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원스톱서비스 실제는 뻥튀기주범

최근 들어 결혼 성수기에 대한 구분이 많이 없어졌으나 최고의 성수기는 역시 봄과 가을이다. 그러나 과다 혼수와 결혼 비용은 인륜대사를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로 이혼하는 사례도 우리 주변에서는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결혼을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딩컨설팅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이들은 폭리와 함께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보다 저렴하게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점검해 본다.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K모 대리(남·32)는 지난해 3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바쁜 일상에 쫓긴 그는 결혼 전 용산 아이파크에서 대규모 웨딩박람회를 개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수월한 결혼 준비를 위해 예비신부인 C모씨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웨딩플래너‘라는 좀 생소한 안내자들을 많이 봤다. 예비 신부와 함께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개별적으로 귀금속, 사진스튜디오, 드레스 업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견적을 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 때 한 웨딩플래너가 모든 것을 본인에게 맞기면 수고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혼수장만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소개해 줄 수 있다고 그들에게 말을 건냈다.

웨딩플래너가 제시한 풀 패키지로 모든 것이 포함된 상품에는 사진, 메이크업, 헤어, 예복대여 등으로 가격대는 150만~800만원까지 다양했다. 웨딩플래너는 신부의 품격과 일생에 한번뿐인 혼례니 500만원짜리를 하라고 유도했다.


웨딩컨설팅업체, 고객에는 폭리 혼수업체에는 횡포

당시 K모 과장은 그 자리에서 고민 끝에 400만원짜리를 선택하고 사진관에 리허설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

그런데 담당 직원에게서 “우리에게 직접 의뢰했다면 200만원만 줘도 모든 걸 포함하고도 사진이 10페이지 더 늘어난 것을 해줄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행을 해준 대가로 적당한 마진을 남기는 것은 이해가 가나 50%이상의 폭리를 취하면서도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약속과는 달리 예복 대여업체에서는 신부드레스도 현격히 낮은 상품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고 선택의 폭도 너무 좁았다. 또한 신랑의 턱시도도 유행이 아주 지난 옷 중 한 벌 고르라는 것이었다.

K모 대리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치를 떨고 있다.

그는 “웨딩플래너가 결혼 설계를 해주기보다는 중간에서 전화 몇 통으로 폭리를 취하는 중개업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그 외 혼수업체들에 대해서도 웨딩플래너로부터 소개를 받았지만 결국 플래너만 배불린다는 생각에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마련했다”고 말했다.

법적 진입장벽이 없고 연 간 수 십 조원에 달하는 매력적인 시장성과 맞물려 우후죽순격으로 웨딩컨설팅업체와 이에 소속된 웨딩플래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웨딩컨설팅업체는 웨딩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만 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결혼과 관련한 정보에 접근한 이들의 명단을 접수한 후 직접 텔레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모집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주 업무는 웨딩 촬영, 포토, 메이크업과 헤어 등에 대한 투어를 주로 하고 있다. 이후 귀금속, 한복, 가전, 가구 등 기타 혼수 관련 업체들에게는 고객을 소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선수금과 수수료를 챙기며 횡포를 부리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웨딩컨설팅업체의 경우는 투어조차 돌지 않고 고객들에게 업체를 소개시켜 주는 것에서 머물고 있다.


발품팔고 비교견적하면 알찬 결혼 준비할 수 있어

강남일대에 사업을 하는 혼수관련 한 업체 L모 사장은 “웨딩컨설팅 업체 대표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100쌍의 고객들을 소개시켜 줄 테니 선수금으로 1000만원을 내라고 했다”며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고객 유치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컨설팅 업체 세군 데에 각각 1000만원씩을 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혼수관련 업체 C모 사장은 “실제로 100쌍을 소개시켜준 컨설팅 업체들은 없었고 각각 60~70쌍이면 많았다”며 “그나마 소개시켜 주면 판매금액의 20%를 수수료로 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웨딩컨설팅업체와 플래너들은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는 사진, 드레스대여, 메이크업 및 헤어 등 투어에 따른 수수료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연결된 혼수관련업체들에게도 수수료와 선수금 등을 받고 있으며 이는 결혼의 푸른 꿈을 안은 이들의 비용으로 귀결돼 웨딩산업 거품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그렇다면 왜 웨딩컨설팅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

관련업계는 우리나라 웨딩컨설팅업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점을 우선 들고 있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관할의 사단법인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는 웨딩관련 수출 쪽에 치우친 업무에 국한된 것이다.

최근 들어 결혼정보업종이 신고제로 전환됐으나 웨딩컨설팅업은 이마저도 없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한 웨딩플래너는 “웨딩컨설팅업체에 소속된 플래너들은 기본급이 없거나 많으면 30만원이 다다”며”컨설
팅과 혼수업체 소개로 발생한 매출과 관련 소속된 웨딩컨설팅업체와 50대50이나 70대30으로 나눠 받는 수수료가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능력에 따라 많게는 연간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플래너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혼수관련업체 A모 사장은 “플래너들의 수입은 수수료임에 따라 소득세의 사각지대“라며”정부도 혼탁한 웨딩컨설팅
업종과 관련 법적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컨설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보다 손쉽게 관련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서는 필수적인 업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웨딩컨설팅업은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으며 진입장벽 또한 존재하지 않아 그 전문성에서도 의문스러운 직종이 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예비 신랑 신부들이 합리적으로 이에 대해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혼수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수고스럽겠지만 발품을 팔고 비교 견적을 하라고 권유한다. 주 5일 시대를 맞고 있지만 대부분 혼수관련 업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영업을 하고 있어서 고객들이 마음만 먹어 시간을 내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귀금속 매장 한 관계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이용해서 예비신랑과 신부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구매와 관련 두 세군데 견적
을 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즉 한 군데 들려서 마음에 드는 제품의 견적을 받아 이를 통해 한곳 두 곳 정도 더 뛰어 다니다 보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시간이 없는 예비 신랑과 신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혼수관련 관계자들은 그럴 경우 웨딩컨설팅사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경쟁력 있는 견적을 내준 곳이나 일정 규모를 갖추고 다양한 제품을 갖춘 매장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Y모 사장은 “사실 웨딩컨설팅 업무가 투어와 혼수업체 소개라는 단순한 업무에 국한될 경우가 많다”며”혼수업체들 간에도 각 업체 간 끈들이 있어 경쟁력 있는 좋은 관련 매장들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혼수업체들한테는 컨설팅 업체로부터 20%이상의 수수료뿐만 아니라 선수금을 떼 주는 것을 감안하면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컨설팅을 끼고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잇달아 열리는 이벤트 가보니…
웨딩박람회도 혼수 거품의 온상


결혼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메카로 웨딩박람회들이 자주 열리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역시도 혼수 거품을 만드는 온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강남 코엑스나 63빌딩과 같은 곳에서 웨딩박람회가 치러지면 업체들은 보통 5일 행사일 경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부스를 대여 받고 있다.

부스 당 가격은 180만원~300만원 정도로 보통 업체들은 3~6개 부스를 사용하고 있다. 즉 업체에 따라서는 업체당 1000만~2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며 참가하는데 행사기간 중 전기료와 부대설치비용도 업체들이 따로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모가 큰 웨딩박람회에는 보통 10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여함에 따라 D사나 S사로 대표되는 주최 측은 위에 언급한 내용을 통해서만 한번 행사를 통해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고 방문자들에게도 별도의 입장료까지 받고 있다.

물론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과 대여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최소 50%이상의 돈이 주최 측이 챙기고 결국 이에 대한 비용은 웨딩업체들이 결혼을 앞둔 고객들에게로 귀결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웨딩관련 업체들의 지적이다.

본지는 웨딩박람회를 주로 개최하는 업체들에게 박람회에 대한 비용내역 공개를 요구했으나 관계자들로부터 “영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들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 부부 수는 90년대 중반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97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돌입, 2003년 30만 4932쌍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2004년부터 소폭 증가추세에 있다. 쌍춘년인 지난해에는 32만6000쌍(추정)이 결혼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2005년 기준 3%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혼부부 수를 기준으로 한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결혼비용으로 남자는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경비로 3000만원, 여성은 3300만원 가량 사용한다.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데 63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셈. 이를 기준으로 결혼산업 규모를 추정해보면 지난해의 경우 시장규모만 20조 538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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