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등극은 후계구도 초석(?)

그동안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철저히 야인이었던 신격호 회장의 딸 신유미씨가 계열사 지분을 다량 취득해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1983년생인 신유미씨는 신격호 회장(85)과 그의 ‘영원한 샤롯데’로 1980년대 초부터 사실혼 관계인 미스 롯데 출신 서미경 씨(51)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다. 올해로 24세인 그녀가 지난달 28일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와 코리아세븐의 지분을 취득했다. 유미씨는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경우 개인으로서는 최대주주가 됐다. 이와 관련 올해 85세인 신격호 회장의 후계구도를 놓고 그와 한 지붕 세 가정 간 후계구도에 변동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재벌그룹으로 군림해 온 롯데그룹. 후계구도의 양대 축은 신격호 회장의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신동빈 한국롯데 부회장이다. 여기에 신격호 회장의 첫 번째 부인인 노순화 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65)이 후계구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지난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 서미경 씨가 신 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유미씨의 롯데그룹 계열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행보는 없었다.

금융감독원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최근 유미씨가 그룹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 주식을 주당 2560원에 총 35만주를 취득해 지분율 9.31%를 달성했다. 또 유미씨는 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의 주식 20만주를 주당 2968원에 신규 취득해 1.26%의 지분을 갖게 됐다.

특이한 사실은 같은 시기에 신영자 부사장 역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지분 6.65%를 추가로 취득해 유미씨와 같은 9.31%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지분구조는 호텔롯데, 호남석유화학(각각 27.13%)이 최대주주로 있다. 개인으로서 최대주주는 신 부사장과 유미씨다. 이를 두고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40살 어린 배다른 동생인 유미씨의 전면 등장에 대해 신 부사장이 견제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대 초반의 유미씨가 롯데후레쉬델리카와 코리아세븐 주식 구입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은 총 14억5000여만원.


신격호 회장‘샤롯데 딸’ 전면등장 배경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관계회사인 일본 미쓰이물산과 후지식품이 보유하고 있던 두 회사가 지분을 매각한 것을 각각 유미씨와 신 부사장이 개인 돈으로 취득했고 신 회장으로부터 지원은 일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식매입과정에서 헐값에 샀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롯데쇼핑, 롯데상사, 롯데삼강 등과 주로 거래를 하며 지난해 매출 262억원과 일정 순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 그럼에도 유미씨와 신 부사장이 롯데후레쉬델리카와 관련해 주당 2560원으로 매입했고 이들이 취득한 지분이 각각 9.31%라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 주식총액 가치가 92억원에 지나지 않아 헐값 매입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후레쉬델리카가 비상장 계열사라도 회계법인 등 외부 기관의 실사와 감사를 받고 있고 신 부사장과 유미씨는 외부기관의 평가에 따른 금액을 지불해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이 미미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유미씨나 어머니인 서씨가 향후 자금을 동원해 롯데그룹 특정 사업군과 관련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미씨는 어머니 서씨와 함께 롯데그룹으로부터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으며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가 드러났다.

롯데그룹의 공식 계열사가 아닌 유원실업이 롯데쇼핑의 롯데시네마 사업부의 서울·경기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지분은 유미씨가 40%, 어머니인 서씨가 60%를 가지고 있다. 유미씨는 유기개발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그 외 롯세시네마의 매점 사업은 신영자 부사장이 28.3%로 최대주주이자 오너일가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이 84.9%에 달하는 시네마통상이 담당하고 있다.


공정위 부당 특혜의혹 조사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고수익률과 현금 거래라는 알짜 사업인 극장 매점 사업과 관련 친족 등 특수 관계인들로 구성된 외부법인에 몰아주기 한 것은 편법”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정위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현재 1차 조사는 마친 가운데 보완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정 여부를 결정해 위원회에 상정하면 위원회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후레쉬델리카 주식의 헐값매입의혹도 부당지원과 맞물려 금융감독당국과 공정위는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제주’ 롯데칠성 영업사원의 고뇌
목표달성 덤핑판매 남는 건 빚


“아침 7시에 출근해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비수기에도 밤 8시가 넘어 퇴근해도 결국 남는 것은 빚 밖에 없었습니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음료수시장 점유율 42.3%로 음료업계 부동의 1위, 지난 7월 25일 1주당 166만원 및 이달에도 140만원 이상의 주가를 형성하며 롯데제과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황제주의 하나인 롯데칠성음료의 전직 영업사원들의 말이다.

롯데칠성 등 음료업계는 회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부당영업행위들을 자행해 왔고 실제로는 판매되지 않은 물건을 판매된 것처럼 전산 조작하는 가짜판매나 정상 판매가보다 싸게 물건을 판매하는 덤핑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을 영업사원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롯데칠성 측은 영업사원 당 매해 지난해 대비 20%이상 신장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원들이 가짜판매나 덤핑판매에 내몰리고 있다.

롯데칠성 전직 영업사업인 L모씨는 “주요 제품인 칠성사이다, 2%, 실론티 등이 덤핑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 덤핑 납품할 경우에는 마진율이 7~8%, 소매상일 때에도 20%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영업사원들이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공금횡령과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 책임을 제기하고 재산을 가압류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입사할 때에는 무한책임의 신원보증이 의무화돼 있다.

전직 영업사원 K모씨는 “회사의 책임추궁을 면하기 위해 돈을 빌려 이를 메꾸고 있으며 심할 경우 사채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원금만 2억원까지 채무를 지고 있는 이들도 있으며 눈덩이 처럼 늘어난 이자로 신원보증인들까지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다”
고 토로했다.

이 회사의 지분은 롯데그룹 총수일가와 계열사들이 지분을 독식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보통주 9.74%와 우선주 14.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각각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5.10%, 3.53,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2.83%, 2.20% 이어 신영자 롯데쇼핑부사장이 2.66%와 1.5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통주 주당 2250원, 우선주 주당 23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영업사원들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으나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현금배당으로 매해 거액의 수입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음료업계의 불황과 과다 경쟁에 따라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당기순이익도 2004년 1214억원, 2005년 816억원, 지난해에는 7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식음료유통본부에 따르면 그간 롯데칠성은 사원 한명이 주문과 배송업무를 동시에 처리했으나 2005년부터 주문담당 직원과 배송 담당 직원으로 분리되면서 빚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전한다.

지난 3월 영업사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결성 과정에서 직원들의 참석을 막기 위해 회사측은 전국 영업점에 수백만 원씩의 회식비를 긴급히 내려 보내 회식할 것을 지시해 밤새 붙잡아 둠으로써 참석을 막았다.

올 들어 영업사원들 중 계약직을 포함해 40명이 해고됐고 서광주지점은 직장 폐쇄가 됐다.

김철수 식음료유통본부 부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심상정 의원 등에게 이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라며 “사측에게는 가짜판매 및 덤핑판매 폐지, 해고자 복직, 보증인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은 신원보증과 판매 부문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가운데 영업쪽의 복수 노조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해고도 미수액 등 회사규정에 따라 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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