 죽창을 들고 무단으로 진입해 집기를 파손했고, 사측은 직장 폐쇄라는 강수를 뒀다.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이러한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어느 덧 한 달이 다되어 갔다. 우여곡절 끝에 자수성가한 최 회장으로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최 회장은 마지막 승부수로 ‘단식농성’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선택은 평소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복으로 생활하며 365일 공장에서 살다시피 한 최 회장의 평소 모습으로 봤을 때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을 만한 행동이었다.

또한 S&T그룹 13개 계열사 가운데 가장 강경한 투쟁을 벌여온 S&T대우를 기점으로 그룹 전체에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려는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기도 했다.


노동계 “신종 노조 탄압”

그러나 노동계는 이러한 최 회장의 단식농성에 대해 ‘신종 노조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들이 돈 많은 자본가들이나 약자를 괴롭히는 정치 권력자들을 향해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농성을 하며 생존권을 부르짖는 경우는 봤지만 약자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단식농성은 최초”라고 비난했다.

대우정밀지회 윤승근 사무장 또한 “최 회장은 단식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노조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 협의와 대화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 단협안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저렇게 막무가내로 쳐들어와 단식을 하는 것은 여론을 조장하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윤 사무장은 “지난 5월부터 8월 말까지 금속노조지침에 의거 임금인상안(12만2805원)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이에 대한 제시안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임금교섭 등 노사대화를 하던 중 사측에서 22일 돌연 이런 분위기에서는 교섭을 못하겠다고 번복했다”며 “이번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노조 길들이기 내지 노조 죽이기 음모”라고 덧붙였다.



#‘기업사냥꾼’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누구?

최평규 S&A그룹 회장은 1979년 27세 약관의 나이에 열교환기와 발전설비를 만드는 삼영열기공업(현 S&TC)을 창업하면서 기업가의 길에 발을 들여놨다.

기업인으로서 한우물만 파던 그는 2002년 경우상호저축은행(현 S&T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M&A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을 비롯해 호텔설악파크, 대화브레이크(현 S&T브레이크)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 건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M&A의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

최 회장의 사업수완은 이뿐만이 아니다. 투자의 가장기본인 ‘치고 빠지기’ 전략에선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제 그는 지난 2004년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지분을 10% 가량 매입했으며, M&A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르자 이를 지속적으로 처분해 막대한 금액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현재 최 회장의 STX지분은 4.5%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얻은 막대한 부는 모두 추가 M&A에 필요한 탄탄한 실탄이 됐다. 세양선박의 경우도 지난 8월부터 3개월 동안 조용히 매집했고 단순투자라는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M&A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 보유주식 가치가 70% 가량 늘어났다.

이에 재계 호사가들은 최 회장을 ‘기업사냥꾼’이나 ‘정도에서 벗어난 기업인’ 쯤으로 여기며 쑥덕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력이나 경영능력에서 보자면 그는 기업사냥꾼과는 거리가 멀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뒤 만년적자 기조를 탈피했고 노사관계를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도 사재를 털어 상여금을 지급하거나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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