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박문순 성곡미술관장-쌍용 3각 커넥션 실체

검찰의‘신정아게이트’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신정아씨와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서로 횡령혐의를 떠넘기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신씨가 기업체에 건축 조형물 설치를 알선한 대가로 조각작가들에게 받은 리베이트 2억원 가운데 1억원을 박 관장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을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부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60억원대의 뭉칫돈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관장이 남편의 특별사면을 도와준 대가로 신씨에게 사례를 제공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대형 로비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박 관장을 소환해 뭉칫돈의 출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뭉칫돈의 규모로 볼 때 미술관 운용자금보다는 쌍용그룹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김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원 전 회장은 1998~2000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사 재산 310억여원 상당을 이득으로 취한 혐의, 배임혐의 등을 받아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그가 제기한 항소심이 계류된 상황에서 받은 사면이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번에 압수된 괴자금의 출처조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배임 등 전방위수사 불가피

현재로서는 뭉칫돈의 출처 조사가 당장 쌍용그룹 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신씨 관련 수사에 집중해야하기에 당장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돈이 김 명예회장이나 쌍용그룹의 비자금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검찰은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해 환수 조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쌍용그룹에 1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이후 그룹 해체 과정에서 대부분 환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뭉칫돈이 박 관장 소유로 밝혀질 경우 국고환수는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박 관장이 올해 초 신씨에게 준 것으로 알려진 2000만원의 성격 규명도 향후 수사의 초점이다. 박 관장은 2000만원이 신씨가 올 2월 남편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도록 도와준 사례로 제공한 오피스텔 보증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씨는 미술관 후원금을 빼돌려 상납한 뒤 받은 돈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또 신씨가 박 관장에게 보낸 ‘검찰 조사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하
자’고 요구한 비밀 메모도 확보하고 증거인멸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박 관장이 미술관 후원금 횡령 혐의를 벗기 위해 남편의 특사 로비를 방패 막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신씨가 변 전 실장을 통해 실제 사면대상 선정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과 김 명예회장이 사면대상에 포함된 사실을 미리 알고 박 관장에게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에 참고인들에 대한 보강 조사와 법률 검토 작업을 끝낸 뒤 다음 주 중 신병확보를 위한 구속영장 청구시기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포야(신정아 사교클럽)의 실체
와인파티 즐기는 베일 속 친목단체


신정아씨가 멤버로 참여했던 정·재계·언론계·학계 인사들의 사교클럽인 ‘포야’에 조선일보 강효상 사회부장과 중앙일보 안혜리 기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의 안 기자는 지난 9월 12일자에 당시 뉴욕에 있던 신씨와의 단독 전화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 일간지 중 가장 주목을 받으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 이기도하다. 총 멤버가 10명 이상인 이 모임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과 왕윤종 SK텔레콤 상무,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김승수 CJ그룹 부사장, 이병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장,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멤버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모임의 명칭인 ‘포야’에 대해 ‘Fountain of Youth Association’으로 ‘계속 젊음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 강남·강북 등지에서 주로 가벼운 식사를 곁들인 와인파티 등을 즐겨했던 것으로 멤버는 밝혔다. 모임을 매월 한두 차례씩 가져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나 같이 신정아씨와는 잘 몰랐고 그냥 조신한 여자인 정도로만 알았다고 항변했다. 사회적 파장이 확대되자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모임 멤버 A씨는 “사실 사회적으로 모임 한두 곳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이 중 학력위조자가 있을 줄 알았겠느냐”며 “모임은 부정기적이었고 각자의 취향이 틀려 때로 스케이트 등의 스포츠도 즐겼으며 사실상 가벼운 친목단체였다”고 말했다.

모임 멤버인 B 학계인사는 “신씨가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친분이 있었던 안 기자의 소개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신정아 사건이 터진 뒤 오히려 우리도 피해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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