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백, 이젠 점검할 때다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돼 있는 에어백이 사고가 났을 때 터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 작은 충격에 에어백이 터져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례도 발생해 소비자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지는‘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추진해온 자동차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를 만나 현재 소비자들의 불만과 사례들을 알아보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교통사고를 낸 사업가 조성진(39세·가명)씨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6억 1000여만원의 제조물 책임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끼어든 트럭을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았지만 사고 당시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소장에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달리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지만 운전석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운전자 김종혁(31·가명)씨도 아파트 단지를 주행하던 중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 작은 충격에 에어백이 터져 시아를 가렸고 이로 인해 근처를 지나던 아이를 치일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김씨는 오작동을 일으킨 에어백에 대해 제조사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손수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분리대 사고 때도 안 터져

왜 이런 사례에 대해 제조사들은 수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 에어백관련 자료를 보면 충돌각도 정면 30도 이내, 유효충돌속도 34km/h이상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는 등 필요충분조건이 맞아야 작동이 되는 장치라고 명시돼 있다.

이외에 작동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선 책임질 수 없고 사례와 맞아 떨어져도 오작동여부에 관한 진상규명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충돌각도나 충돌 시 속도는 차량 손상부위나 손상정도를 육안으로 분석하기 어려워 시뮬레이션(모의충돌실험)에 의해 확인하는 것이 현재까지 개발된 과학적인 방법 중 가장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방법”이라 설명한다.

덧붙여 그는 “모든 사고가 제조사들이 제시한 조건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안달자니 불안하고 달자니 시험할 방법이 없고 한마디로 미완의 병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백은 의무장착이란 명목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최근 들어 에어백을 기본 장착한 모델의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대형차량은 100%, 중형은 10대 가운데 8대, 소형도 10대에 7대 꼴로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을 판매했다. 이로 인해 승용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에어백으로 지출한 비용은 줄잡아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에어백 의무 장작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조사대상 269개 모델 가운데 237개 차종이 판매 시 의무 장착된 셈이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제작사가 임의대로 기본 장착의 형태로 판매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횡포로밖에 볼 수 없
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무 장착국인 미국마저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 세계적인 추세는 안전띠는 의무 장착이지만 에어백은 선택사항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위의 종합적인 내용들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A 제조사의 관계자는 비용의 문제를 들었다. “차체에 에어백이 많아질수록 더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에어백을 장착하
다보면 찻값이 올라가 그만큼 소비자가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자동차는 과거 운송의 수단이었지만 현재 생활의 수단인 만큼 더 안전한 장비를 위해 연구개발 중이며 가격보다 안전을 더 생각하는 소비자 공감대가 형성되면 현재의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의무 장착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B 사의 경우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운전들의 말만 듣고 제조사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라. 설명서에 기재된 조건이 만족하지 않아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사항이다.”고 일축했다.


복잡한 에어백 피해보상 약관

반면 GM대우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보안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 중형차의 경우, 최첨단 승객 감지센서가 내장돼 보조석에 사람이 탑승 여부를 센서가 감지해 충돌 시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자리의 에어백은 터뜨리지 않는다.” 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듣고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시민연합 임 대표는 “믿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제조사들은 에어백 피해사례에 대해 모두 운전자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보다 안전장비에 연구와 개발을 아끼지 말고 소비자 역시 3년에 한번 잊지 말고 에어백 점검을 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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