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에 선생이 둘 한국어 영어 동시 교육

“왜 집에 안 갔니?” “영어공부 했어요” “여기 유명한 아이 다니고 있는데 알고 있니?” “예, 알아요. 차인표 아들이랑요. 이건희 손자도 있어요.”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미아삼거리역 구석진 골목에 자리한 한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남자아이 세 명과 잠시 나눈 대화다. 허름하고 낡은 시장, 시큼한 냄새마저 감도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야 나오는 사립 영훈초등학교. 이 학교는 아이들의 말처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이재용 전무의 아들인 이지호(8)군과, 영화배우 차인표 아들 차정민(10)군 등이 재학 중이다. 학교 주변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 카메라, 원격제어가 돼 있는 출입문. 이곳은 민간인들의 접근조차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강북의 끝 미아동 그 시장어귀에 있는 학교에서는 우리나라 ‘0.01%의 상류층 자제들이 차세대 0.001% 리더를 꿈꾸며’수업 중이다. 그들은 이 특별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사립 영훈초등학교의 두껍고 높은 벽돌담을 투시해보았다.


교실에는 벽이 없다. 칠판도 없다. 교실바닥은 차가운 콘크리트 소재가 아니라 엠보싱처럼 푹신한 바닥재다.

5명~7명이 앉을 수 있는 모둠 책상과 벽, 수납공간은 모두 파스텔 톤의 밝은 색상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밝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교실 천장이나 아이들의 메모장 에는 민정, 하영, 민석 등 한국식 이름보다 Amanda, Michelle, David라는 영어 이름이 적혀있다. 학습 결과물은 빨래줄 같은 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전시돼 있다.

책상 밑에는 바퀴가 달려있다. 즉 아동 중심의 열린교육 현장이란 건학이념처럼 자리와 책상 배열을 쉽게 해 최적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또 한 달 10여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13여대의 스쿨버스 행선지는 강북보다 강남방면이 더 많다. 학교 게시판에는 노선과 운전자의 휴대폰 번호가 친절히 적혀있다.


아동 중심의 열린교육 현장,
스쿨버스 행선지는 대부분 강남


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탤런트 차인표의 아들 정민군은 스쿨버스를 이용하지만. 삼성 이재용 전무 아들 지호는 스쿨버스에서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 주요시설도 화려하다. 놀이시설, 도예실, 미디어센터, 음악실, 잔디 운동장, 14여개의 특별실이 있다.

그러나 영훈초교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이머전 교육(몰입교육·Immers ion Education)이다.

한국인 담임교사와 외국인 부담임교사 수업을 나눠맡는다.

특히 전교생 숫자만큼 원어민 교사를 확보해 아이들의 일대일 지도는 물론 부진한 학생들까지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수학, 과학, 사회 등 전체 과목의 50%를 영어수업으로 진행한다.

또 한 학급 32명씩 16명씩 나눠져 한국인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에게 번갈아 40분씩 수업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영훈초교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하고 있는 특기적성 영어교육이 빠져있다.

수업방식은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의견이나 표현을 적극 유도하는 쌍방향수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는 통과의례가 있다. 추첨제 선발이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맡기는 천운이 있어야 한다.

2007년에 입학한 지호군의 경우 6.6대 1이라는 명문대 경쟁률 같은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입학이 가능했다.

그러나 입학을 했더라도 비싼 수업료가 기다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수업료는 분기당(3개월) 170여만원, 일 년 스쿨버스 이용료가 90만원, 식비는 한 끼당 28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와 교복 등 물품 구입까지 한다면 일 년에 700~800만원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비싼 학비를 지불하면서도 영훈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이유는 있다.

실제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이 조기 유학을 떠난 것처럼 쉽고 빠르게 영어를 터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학부형 입장에서는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자녀들을 떼어내기는 힘들고, 국내에서 해외 명문사립학교의 정규과정과 가장 비슷한 수업을 하는 곳이라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편에서는 영훈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초등재수’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나 나올 지경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부유층 자제도 있기는 하지만 엄격한 추첨제로 입학생을 뽑기 때문에 더
러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무리해서 입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아들은 스쿨버스 안 타”
글로벌리더 육성 수험료 비싸


강남 8학군,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울리는 강북 끝 미아동 시장통 어귀에 있는 영훈초등학교.

그곳에서는 지금 글로벌 한국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그들만의 교육이 진행 중이다.

그들이 장차 성장해 한국을 이끌 리더로 커나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교육은 ‘얼마를 투자 했느냐’ ‘어떤 시설
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학습자에게 어떤 교사가 어떤 양질의 교육을 제공 했느냐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아이들은 무한한 꿈과 희망이라는 자산이 있는 한 그 미래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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